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시간에 피어난 무지개를 담다
관계의 파도 위에서: 나를 빚어낸 인연들의 기록
[아픔이라는 이름의 성장통]
인생의 어느 지점에는 마주치기만 해도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거나,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존재가 있다. 그들은 때로 날카로운 말로 내 자존감을 할퀴기도 하고,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실망감을 안겨주며 나를 굵은 눈물 속에 잠기게 했다.
나를 울게 했던 그 사람은 어쩌면 나에게 가장 엄격했던 스승이었거나, 나의 진심을 몰라주었던 연인, 혹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비수를 꽂았던 동료였을지도 모른다. 당시의 나는 그 눈물의 의미를 '상처'라고만 정의했다. 텅 빈 방에 홀로 앉아 그가 남긴 말들을 곱씹으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나는 이것밖에 되지 않는지 자책하며 밤을 지새우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눈물이 마른 자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아픔은 나라는 사람의 껍질을 깨뜨리는 망치와 같았음을 깨닫는다. 그가 나를 울리지 않았더라면, 나는 내가 얼마나 단단해질 수 있는지 영원히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울게 한 사람은 역설적으로 나에게 '한계'를 보여주었고, 그 한계를 넘어서야 할 이유를 제공했다. 그때 흘린 눈물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내 안에 고여 있던 미숙함을 씻어내고 새로운 살이 돋아나게 하는 정화의 과정이었다. 사실은 나를 가장 아프게 했던 그 인연이, 사실은 나를 가장 치열하게 성장시킨 스승이었다.
인간의 눈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기뻐서 흘리는 눈물, 감동의 눈물, 그리고 가슴을 후벼 파는 아픔의 눈물. 자서전의 일곱 번째 장을 열며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뜨겁고도 차가웠던 눈물을 쏟게 했던 '그 사람'을 소환한다. 그 사람은 친구였을 수도, 연인이었을 수도, 혹은 가장 믿었던 가족이었을 수도 있다.
당시 그가 나에게 남긴 상처는 단순히 마음이 아픈 수준을 넘어, 내가 믿어왔던 세상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었다. 그 눈물은 억울함이었고,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초라함이었다. "왜 나는 이것밖에 안 될까", "왜 저 사람은 나를 이렇게 대할까"라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밤을 지새우게 했다.
[껍질이 깨지는 고통, 그 망치질의 기억]
헤르만 헤세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고 했다. 나에게 그 사람은 나의 견고한 알을 깨트리러 온 망치와 같았다. 당시에는 그 망치질이 너무도 아파서 그를 원망하고 증오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썼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상처 위에 새살이 돋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 아픈 눈물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영원히 나의 좁은 세계 속에 갇혀 '착한 아이' 혹은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으로 머물러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가 나를 울게 했던 그 순간, 나의 자아는 무너졌지만 그 무너진 틈 사이로 비로소 '진짜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만큼 다정하지 않으며, 사람의 마음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냉혹한 진실. 그 진실을 마주하며 나는 비로소 어른이 되어갔다. 나를 울린 그 사람은 나에게 세상의 쓴맛을 가르쳐준 독한 스승이었고, 나를 강하게 단련시킨 거친 파도였다.
[눈물의 정화 작용과 성장의 기록]
눈물은 영혼을 닦아내는 세척제와 같다. 한참을 울고 난 뒤의 그 허탈함과 고요함 속에서, 정화된 마음 속 나는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상처받은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나는 내가 생각보다 훨씬 더 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약함을 인정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다시는 이렇게 울지 않겠다'는 단단한 다짐이 솟아났다.
그 사람 덕분에 나는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뇌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그리고 그 상처를 회복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를 배웠다. 그래서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매사에 조심하게 되었고, 타인의 눈물 뒤에 숨겨진 사연을 읽어내려 노력하는 공감의 근육을 갖게 되었다.
[이제는 웃으며 건네는 작별]
이제 자서전의 이 페이지를 정리하며, 나를 울게 했던 그 사람을 마음의 방에서 내보내려 한다. 여전히 그 기억은 아릿하지만, 더 이상 나를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오히려 그 시련을 견뎌내고 이 자리에 서 있는 나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가 나에게 준 눈물은 내 인생의 자양분이 되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그 눈물로 젖었던 나의 마음밭은 이제 그 어떤 가뭄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깊고 단단해졌다. 나를 울게 했던 당신, 당신 덕분에 나는 내가 얼마나 깊게 슬퍼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슬픔을 딛고 얼마나 높게 비상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당신이 남긴 상처는 이제 흉터가 되었고, 그 흉터는 내가 치열하게 살아냈다는 훈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