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4일부로 유부남이 되었다.
새 집에 가구가 속속 들어오면서 Playstation 4도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Last of us나 Horizon Zero Dawn 같은 걸작이 없는 시기라서 그런 것도 이유이겠지만, 결혼과 맞물려서 게임을 하는 총시간이 확 줄었다.
이유를 생각해봤고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아내의 눈치가 보인다.
2. 게임이 예전처럼 재미있지가 않다.
먼저 1번에 대해서 먼저 밝힐 점은, 내 아내는 내가 게임하는 것에 대해서 한 번도 뭐라고 한 적이 없다. '한심하다'라느니 '꼴 보기 싫다'류의 발언을 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건전한 취미'라면서 장려해주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가 보인다. 왜일까.
우선, 둘이 사는 집에서 혼자 거실 및 티비를 독점하고 게임을 하는 게 미안하다. 아내가 혼자 있을 때 티비로 netflix를 자주 보는데, 내가 게임을 하면 그걸 할 수 없게 된다.
뭐 이런 건 당연히 느껴야 하는 문제이고 아마 장기적으로 해결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티비를 하나 더 산다든지...
이런 문제를 글로까지 쓰게 된 원인은 이유 2번과 관련된 생각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게임이 예전처럼 재밌지가 않다.
내 스타일의 메이저 게임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게임이 제공하는 효용 중 하나를 잃어버렸기 때문인 것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했다.
게임의 효용은 게임의 스토리, 조작감, 영상미 등에서 오는 내재적 효용과 게임을 하고 있는 본인의 늘어진 모습을 즐기는 외재적 효용이 있는 것 같은데, 이 외재적 효용을 온전히 즐길 수 없는 마음이 큰 것 같다.
마치 회사에서 아무리 할 일이 없어서 뭔가 할 일이 있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처럼, 집에서 쉬고 싶어도 잠을 자거나 산책을 하는 등의 생산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어딘가 꺼림칙하다.
그래서 게임을 하면서도 뭔가 스토리가 엄청 흥미롭거나 정말로 조작감이 좋은 그런 것이 아니라, 대충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하는 게임은 최대한 줄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이유로 게임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내가 게임을 즐겼던 이유 중에 한 부분이, 정말 게임을 즐긴다기보다는 그냥 시간이나 때우고 대충 늘어져있는 그 순간을 즐기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브런치에 구독자가 6명이나 되면서 뭔가 그럴듯한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너무 그럴듯한 글을 쓴 것 같다. 스스로의 허세에 놀랐다.
암튼 빨리 god of war 4가 나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