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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Sep 05. 2019

드렁큰 타이거 숨은 명곡 플레이리스트 10곡

3집 앨범 커버

드렁큰 타이거가 은퇴했다.


99년 DJ Shine과 함께 시작한 그룹이 2018년 Drunken Tiger X : Rebirth Of Tiger JK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은퇴한 지 이미 1년이나 지났지만, 최근 유튜브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ILHy4k8OEUA 이 영상을 보고 드렁큰 타이거 노래를 정주행 하다가 임진모 모드가 되어서 드렁큰 타이거 노래를 이용한 플레이리스트를 짜 보려고 한다. 나의 학창 시절 및 성장기를 함께한 가수이므로, 이런저런 잡설을 얹어서 정규앨범 스타일로 가 보려고 한다.


독자들의 흥미를 위해서 너무 유명한 타이틀곡들은 제외한 채 짜려고 하고, 앨범 발매 순서와는 상관없이, 90년대 테이프를 녹음해서 친구한테 전하는 마음으로 10개의 트랙 코스를 짜 보려고 한다.


1. W.O.R.D

https://www.youtube.com/watch?v=SpqB-DT6noc

2001년 3월에 발매된 3집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이다. 이 앨범은 나의 중3 생일날 선물로 받아서 워낙 유명했던 타이틀곡 Good Life 외에도 전체 트랙을 즐길 수 있었다. 예전 정규앨범 시절을 즐기던 독자들은 타이틀곡이 아니더라도 정규앨범의 1번이나 2번 트랙을 플레이리스트에 "숨은 명곡"으로 넣는 것은 조금 반칙과 같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마치 논문의 abstract처럼, 요즘 인터넷 글들의 선 3줄 요약처럼, 그 앨범의 느낌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트랙이자, 듣는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1번이나 2번 트랙은 타이틀곡이거나, 타이틀곡에 준하는 좋은 트랙인 경우가 많았다. 아무튼 이 앨범의 1번 트랙을 들어보면 그 당시에 경쟁자였던 지누션(그 당시에 지누션의 a-yo와 good life가 경쟁을 했는데, 두 노래를 지금 들어보면....)에 비해서, 혹은 주석이나 가리온 등의 마스터플랜 가수들에 비해서 얼마나 authentic 한 노래를 한국에 들고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 들어도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Dr. Dre의 2001에 수록되어도 손색이 없을 것만 같은 간지를 가지고 있다.


2. Fist of Fury

https://www.youtube.com/watch?v=GcsE3-250Ow

한창 우리 형이 미국에서 진성 힙찔이가 됐을 2003년 발매된 앨범이다. 내가 앨범을 구매해서 미국에 있는 형이 좋은 노래들만 mp3로 보내달라고 했을 때, 이 곡을 빼고 보냈다가 나중에 형이 정규를 듣고 이런 노래 안 보내고 왜 이상한 것만 보냈냐고 타박해서 뇌리에 박힌 노래다. 드렁큰 타이거 앨범 통틀어서 거의 유일하게 DJ Shine이 JK보다 멋있게 들리는 노래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눈치챘을 독자도 있겠지만,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강약중강약 따윈 없고, 강강강 일변도여도 문제없다는 주의이다 ㅎㅎ.


3. The Movement

https://www.youtube.com/watch?v=dBdH2Pjw-eU

드렁큰 타이거 초창기에는 지금처럼 AOMG나 젖뮤처럼 힙합 전문 레이블이 있던 시기는 당연히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도 미국에서 웨스트니 이스트니 싸우쓰니 패거리로 나뉘어서 싸움질을 하던 것이 유행(?)이었던 시기인지라, 한국에서도 마스터플랜 vs 드렁큰타이거를 필두로 한 무브먼트의 진영이 서서히 갖춰져 갔다. 물론 이 경쟁은 주석의 폭망과 다듀와 드렁큰의 떡상으로 싱겁게 끝났지만.. 암튼 무브먼트 크루는 드렁큰 타이거와 다이나믹 듀오, 그리고 마지막엔 바비킴 앨범까지 돌아가면서 The Movement 시리즈를 냈고, 앨범마다 이 노래를 찾아 듣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이 노래는 최초의 The Movement이고, 드렁큰 타이거, 김진표, 씨비매스, , 그리고 윤미래가 참여했다. 아무리 들어도 김진표의 "진표 아뵤"는 미친 라임인 것 같고, 이센스가 개코를 깔 때(True Story: https://www.youtube.com/watch?v=7rWBZZDKppw) 사우스 팍의 사담 후세인의 사악한 어둠의 길이란 소리를 하는데, 위 노래에서 개코의 오리지널을 들어볼 수 있다는 것도 재밌다. 격세지감.


4. Hidden Track

https://www.youtube.com/watch?v=AcofCqV7Yz8

필자가 고3이던 2004년 발매된 드렁큰 타이거 5집 One is not a lonely word의 마지막에 숨어있는 히든트랙이라서, 특별히 제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드렁큰 타이거 앨범에 있어도 YDG가 처음부터 끝까지 랩을 하기에 드렁큰 타이거 플레이리스트에 담기 좀 애매한 감이 있지만, 너무 예술적인 노래인 데다가, 위닝 일레븐, 뻠삥한 뒤에 닭가슴살 등 주옥같은 가사가 담겨 있어서 친구들과 사랑했던 노래이다. 이 노래를 통해서 Que Pasa라는 표현을 처음 알게 되었다.


5. Once Upon a Time

https://www.youtube.com/watch?v=OkXoEREG198

마찬가지로 드렁큰타이거 5집 수록곡인데, LA의 고딩 갱스터 라이프를 그리는 노래이다. 뭔가 자전적인 듯하면서도, jk가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비벌리 힐즈에서 고교생활을 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이게 그냥 주변에서 주워들은 내용을 쓴 노래인지 본인의 리얼 스토리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마치 서태지의 come back home처럼, 방황하는 청소년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어루만져주는 듯한 성장소설 비슷한 느낌을 주는 노래여서 어린 마음에 좋아했다. 실제로 필자가 텍사스 어스틴에서 대학원 재학 중, 텍사스 한인 축구대회가 어스틴에서 열린 적이 있었는데, 샌 안토니오에서 온 한인 팀이 살짝 상태가 이상했다. 들리는 말로는 그 팀은 전년도에 퇴장을 받으니까 권총을 들고 설쳤다는 썰을 들었는데, 미국에서 그런 나사 좀 풀린 유학생 아이들을 보면 이 노래가 상당히 신빙성이 높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오해하실 수 있겠지만, 모든 유학생이 나사가 풀렸다는 말은 아닙니다)


6. 내 인생의 반의 반

https://www.youtube.com/watch?v=_m_ma2WUqzk

5집에서 노래를 3개나 뽑는 게 좀 거시기하지만, 이 노래는 도저히 뺄 수가 없다. 흔히 타이거 JK를 생각하면, 도사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곤 하는데, 이 노래의 후반부에 나오는 JK 아버지의 나래이션을 들어보면 그런 도사력이 어디서 오는지 근원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 "시간은 영원해"라는 멘트에 상당히 꽂혀서, 필자도 애용하는 라인이 되어버렸다. 실제로 지금도 시간은 영원하다고 생각한다.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 임팩트 있는 말인 것 같다. 시간은 영원하므로 조급해할 필요도 없고, 영겁 속에 육신이 사라진다 한들 슬퍼할 필요도 없다는 주의이다.


7. 손들어!(here!)

https://www.youtube.com/watch?v=wc5A0ktPUP4

빈지노의 Time Travel(https://www.youtube.com/watch?v=E6Yp5eOAbks)의 가사 중에, 쩌는 훅 앞에 장사 없다는 가사가 있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정말로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4, 5, 6 집을 보면 타이거 jk가 영어 가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 속에, 상당히 과도기적인 이상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느낌이 많이 들고, 그러면서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는 건지, 간신히 이미지 정도만 파악할 수 있는 가사가 많은데, 이 노래를 들어보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몰라도, 훅이 너무 간지라서 뭐라고 말하는 거든 전혀 상관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드렁큰타이거 리뷰를 쓰면서 느끼는 건데, 필자는 드렁큰 타이거만큼이나 양동근을 좋아하는 것 같다 ㅎㅎ


8. 내가 싫다

https://www.youtube.com/watch?v=2_w6hrXjhAM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쯤 많은 남자들이 겪는 큰 변화 중 하나가 허세가 급격하게 꺾이면서 빠른 속도로 겸손해지는 것이다. 결혼을 하면서, 아이를 갖게 되면서, 회사에서 struggle 하면서, 20대 초반 때 가졌던 막연한 긍정이나 어떤 매크로 한 철학 같은 것들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그냥 아무것도 아닌(소위 말해 ㅈ도 없는) 한 명의 아저씨인 본인을 발견하게 된다. 2007년 발매된 845 heaven으로 유명한 드렁큰 타이거 7집에 소속된 이 노래는 타이틀곡만큼이나 유명한 노래라서, 덜 유명한 플레이리스트에 넣기는 좀 그렇지만, 너무 명곡이라서 꼭 넣고 싶었다. 필자가 현재 34살인데, 2007년에 34살이던 tiger jk의 솔직한 자기혐오를 느낄 수 있는 가사라서 좋다. 개인적으로 뭔가 34살인데 자기혐오의 면모가 보이지 않는 사람은 좀 느낌이 오지 않는다.


9. Die Legend 2

https://www.youtube.com/watch?v=3CQkyLDlSKg

이 앨범은 타이거 jk가 척수염으로 몸이 많이 안 좋았던 때 작업했던 앨범이라고 한다. 그래서 목소리가 살짝 이상하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에선 이상한 와중에 정말 호랑이 간지가 나고, 도끼와 개코의 버스는 타블로의 넘어진 8자 급의 레전더리 한 라인들이 아닌가 싶다. 도끼의 "내 랩은 명품 한 번 들으면 모두 굳지", 개코의 "넌 집에서 걸레나 빨어 Porno 스타처럼, 넌 진실 없어 요즘 브라운관처럼 넌, 짜가 옷처럼 택도 없어" 펀치라인 3 연벙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번외로, 드렁큰 타이거와 친밀하게 작업한 랍티미스트를 어렸을 때 교회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땐 친구가 '저 형 음악 하는 형이야'라고 했을 때 정말 아무 감흥이 없었는데, 나중에 "그 형이 랍티미스트야"라고 업데이트받았을 때 충격이 상당했다. 아마 내 주위(라기엔 그분은 날 모르지만..)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 중에 연예계로 진출해서 유명해진 유일한 사람인 것 같다. 암튼 이 앨범의 타이틀곡인 True Romance에 "음악에 미친 랍티미스트는 밤을 새워"가 나와서 이 리스트에 꼭 넣으면서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는데, 이렇게 억지로라도 욱여넣어 본다.


10. Beautiful

https://www.youtube.com/watch?v=yY5TyUtdEmQ

드디어 마지막 트랙 Beautiful. 게시된 링크는 유튜브에서 발견한 미니 라이브 영상이다. 2018년 발매된 10집은 마지막 앨범이라고 공표하고 발매한 만큼, 다양한 아티스트와 다양한 음악을 했고, 특히 드렁큰 타이거의 지난 20년간의 스토리를 재밌게 재해석한 노래들이 많아서 좋았다.


고집쟁2, 내 인생의 반, 뽕짝 2야기는 전부 이전의 노래들을 어떤 식으로든 리메이크한 버전이므로 같이 들어보면 좋다.


JK가 10집을 발매하고 드렁큰 타이거라는 이름을 더 이상 쓰지 않는다고 말하며, 세상이 변해서 본인이 작업하는 정규앨범 방식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것 같아서 드렁큰 타이거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하는 영상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같은 시대의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방식에 맞춰서 90년대 감성으로 테이프를 녹음하는 마음으로 리스트를 짜 보았다.


어차피 인생은 흘러가므로 과거를 추억해봐야 시간을 붙잡을 순 없다. 그래도 가끔씩 돌아봤을 때 좋은 기억들이 있다는 것은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게 하는 힘을 준다.


누군가는 이 글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망망대해에 유리병 속 편지를 떨어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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