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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Apr 12. 2018

이해가 가지 않을 리 없다.

"진짜 이해가 안 가는 게..."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난 진짜 ~~ 하는 게 이해가 안가. 도대체 왜 그래?"


라는 표현으로 쓰이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표현이다. 왜냐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은 본인의 이해력이 낮다는 말 외에는 큰 메세지를 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짧은 순간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이 세상에 많지 않다.


길에다가 침을 뱉는 사람은 아마 침을 뱉는 것에 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함과 동시에 침을 뱉음으로써 입이 편안해진다고 믿기 때문에 침을 뱉을 것이고,


무단횡단을 일삼는 사람은 본인이 위험에 처할 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테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실제로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동의할 수 없다는 말을 하려고 관용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를 오남용 하는 표현을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러므로 우리 모두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봅시다' 내지는 '이해가 가는지 안 가는지 판단하기 전에 심호흡을 세 번 하면서 생각해봅시다' 류의 공익광고성 글을 쓰려는 것은 아니고, 이해는 가지만 공감할 수 없거나 동의할 수 없는 노랫말들이 꽤 많아서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 한다.


박효신 3집에 수록된 "좋은 사람"


1. 박효신의 좋은 사람.


"좋은 사람 사랑했었다면 헤어져도 슬픈 게 아니야"라는 가사는 이해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

시간이 가도 잊혀지지 않는 널
생각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
좋은 사람 사랑했었다면
헤어져도 슬픈 게 아니야
이별이 내게 준 것은
곁에 있을 때 보다
너를 더욱 사랑하는 맘

"


이게 앞뒤 문맥을 포함하는 가사인데, 헤어지고 나서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는 말도 궤변이라고 생각하지만 더욱 사랑하게 되었으면, 그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되니 더욱 슬퍼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자면, 사랑은 반드시 소유하거나 둘이서 만들어가는 것만이 아니라 속으로 혼자 품고 있는 것도 사랑이므로 헤어짐 --> 더 큰 사랑 --> 연인이 아니어도 충분히 만족함 뭐 이런 흐름인 것 같은데, 역시 나의 사고 회로와는 좀 다른 것 같다.



김동률 5집에 수록된 "오래된 노래"


2. 김동률의 오래된 노래.


이 노래는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 속에 지난 여자 친구를 위해 만들어준 노래를 들으며 헤어져있는 현재를 슬퍼함과 동시에 그녀를 추억하는 노래이다.


"

참 사랑했다고 아팠다고 그리워한다고

우리 지난 추억에 기대어 노래할 때마다

네 맘이 어땠을까 라디오에서 길거리에서 들었을 때

부풀려진 맘과 꾸며진 말들로 행여 널 두 번 울렸을까 참 미안해

이렇게라도 다시 너에게 닿을까 모자란 마음에

모질게 뱉어냈던 말들에 그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


위의 가사가 이해하기 힘든 킬링 파트다.


작사 작곡 김동률에 노래를 만들어서 들려줬다는 것이나 화자의 노래가 라디오나 길거리에 울려 퍼진다는 내용으로 봤을 때, 화자를 김동률 본인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 같다.


그렇다면 "모질게 뱉어낸 말들에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걱정하는 내용을 다시 노래로 만들어서 라디오나 길거리에 울려 퍼지게 하는 심보는 무엇일까.


굉장히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 한 번 더 상처를 주더라도 그녀와 다시 연락하고 싶다는 처절한 표현이거나, 나르시시즘에 잠식되어서 노래를 들을 상대를 온전히 생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노래를 만들고 출판한 것이어야 가능한 스토리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어쩌면 둘 다 약간씩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이 외에도 꽤 있는데 이 정도로 줄여야 할 것 같다.


우리 모두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p.s. "예전 꿍시렁에 비해서 더 신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특별히 전문적이지도 않아서 재미없다"라는 평을 들었다. 많이 생각해봤는데, 그래도 꿍시렁같은 글을 다시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도 먹고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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