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역에서 나와서 길을 헤매지만 않는다면 걸어서 5분 정도에 도착할 수 있다. 홍콩역과 거리상 더 가깝다.
설날이라 홍콩 스타일 빨간 봉투가 달린 귤나무가 있었다.
테이블 세팅. 깔끔한 광동식 세팅이다. 음식을 셰어 하는 것이 아니라서 젓가락은 하나씩만 놓여있다. 차는 보이차를 시켰다.
한 사람당 11만 원가량하는 executive lunch를 먹었다.
잉지클럽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고추기름과 마늘소스.
첫 번째 코스는 비둘기 고기이다. 메뉴에서부터 좀 불안하긴 했는데, 비둘기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일단 여기서 아내와 어머니는 식욕을 많이 상실했다. 필자가 열심히 다 먹었다
다음은 딤섬 트리오. 찐 딤섬, 딥 프라이 딤섬, 그리고 영국의 잔재인 베이크드 딤섬까지. 역시 이지클럽의 딤섬은 최고다.
다음은 전복, 버섯, 배추 수프. 보이는 것처럼 아주 깔끔한 맛이었다. 깔끔하지만 약간 심심한 맛.
고급 홍콩요리 코스에서 항상 등장하는 garoupa fillet. 약간 싱거웠다. 짜지 않은 음식은 언제나 좋지만, 그래도 심심해서 좀 아쉬운 감이 있었다.
메인 요리인 와규. 고기가 아주 부드럽고 위에 올라간 가르니쉬나 밑의 야채와 잘 어울려서 맛있었다. 보이는 대로 맛있는 요리였다 ㅎㅎ
탄수화물은 새우 완탕과 이나니와 면을 넣은 완탕누들. 홍콩의 정체성이 미슐랭의 고급스러움으로 표현된 요리였다.
디저트는 역시 알 수 없는 단 수프.. 필자가 광동 음식 중 가장 불만인 부분이다. 옆의 젤리나 파이는 맛있었다.
맛이 3점인 이유
미슐랭 2 스타인데도 불구하고 먹으면서 "와 맛있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음 맛있는데... 이 은은한 맛을 못 느끼는 내가 문제인가..?"라는 느낌이 드는... 마치 외국인이 평양냉면을 먹는 그런 느낌이 아닌가 싶다. 모든 음식이 신선하고 균형이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어딘가 심심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첫 번째 비둘기 요리는 약간 먹기 힘들었다.
분위기가 5점인 이유
많은 미슐랭 식당 중에서 유난히 조용하고 우아한 느낌이 많이 나는 식당이라 필자가 좋아하는 곳이다. 직원들도 친절하고, 옥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
화장실에 수조가 있는데, 필자가 수조를 보고 유일하게 "여기라면 안에 사는 생선들도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수조였다. 굉장한 고퀄의 수조라서 놀랐다.
안에 사는 새우도 어딘가 해피해 보이는...
가격이 2점인 이유
런치 코스 인당 11만 원 상당이면 이 외에도 다른 선택지가 많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곳만 해도 홍콩에 수없이 많은 고급 식당이 있는데, 다른 곳들보다 맛이나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움 면에서 전혀 엣지가 없는 것 같았다. 비둘기 같은 걸 닭으로 바꾸고 가격을 좀 낮춰보는 것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