커리어 선택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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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을 하다보니 가장 많은 주제중 하나는 '커리어'입니다. 이때 만약 시니어라면 지금까지 커리어에서 선택을 한번 돌아보게 해보죠.
저는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6번의 커리어 변화 기회가 있었고 더 많은 커리어 변화 거부 시간이 있었습니다.
4년차 때 인재개발팀장으로 전환, 7년차 때 영업부서장으로, 10년차 때 비서실장이자 인사위원회 인사팀장으로, 15년차 때 BU 인사실장으로가 이랜드라는 한 기업에서의 변화였고, 16년 차 때 스타트업으로의 첫이직과 18년차에 처음으로 독립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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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어떤 기준에서 다음 커리어를 선택했는지를 보니 하나의 키워드는 '성장' 이었고, 두번째 키워드는 '즐거움' 이었습니다.
그 중 첫번째는 성장입니다. 즉, 성장의 기회, 배움의 기회가 있는가가 가장 컸죠.
특히 비서실장으로의 이동 기회에서는 꽤 오랜 시간 기도를 해야했습니다. '잘해서 인정받으면 대박, 못하면 최고 경영진에게 찍혀 버리는 쪽박'이 되어버리는 자리였으니까요. 돌아보면 가장 바쁜 시간이었고, 가장 큰 일을 보고 듣고 경험하며 압축 성장했던 시간이었고 대신 스트레스와 혈압과 평생 가져갈 두통을 얻은 시간이기도 하더라고요.
성장이라는 관점은 BU인사실장으로 이동할 때도 발휘되었습니다. 저는 HRD를 기반으로 성장했는데 HR에서 비여있는 지식과 경험을 찾아보니 M파트 였더라고요. 그래서 사업부 이동을 하겠다고 요청했을 때 '노조가 있는 곳'이라는 조건을 걸었고 작은 법인 5개가 모여있고, 민노총과 한노총이 있던 법인들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때는 또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요. 극소수의 인재로도 조직은 움직이고 성장한다는 것과 논리와 고객가치로 움직이지 않는 직장인도 있다는 것이었죠. 사람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의 이동도, 그리고 지금 그로플을 만들어가고 있는 지금도 성장이라는 단어가 제 선택의 기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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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의 변화를 거부했던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뉴발란스가 300~500억 정도의 매출을 하던 시기, 제게는 영엉부서장 제안을 주셨었죠. 또 동시에 회계팀에서도 제안이 왔습니다. 회계학이 제 전공이었거든요. 이때가 인재개발 팀장을 하던 시간이었는데 저는 거절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즐겁지 않아'라는 이유 때문이었죠.
또 한번은 그룹의 조직문화 팀장을 맡으라는 제안이셨죠. 이때는 하루만에 거절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거절하면 겸손하게 보일까를 고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회장님 직속조직이었거든요. 모든 보고는 회장님께, 모든 과업의 방법과 방향도 내가 조절하지 못하는 직무이기도 했고요. 대신 시간이 흘러 BU 인사실장을 할 때 '백종화가 자네 법인에서 조직문화의 새로운 BP사례를 만들어서 그룹에 공유하소'라는 그분의 미션을 받게 되었죠. 이때는 즐겁게 했습니다. 법인장님도, 그룹도, 이사회도 자율권을 주셨거든요.
돌아보면 선택할 때는 성장의 기회를, 거부할 때는 즐겁지 않아라는 기준이 있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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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단 한번 선택의 기준이 내가 아닌 가족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7년 차 때 영업부서장 이동이 그때입니다. 1년 중 절반 이상을 교육 연수에 시간을 썼고, 백일 된 하은이 1살된 하은이는 아빠를 보기 위해 주말에 연수원으로 이용되던 리조트나 호텔로 와야 했고, 독박육아와 갑작스럽게 소천하신 장모님으로 힘들어 하는 가족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어느날 집에 와보니 3살 하은이가 아빠인 저를 낯설어 하며 가까이 오지 않더라고요. 함께사는 아빠가 아닌 갑자기 찾아온 삼촌처럼 대하는 모습을 보며 선택을 하게 되었죠.
이때 저는 동기들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승진노미 (다음 승진에 이미 승진이 확정된 경우)가 되어 있었고 더 빠르고 높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말입니다. 이 선택으로 인해 승진은 4년이 늦어졌고 번아웃도 2년 가까이 보냈습니다. 성장, 즐거움과는 먼 책임 때문에 했던 결정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돌아보면 이때 이동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와 가족은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실패를 모르고 교만해졌을 지도 모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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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의 선택 기준은 모든 사람들이 다를 겁니다. 저와 같이 성장과 즐거움일 수도 있지만, 인정과 명예 또 돈이 되기도 하죠. 그런데 커리어는 지금을 위한 선택이 되지 않아야합니다.
10년. 아니 2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놓고 그에 맞는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하죠.
그리고 그런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나, 미래의 나를 만나게 되거든요. 그리고 고려해야 할 것은 무조건 내 선택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고, 가족도 커리어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