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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Aug 31. 2019

매너는 정치적이다.

그래서 나만 잘하면 된다.

지난 글, 홍콩 두 달 산 후기에 속한 내용 중에 매너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그에 대한 댓글 중, 서양의 스타일을 다른 문화에 강요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매너란 무엇일까.


항상 이럴 때는 사전에서 찾는 것이 좋은 스타트인 것 같다.


구글에 manner meaning이라고 치면


1. a way in which a thing is done or happens

2. a person's outward bearing or way of behaving towards others


라고 나온다.


보통 매너가 있다 없다를 말할 때는 2번의 뜻인 것 같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남들이 보기에 어떻게 행동하느냐, 가 매너라는 것인 것 같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목소리가 너무 커서, 그런 면에서 매너가 없다, 라는 명제를 놓고 생각을 해보자.


일단 목소리가 크다는 것의 기준이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 

몇 데시벨부터는 노매너, 몇 데시벨까지는 매너라고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매너는 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으로부터 정해진다는 점에서,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30 데시벨까지는 괜찮다고 하면 30 데시벨까지는 괜찮은 것이고, 40 데시벨부터는 매너가 좀 없는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 민주주의는 모두가 한 표를 갖는 시스템이 아니다.

예를 들어서 10명이 타고 있는 열차칸에서, 5명이 핸드폰으로 영상을 이어폰 없이 스피커를 틀어놓고 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나머지 다섯 명 모두 핸드폰 스피커를 열차 안에서 틀어놓는 것이 매너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5:5가 되니까 스피커를 틀어놓고 영상을 보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

그렇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다섯 명 중 한 명에서 스피커를 끄라고 말한다면? 그리고 그 말이 먹혀들어서 실제로 핸드폰을 끄게 된다면? 그렇다면 스피커를 키는 행위가 매너 없는 행동이었다고 절반 이상의 사람이 공감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

그러므로 매너라는 것은, 공간을 점유한 사람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의사 표현이나, 주위 사람들의 의사표현을 돕는 역할 등이 의미를 미치는 정치적인 면모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힘의 논리이지만, 폭력적으로 굴복시키는 것은 아닌, 굉장히 세련된 형태의 정치행위라고 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스피커를 키는 사람을 때리거나 욕해서 깨닫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저 사람은 매너가 없다"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상황을 통해서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고오급 정치행위가 무수히 많은 횟수 반복될 때 매너란 것이 정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포인트는,

매너가 없는 사람을 매너가 없다고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나의 매너도 깎이게 되는 아주 기이한 것이 매너란 것이므로, 나만 잘하면 된다.


라는 소시민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역시 인생은 나만 잘 살면 나머지는 다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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