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엘리의 감정 기획 시리즈
“왜 나만 이렇게 애쓰고 있지?”
그 사람과의 대화가 늘 이런 생각으로 끝나곤 했다.
처음엔 관계를 잘 이어가고 싶어서 더 다정하게 말을 걸었고,
무뚝뚝한 반응이 돌아와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내가 먼저 웃으면 따라 웃겠지.”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다.”
“부담 없이 가볍게 얘기해보자.”
하지만 대화는 늘 혼자만의 노력으로 끝났다.
질문은 내 쪽에서만 이어지고, 답변은 짧고 간단했다.
상대는 미소를 지어도, 대답을 해도… 마음의 문은 열지 않았다.
함께 일하는 관계든, 오랜만에 만난 친척이든,
누군가와 잘 지내고 싶을 때 나는 ‘진심을 담은 말’을 건넨다.
칭찬도, 공감도, 대화 주제도 신중하게 선택한다.
그 사람을 더 알고 싶고,
대화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니까.
하지만 어떤 사람은
‘좋게 얘기해줘도 깊이 들어오지 않는다.’
‘칭찬도, 관심도 부담스럽게 여긴다.’
‘사적인 이야기에는 단답형, 관심을 돌리거나 회피한다.’
그럴 땐 속상함보다 허탈함이 밀려온다.
내가 노력한 만큼, 그 사람도 조금은 마음을 내어주길 바랐기에.
사람마다 대화의 온도와 속도는 다르다.
어떤 사람은 가벼운 인사에도 금방 마음을 열고,
어떤 사람은 오래, 조심스럽게 두드려야 한다.
상대가 말을 아낄 때는
그 사람의 기질일 수도 있고,
마음의 에너지가 떨어진 상태일 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진심을 담아도,
상대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건 타이밍이 맞지 않는 대화일 뿐이다.
그걸 깨닫고 나니,
내 진심을 억지로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다.
관계란 결국 서로 궁금해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상대가 나에게 말을 걸고,
나도 그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그 안에서 공감이 피어난다.
만약 내가 먼저 묻고 또 묻는데도,
상대는 단답형으로만 대답하고 마음을 닫는다면?
그건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직 그 사람에게 “나도 너를 알고 싶어” 라는 신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땐 ‘대화를 멈추는 용기’도 필요하다.
억지로 친해지려 애쓰는 대신,
조용히 물러나 관찰하는 여유도 관계를 지키는 방법이 된다.
나는 왜 이 관계에서 더 많이 노력하고 있을까?
이 대화를 통해 바라는 건 무엇이었을까?
혹시 상대에게도 말을 아낄 이유가 있었던 걸까?
지금은 기다림이 필요한 순간 아닐까?
기록하는 엘리의 감정 기획 시리즈: 마음의 거리도 기획할 수 있다면
Ep.1 END
Ep.2. “왜 저 사람은 말이 없을까?”
— 말이 적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