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엘리의 감정 기획 시리즈: 마음의 거리도 기획할 수 있다면
— 말이 적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법
“같이 일하긴 하는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말이 없을까?”
처음엔 어색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말 없는 태도.
'나랑 안 맞나?'
'날 싫어하나?'
'뭔가 잘못한 건가?'
그 사람의 침묵 앞에서, 괜히 눈치 보게 되는 건 나였다.
말을 걸어도 대답은 짧고, 질문을 해도 벽처럼 돌아오는 반응.
나는 열심히 마음을 열려고 했는데…
왜 혼자만 애쓰고 있는 느낌이 들까?
우리는 보통 말로 관계를 맺는다.
그러다 보니, 말이 없으면 마음이 없는 것 같고,
말이 짧으면 거리감이 느껴지고,
말이 끊기면 불편해진다.
그런데 정말, 말이 없다는 건 관심도 없고 마음도 없다는 뜻일까?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말보다 생각이 먼저인 사람,
말을 내뱉기 전에 충분히 무게를 재는 사람,
혼자 있을 때 충전이 되는 사람.
그 사람에게는 침묵이 ‘예의’일 수도 있고, ‘배려’일 수도 있고, ‘자기 방식의 신호’일 수도 있다.
말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처음엔 나 자신이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 든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싫은가?"
"이 관계가 틀어진 건가?"
하지만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그 사람의 성향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들이 있다.
내향형(I)의 사람들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다음에야 말이 나온다.
어떤 사람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또 어떤 사람은, 어릴 적부터 말하는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스스로를 꾹 눌러왔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의 침묵은 무시도, 거절도 아닌,
"나는 아직 준비 중이에요"라는 작은 속삭임일 수도 있다.
그 사람의 침묵 앞에서
"왜 말을 안 해?"라고 다그치기보다
"어떻게 하면 편할까?"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가끔은 말 없이 같이 커피를 마시는 것,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신뢰가 자라나기도 한다.
말이 없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고 단정짓지 않기로.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니라고 믿기로.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사이,
내 마음은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이렇게 정리했다.
“모두와 가까워질 수는 없지만,
모두에게 다정할 순 있어.”
나는 그 사람과 조금 멀더라도
내가 다정하게 대했다는 걸 기억하기로 했다.
내가 한 말을 상대가 기억하지 않아도
내가 건넨 마음은 내 안에 남는다는 걸 믿기로.
말이 없는 사람은 마음이 없는 게 아니다.
그 마음을 꺼내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뿐.
누군가는 말로,
누군가는 행동으로,
또 누군가는 긴 침묵 끝에야 마음을 꺼내 보인다.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걸,
그 다름이 곧 관계의 시작일 수 있다는 걸,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기록하는 엘리의 감정 기획 시리즈: 마음의 거리도 기획할 수 있다면
Ep.2 END
Ep.3. “대화의 리듬이 안 맞을 땐?”
— 나와 말투, 속도, 리액션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