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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Aug 06. 2022

우리는 소방관을 존경해야만 하는 걸까?

온라인 커뮤니티를 서성이다가 "대학병원 외과의사가 만난 유전질환 고3 학생과 어머니 썰"이라는 글을 읽었는데, 댓글이 인상적이었다.

(원글: https://www.fmkorea.com/best/4892417170)

원글의 내용은 고3 학생의 대장을 크게 수술해야 했던 외과의사의 소회이다. 환자의 어머니와 환자를 보면서 느낀 복잡한 심경과 수술의 책임감이 잘 드러난 글이었다.


베스트 댓글 1은 "이런 걸 보고도 의사가 돈 많이 벌어가는 악덕 직업인 것처럼 프레임 씌우는 건 진짜 말도 안 된다."이었고, 베스트 댓글 3은 "아침부터 눈물 흘렸네 ㅠㅠ 의느님들 존경합니다."였다.


이러한 댓글들을 보고 필자가 의무소방으로 복무하면서 느꼈던 소방관의 직업윤리와 관련된 소회를 공유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썸네일용으로 긁어온 사진. 잔불처리 중이신 것 같다. 설마 의무소방은 아니겠지...

소방관은 일반적으로 사회의 존경을 받는 직업이다. 왜일까?


아마도 그들의 업무 자체가 본인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존경에 대해서 혹자는 평가절하를 한다.


"어차피 월급과 위험수당 받고 일하는 거고, 그 위험이란 것이 다 급여에 포함되어 있어서 따질 거 따져보고 일하는 건데 왜 그들을 존경해야 하나?"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사회의 존경지 급여에 포함되어 있는데 내 존경심까지 추가로 지불해야만 하냐는 의견일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소방관이라고 모두 위기의 순간에 본인의 목숨을 걸고 타인의 생명을 지켜줄 각오가 되어있는 것은 아니다. 소방관의 프로토콜 자체가 본인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구조활동을 하는 것을 장려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소방관도 분명히 비용과 편익을 고려해서 일을 하는 주체인 것이 맞고, 소방관이라고 해서 본인의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고 무조건적으로 타인의 재산과 생명만을 우선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아마도 분명하게, "타인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작업을 수행하다 죽거나 다친 사람들의 직업"을 카운트해보면, 군인을 제외하고는 소방관이나 경찰이 최상위권일 것이다.


그리하여, 논쟁이 될만한 부분은 이런 것인 것 같다.


"과연 타인을 위해 희생할 마음이 전혀 없는 사람이, 소방활동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사회는 존경심을 표현해야 하는가?"


필자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비단 소방관뿐만이 아니라 사회의 수많은 선행에 있어서 선행을 행한 사람의 의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흔히 뉴스에 나오는 의인들에게 그 당시의 심경을 묻는 인터뷰를 하면, "그냥 몸이 움직였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분들의 말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선행을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착한 일 해야지!"라는 의도 없이 선행을 행한다. 그렇지만 선행을 했다면 그 사람은 그것만으로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이다.


어느 소방관이 야근을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야근한다고 시스템에 입력하고 탁구를 치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가 출동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출동에 휘말려서 현장에 투입되었다 하더라도, 그 현장에서 무언가 고귀한 일을 했다면 당연히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소방관들은 존경받을 만한 일을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하는 사람들이기에, 사회적인 존경을 받기에 충분한 사람들이다.


세상의 존경을 받는 많은 사람들이 완벽하거나 천사 같거나 흠 없는 사람인 것은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라고 도덕적으로 우월한 것도 아니고, 모든 분야에서 천재인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소방관이라고 평소에 교통법규를 완벽히 지킨다거나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그런 것과 관계없이, 타인을 도와주는 작업을 수행하는 직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소방관은 사회의 존경을 받을 만한 것 같다.


존경심이라는 것은 개인들에게는 특별히 물리적인 비용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쓸 필요도 없다. 그저 마음으로만 갖고 살아도 충분한 것이므로,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들에게는 개개인이 넉넉히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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