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외국에서 가끔 마주치는 한식집들에 대해서, 대부분 굉장한 허접함을 느낀다.
(확실히 한국과의 물리적 거리 때문인지, 아니면 식문화의 유사성 때문인지, 홍콩에서 접하는 한국 음식점들은 미국에서 접하는 한국 음식점보다는 허접함이 덜한 것 같긴 하다.)
외국에서 만나는 한국 음식점들이 허접함을 주는 이유는 크게 1) 품질(맛) 미달과 2) 근본 없음이 있다.
이 글에서는 후자에 대해 간략한 불만을 표출하고자 한다.
근본이 없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한국 사람들이 보기에 직관적으로 "이 가게 뭔가 좀 이상하다"라는 느낌이 드는 가게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그냥 메뉴판이나 음식점 인테리어 등등 구성만 봐도 뭔가 한국 스타일이 아닌 것을 볼 때 근본 없음을 느낀다.
예를 들어서 구글에서 임의로 검색한 홍콩 내 한국 레스토랑 메뉴판을 보면 더 이해가 잘 될 수 있다.
아주 전형적인 외국에 있는 근본 없는 한국 바비큐 레스토랑 메뉴판이다.
이상하게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데, 외국만 나오면 한국 바비큐 집에서 기이한 조합을 완성해서 판다.
바비큐 플래터라고 해서, 소고기 조금 돼지고기 조금, 그리고 새우를 비롯한 해산물 조금... 뭐 이런,
한국 사람이 보면 당황스러운 조합을 판매한다.
물론 근본이 없다는 것과 맛이 없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서, 근본이 없어도 맛있는 요리들이 세상에 매우 많다.
다만 근본이 없음으로 인해서 그 자체로 한국 음식과 느낌을 기대한 소비자에게 실망을 안긴다는 점을 토로하는 것이다.
퓨전 요리라고 해도 모두 근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떡볶이 집에서 짜장 소스에 떡볶이를 만들어서 팔면 퓨전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떡볶이 집에서 짜장면을 팔면 그건 퓨전이 아니라 근본 없음이다.
오늘 인스타그램을 뒤적이다가 어떤 사람이 "사천식 요리 맛집"이라고 하면서 첫 번째 이미지로 우육탕면을 올려놓은 것을 보고 새삼 근본 없음을 느꼈다.
물론 근본을 잘 지킨다고 음식점이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음식점들이 외국에 가서 근본을 잃는 데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님들이 알지도 못하는 근본을 가르치느니, 그냥 손님들의 기호에 맞는 음식을 파는 것이 맞는 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와중에 근본을 지켜나가는 집을 보면 굉장한 소중함이 느껴지게 된다.
부디 서울에도 짜장면을 팔지 않는 딤섬 요릿집이 많아지기를,
부디 외국에도 새우를 불판 위에 굽지 않는 한국 음식점이 많아지기를,
바라보며 음식 근본론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