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30년간 들은 것 같은데...
한반도에 사계절이 사라진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 지 오래되었다.
86년생인 필자의 체감상, 최소 1990년부터 현재까지 항상 들어오는 말인 것 같다.
가을이 1%씩만 매년 짧아져 왔어도, 30년이면 0.99 ^ 30 이면 원래의 73%만 남았어야 하는데, 그럴 리 없다는 느낌이 들어서 최근 30년간 가을의 길이를 직접 계산해 보기로 했다.
막상 계산을 해 보려고 하니 살짝 난해한 부분이, 가을의 길이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위키피디아에 "가을" 항목을 보면 가을을 정의하는 여러 방법이 나와있다. 9 - 11월까지를 가을이라고 보기도 하고, 입추부터 입동까지로 보기도 한다만, 사람들이 말하는 "봄, 가을이 짧아진다!!"라는 것은 기상학적 정의에 따른 말인 것 같다.
기상학적 정의로는 "가을"을 정의한다기보다는, "가을의 시작"이 정의된다. 일평균 기온이 20도 이하로 내려가서 9일간 유지되면 그 9번째 날을 가을의 시작으로 본다. 가을이 시작되고 나면 그 후에 높은 일평균 기온을 기록한다 하여도, 그 날이 여름인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이 정의에 따르면 가을의 시작일과 겨울의 시작일(= 일평균 기온이 5도 미만으로 내려가 9일간 유지될 때)까지의 기간을 가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상청에서 서울시 일별 일평균기온 데이터를 1989년 10월 1일부터 2018년 9월 30일까지 다운받아서 총 30년간의 가을의 길이를 계산해 보았더니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대충 봐도 특별한 패턴이 보이지는 않는다.
duration.days만 플랏으로 찍어보면,
역시 특별한 패턴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도대체 왜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을 하는 것일까?
구글에 "봄, 가을이 짧아지는 이유"라고 검색하면 제일 먼저 흥미로운 기사가 뜬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293860
나랑 비슷한 접근을 한 기사인데, 이미 2013년에 나왔다.
기사에 따르면 기상학적으로 봄의 기간은 변한 바 없고, 애당초 기상학적 정의에 따르면 여름과 겨울이 봄과 가을보다 긴 것인데, 3 - 5월은 봄, 6 - 8월은 여름, 9 - 11월은 가을, 12 - 2월은 겨울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3월에는 "봄인데 왜 이렇게 춥지?", 5월에는 "봄인데 왜 이렇게 덥지?" 등의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굳이 계산할 필요 없이 구글에 찾아보면 되는 것이었다.
봄과 가을은 짧아지지 않았으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말도록 합시다.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