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cyclabl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ia Aug 21. 2019

홍콩 살이 두 달 차 후기

홍콩에 온 지 어느덧 두 달이 되어간다.

간단히 후기를 남기기 좋은 타이밍인 것 같다.


홍콩살이의 이미지는 아일랜드의 화려한 사진보단 이런 사진이 더 적합한 것 같다.


*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지만 홍콩의 시위와 필자와의 관계는 박근혜 탄핵 시위 혹은 광우병 규탄 시위 때 판교에서 근무하던 외노자가 느끼는 상황과 유사한 것이다.

말인즉슨, 필자도 뉴스를 통해서만 시위를 접하지, 일상 속에서는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 수준이란 것이다.


**

홍콩은 시장경제와 계획경제의 스펙트럼에서 상당히 시장경제에 치우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복지는 국가에서 마사회를 운영하면서 걷어들이는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학교 대주주가 마사회이고, 어딜 가도 마사회 사인이 보인다).

보통 미국을 경험한 많은 미국 유학파 출신들은 한국이 보다 시장경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고, 구라파를 모델로 삼는 많은 사람들은 보다 더 계획경제적인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필자도 외국 살이를 미국만 경험했을 때는 미국의 시장경제 시스템이 좋다고 느꼈는데, 홍콩을 경험하고 나니 그에 대한 다른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시장경제를 찬성하는 쪽의 정책들이 활성화되면 빈부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돌이켜보면 미국도 이 면에선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다만, 미국은 땅이 너무나도 넓고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에, 시장경제의 경쟁에서 돈을 잃는 쪽에 속한 사람들과 돈을 얻는 쪽에 속한 사람들이 많은 일상을 공유하지 않는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건물에서 일하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그 건물에서 청소부를 하고, 그리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서 시간을 보내고, 주말이 되어도 각자 다른 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크게 마주칠 일이 없다.

홍콩의 경우는 인구밀도도 높고, 땅의 면적 자체가 좁기 때문에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아주 많은 부분을 공유하면서 살아가게 되는데,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조선시대 때 양반과 머슴이 이런 모습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홍콩은 동남아시아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발급되는 비자로, 더 낮은 최저시급, 더 열등한 복지 시스템을 제공하면서 그들의 노동력을 사용하고 있기에 이러한 계급체계가 훨씬 더 자극적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아직 시스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낼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확실한 것은 시장경제에 대한 필자의 생각이 미국에서 경험한 것과 홍콩에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상당히 많이 수정되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추후의 감상을 통해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

광동 음식은 단 것이 많다. 

음식도 달짝지근하고 티도 달짝지근하다.

단짠에서는 짠, 맵싱에서는 맵을 지향하는 필자인지라, 사천음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후난 음식을 접해보니, 후난 음식이 짱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외국에 나와서 가장 한국 본토의 맛을 내기 어려운 음식은 순대이다.

반박이 있으면 환영합니다만, 순대가 진짜 가장 찾기 어려운 맛인 것 같다.


*****

중국 본토를 가 본 적은 없지만, 아무튼 홍콩과 중국을 통합한 중국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매너가 좋다고 할 수 없다. 어째서일까. 아시아에서 가장 발달한 문명으로 산 역사가 천 년이 훌쩍 넘는데 어째서일까. 아직까진 마땅한 설명을 찾지 못했다. 이것도 의견 있으시면 좀 주시길 바랍니다...


******

홍콩 사람들이 영어를 생각보다 못하는 것은 맞지만, 반대로 못 한다고 생각하면 생각보다 잘하는 느낌도 있다.

특별히 문장을 만들지는 못해도 이런저런 키워드로 어느 정도 대화의 목적을 달성하는 정도의 레벨은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한국의 영어교육도 이런 식으로 현실적인 목적 달성을 가능케하는 쪽으로 바뀔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홍콩 사람들은 no need라는 표현을 아주 많이 사용하는데, 굉장히 효율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상.

매거진의 이전글 음원 순위 조작의 진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