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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Sep 12. 2019

혼자 아프지 않아도 돼

여행지에서 맞이한 위경련과 몸살


여행지에서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게 없거늘,

어렵사리 시간을 맞춰 남자 친구와 떠난 여행지에서

첫날 오후부터 몸이 매우 안 좋았다

갑작스레 위경련이 온 것이다



신나게 먹고 마시며 놀아도 아쉬울 판에

앓아누우니 너무너무 아쉬웠고, 속상함과 서러움이 폭발했다

어떻게 얻은 휴간데....!!!!!



특히나 위경련이었기에,

맛있는 것을 잘 먹을 수도 없고

타지에서 고소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도 없으며

저녁 무렵 운치 있게 한 잔 기울일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라 그렇게나 서러웠 



아프긴 또 얼마나 아픈지

한 동안 윗배를 쥐고 급히 트리겔을 먹었는데도 쉽게 진정이 안되어 2정을 들이부었더란다

경련이 겨우 가시고 난 자리에는 몸살 기운이 찾아왔다

열이 오르고 뚜드려 맞은 것처럼 아팠다



여행지에서 하고 싶던 것을 죄다 못하고,

또 아픔에 기분이 한없이 다운되고 있던 찰나였다






남자 친구가 열이 올라 뜨끈뜨끈해진 나를 시원한 품으로 꼭 안아주

힘없이 누워 있는 내 옆에서 배도 쓸어주고, 열도 식혀주며 닥여도 주었다

이른 밤부터 잠을 청하는 내 옆에서 불 다 끄고 손 꼭 붙잡고 누워있는 그를 보면서 울컥하기도 했다

낯설지만 한없이 따뜻하고 아늑하고 안전한,

그런 느낌이 들어서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남자 친구에게 간호를 받던 순간이 잔상처럼 남아 계속 머리를 스쳤다

따뜻하던 손길과 품이 계속 영상처럼 재생되었다



왜 이리 강렬하게 기억될까 생각해보니,

다 커서 누군가에게 이런 보살핌을 받아본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아팠을 때와 너무나 대비되는 경험이었다




재작년이었나,

자취방에서 혼자 엄청시리 앓던 밤이

대중교통이 끊기고 다들 잠에 들었을 그런 밤이었다

민폐 같아서 나 아프다고, 너무 아파 죽겠다고 그 소릴 못해서

혼자 밤새 끙끙 앓으며 죽는 건 아닐까 생각하며 질질 울




그때 나는 보살핌과 간호가 참 절실했다

바라고 바랐기에 아픔보다 외로움이 더 아렸다

도움도 청하지 못하는 미련한 나는 혼자 끙끙 서러운 밤을 보내야 했다

아무도 내가 아픈 걸 알 길이 없으니까......




아플 때 보살핌을 받는 게 이렇게 좋을 줄 알았다면 진작 무리해서라도 부탁할 걸 하는 후회와 동시에

앞으로의 삶에는 아프고 힘든 순간에 서로를 보살필 수 있는 파트너로 존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는 혼자 앓지 말아야겠다....





이토록 따스하고 힘이 되는 존재가

지금 내 옆에 존재함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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