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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Dec 20. 2018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영화 감상평

벚꽃이 없었다면 일본 문학은 어떻게 버텼을까

넷플릭스에서 제목만으로도 충분한 어그로를 끌었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보았다.


딱히 재밌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왠지 후기를 남기고 싶어서 남긴다.(스포일 있음)


우선 두 가지 영화를 섞으면 이 영화의 80%가 구현될 것 같고 하나 더 섞으면 95% 정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고교 교내 도서관과 거기의 독서카드를 소재로 했다면 영화 러브레터(1995)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뭔가 여자한테 말도 잘 못하는 찐따 캐릭이라는 점에서 췌장의 남주랑 비슷하다. 러브레터 남주가 훨씬 잘생긴 것만 빼면.

여자한테 말도 제대로 못 거는 어리버리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러브레터 남주는 정황상 성인이 되어서 포텐이 만개한 것 같지만 췌장의 남주는 성인이 되어도 외모는 만개했지만 성격은 여전히 찐따다.


소재 면에서 러브레터라면, 죽음을 앞두고 있는 고교생 여주와 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길 만큼 씩씩한 캐릭터. 그러면서도 가끔 두려움에 눈물을 흘리는.


당연히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 이하 세카츄)가 떠오른다. 물론 세카츄의 드라마 버전 여주 아야세 하루카나 영화 여주 나가사미 마사미한테 췌장의 여주가 발린다.


그래서 총평은 러브레터와 세카츄를 50대 50으로 섞어서 조금 다운그레이드 시킨 영화가 아닌가. 여주의 친구와 남주와 세 명의 관계를 보고 있자면 하나와 앨리스(2004)가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남주는 그런데로 리얼했는데 여주의 웃음연기가 부담스러웠다.

아무튼, 이쯤 되면 대충 스토리를 다 알겠지만, 여주가 아프고 근데 여주가 남주를 먼저 좋아하고, 근데 남주는 찐따라서 10인싸인 여주가 대쉬하니까 뒤로 물러서고, 달려라 하니 같은 씩씩한 여주는 계속 다가서고, 남주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여주가 죽음의 공포 앞에서 슬퍼 ㅠ_ㅠ 하면 남주가 "나도 널 걱정하고 있어" 하면 여주가 또 울고, 머 그런 구성이다.


단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이라면,


"옛날 사람들은 아픈 곳이 있으면 다른 동물의 그 부위를 먹음으로써 아픈 곳이 낫는다고 생각했대"라는 대사, 그리고 이로부터 이어지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대사의 흐름.


어그로는 이렇게 끄는거구나, 라고 새삼 깨달았다.


역시 먹고살기 힘들다.


일본 드라마도 영화도, 점점 캐릭터에 맞게 배우들이 안 잘생겨지고 안 예뻐지는 흐름이 있는 것 같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칸방 살고 병든 부모 모시고 사는 시골 출신 여자애가 항상 풀메이크업으로 잠들고 세련된 패션으로 다니는 연출이 너무 싫어서, 이러한 일본의 리얼리즘을 좋아했는데,


막상 예쁜 캐릭터로 나와야 할 여주가 내 눈에 예쁘지 않으니까 그건 그것대로 보기 힘들었다.


튼, 정말 너무너무너무 심심할 때 아니면 굳이 볼 필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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