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명제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여러 가지 의견을 갖게 만든다.
그런 다름에서 분쟁이 생기기도 하고, 동지를 만났다는 기쁨을 누리게 되기도 한다.
"철이 든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라는 명제 역시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만들어내는 많은 명제 중 하나이다.
이 명제에 대해서 사람마다 많은 의견이 있을 텐데, 아마 의견이 갈라지기 시작하는 부분에는 "철이 든다는 것"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게 존재할 것이다.
철이 든다는 것의 정의는 다양한 측면에서 내려질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multivariate의 univariate화를 좋아하므로 간단한 정의를 내리고 싶다.
철이 든다는 것은 죽음을 현실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고생을 할수록, 살아온 환경이 고되어서 죽음을 더 가까이 느껴봤을수록 일반적으로 철이 많이 드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삶에 영원한 것은 없고, 이 모든 고민, 기쁨, 절망, 환희 등의 감정도 언젠간 끝이 난다는 점.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과 사물들이 언젠간 내 곁을 떠나갈 것이며 나 역시 그들과 그것들을 떠나갈 점이라는 것을 보다 가깝게 인식하면 인식할수록 사람은 철이 든다.
그래서 철이 든 사람일수록 감정의 진폭이 작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이 죽음이라는 블랙홀 앞에서는 큰 의미를 갖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철이 드는 것을 이렇게 정의했을 때 인생에 역설이 발생한다.
바로 철이 들면 들수록 사회적 성공이 소원해진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혹은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꼽아보라면 본인이 하는 일 혹은 성취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열정과 갈망이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이 열정과 갈망은 죽음을 가깝게 인식하면 인식할수록 타오르기 쉽지 않아진다.
"삶은 서투른 춤을 추는 불꽃. 따스함을 전하기 위해 재를 남길뿐"이라는 철 가득 든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고 진지한 것이라고 믿고 나아갈 에너지가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결국,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든 철이 덜 든 사람들이다, 라는 역설이 탄생하게 된다.
나와 내 가족. 나와 내 가족과 연을 맺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그 사람들과 연을 맺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회에서 성공을 향해 매진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까, 를 고민해 본 하루였다.
+ 어른들에 의하면 젊었을 때 잘 나간다고 나중에 성공하는 게 아니라고는 한다. 그렇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한 사람들인 것은 여전히 맞지 않을까?
++ 써놓고 보니 '열심히 살고 싶지 않은 게으른 사람'의 정신승리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