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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Jan 08. 2020

음원 순위 조작의 진실

(유튜브에서 많이 흥행하는 낚시성 제목을 차용했다. 차트 조작은 이렇게 하는거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ㅎㅎ 물론 여타 유튜브 포스팅이 그러하듯 이 글을 다 읽어도 진실은 나오지 않습니다)


최근 음원 순위 조작과 관련된 이슈가 핫하다.


꽤 예전부터 사람들의문을 품어왔던 이슈이고, 닐로나 장덕철 등의 가수가 해당 이슈와 관련이 깊고, 어느새 바이브나 장혜진 같은 빅네임들도 이 이슈에 연관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다가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서 더욱 회자가 되고 있는 이슈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급자 측면에서 이야기를 한다. 예를 들어서 창모나 마미손이 저격했듯 바이브가 과연 조작을 한 것이냐 아니냐를 밝힐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캐삭빵이 진행되는 분위기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가장 큰 문제는 플랫폼에 있다고 보는 바이며, 플랫폼 관리 관점에서 몇 가지 이슈를 제기하고 싶다.


이 글은 필자의 모바일 광고업계 데이터 분석 경험을 기반으로 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뇌피셜임을 미리 밝히며, 보다 공신력 있는 자료는 알아서 찾아보실 것을 미리 권하는 바이다.


1. 순위 조작은 실제로 봇이 하는 것일까?


답부터 말하자면, 데이터를 까 봐야 알겠지만 아마 까 봐도 쉽게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미 2013년에 이와 관련된 뉴스 기사가 나와 있다.

(https://news.joins.com/article/12051126)


논리적으로는 한 곡이 4분이고 하루는 1,440분이니 하루 종일 재생을 시킨다고 하여도 하루에 360번밖에 재생할 수 없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하루에 많게는 3,000번까지 재생한 계정이 존재한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것은 일반적인 유저의 행동이라고 보기 힘들뿐더러, 아무리 극성맞은 음악 마니아라 하더라도 다 듣지도 않는 노래를 (24시간 기준 3,000번을 재생하려면 곡당 29초 정도만 들은 것) 하루에 3,000번이나 클릭하면 그것은 로봇의 행동이라고 인식하는 데에 무리가 없다.


그렇지만 실제 그 클릭을 저지른 주체가 로봇이라는 빼박 증거는 멜론이나 벅스 같은 음원 플랫폼 측에서도 없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조작을 저지르는 방식이 너무나도 다양하고 또 나름대로 고도화되어있기 때문에 극성팬과 기계와의 경계가 모호한 지점이 꽤 많기 때문일 것이다.


어뷰징 관련 자주 등장하는 짤. 구글에 chinese click farm으로 검색하면 많은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있다.


극단적인 예지만, 위와 같이 노동집약적 조작을 한다고 치면, 사실 조작을 시도하는 것을 잡아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2. 그래도 하루에 3,000번은 말이 안 되는데?


맞는 말이다. 아무리 경계가 모호하다고 해도, 플랫폼 입장에서 그냥 금지시키면 장땡이다. 예를 들어서 게임을 온라인 게임을 할 때, 게임의 버그를 이용해서 뭔가 말도 안 되는 치팅을 행하는 것이 위법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플랫폼 오우너 (게임사) 입장에서는 그냥 그 행위를 못하게 막아버리면 그만이다.


음식점에 키즈도 못 데려오게 하는 세상에 "하루 300번 이상 재생하여 이상행동 감지하여 사용을 30분 정지합니다"와 같은 식으로 규정을 정해버리고 못하게 하면 그만이다.


정확한 데이터 분포를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대략 1,000번 정도로 규정을 정해놓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만, 그러면 3,000번짜리 계정 하나가 999번짜리 계정 3개로 변신하는 과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마...


아무튼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플랫폼 입장에서 충분히 정화가 가능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동일한 결제수단으로 복수 계정을 금지한다든지 등.. 방법은 많을 것이다.)


3. 그렇지만 플랫폼으로서는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유인이 없다.


인터넷 댓글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90% 정도는 가수들을 욕하고 10% 정도는 플랫폼을 욕한다.


그렇지만 필자는 오히려 플랫폼의 잘못이 50%라고 생각하고 그런 허술한 플랫폼 하에 기생하는 소속사나 에이전트(바이럴 마케터)의 잘못이 나머지 반이라고 생각한다.


플랫폼의 책임이 더 큰 이유는 플랫폼도 이런 허술한 체제를 유지하면서 이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곡 재생당 유통사가 .686원을 벌었다.

(자료 출처: https://www.pianocroquis.com/138)

필자도 본 글을 작성하면서 이런저런 것들이 궁금했다.

우선 스트리밍 1곡 구매 가격이 7.7원이라는데, 1곡 구매의 기준이 어떻게 되는 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초반 10초를 재생하면 비용이 발생하는지, 미리 듣기 30초를 넘어가면 비용이 발생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또한, 대부분의 유저들은 한 달에 10,000원 같은 번들링 상품을 구매해 사용한다.

그러므로 아마 현금흐름은


유저 --> 월회비 --> 유통사가 저작권협회나 실연자 협회, 그리고 제작사에게 월말에 정산해주고 --> 남은 거 먹는


순서일 것으로 추정한다. (여전히 뇌피셜이다)


뭐 이런 식이라고 하면, 사실 봇 같은 경우는 유통사에게 좋은 방식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정상 유저들은 미리 낸 돈을 다 쓰지도 못할 것이므로 유통사 입장에선 비용 없이 꿀꺽이 가능한데 봇들은 엄청난 비용을 발생시켜서 심지어 적자를 발생시킬 수도 있으니...


그렇지만, 보다 많은 유료회원을 유치하는 것은 플랫폼 입장에서 이득일 테니 음원차트 발생 로직을 이에 맞게 정해놓기만 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예를 들어서 노래 A와 노래 B가 있을 때, A는 한 계정에서 3,000번 재생했고, B는 열 계정에서 각각 300번씩 재생했다고 치면 B에 더 높은 순위를 부과할 수 있다. 이렇게 해 놓으면 플랫폼은 에이전트들로 하여금 보다 많은 계정을 확보할 유인을 제공하게 되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아니면,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와 순위가 올라가는 로직이 같지 않아서 이미 윈윈일 수 있다.


하루에 3,000번 재생한 계정이 있다고 했는데, 이는 이미 4분짜리 음악을 전체 재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랫폼 입장에서 "만약에" 비용이 발생하는 게 30초 이상 재생이라고 치면, 플랫폼 순위에 점수를 매길 때는 20초 이상이라는 기준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브로커들이 봇으로 25초만 재생하면 서로가 윈윈 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정확히 어떤 시점에 비용이 발생하는지 찾아보지 못해서 정확하게는 말할 수 없지만, 아무튼 포인트는 플랫폼과 브로커가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를 플랫폼이 유도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4. 마무리 및 요약


물론 플랫폼이 브로커들의 개입을 염두에 두고 구조를 설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선 충분히 개입을 인지했을 것이고, plan A와 plan B를 놓고 저울질했던 순간이 있었으리라 추정해본다.

그때, 매출을 해하지 않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 작금의 상황에까지 이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러므로, 결론은 가수만 깔 게 아니라 플랫폼도 같이 까야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무리 세 줄 요약:

1. 멜론이나 벅스 같은 플랫폼들이 조작을 장려한 것은 아니다.

2. 그렇지만 조작을 인지하면서도 본인들의 매출을 희생하면서까지 한국음악 발전에 기여할 의지는 없었다.

3. 앞으로도 그런 의지는 없을 테니 이를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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