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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Feb 02. 2020

삶은 꽤 자주 당혹스럽다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일들 앞에 서서


   세상은 나를 가르친다. 세상은 내게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을 하라고 한다. 거부할 수도 없어 기가 막히다. 가장 없었으면 하는 시나리오가 삶에 펼쳐질 때면 기가 찰 따름이다. 그렇게 삶은 갑자기 예고도 없이, 티저도 없이 고난을 던져주고 알아서 살아남으라 한다. 감정 정리할 시간도, 마음의 준비 따위 할 시간도 없다. 정말이지 예의도 없고 경우도 없고 싸가지도 없다. 그게 삶이라는 자식의 성격인 것 같다.



    그렇게 욕하고, 슬퍼하고, 불안해하고, 울면서 내게 주어진 것들을 처리하고 받아들여가는 방법을 배운다. 때로는 그럴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아 찰나에 모든 것을 억지로 해야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 알아가는 것은, 유성 떨어지듯 경험하게 되는 사건들에 마음의 저항을 조금은 누르고 수용부터 하는 방법이다. 중력에 반해가며 유성을 막을 방법은 내게 없다.



     유성이 자비 없이 떨어지는 한복판에 누군가와 같이 있다면 사람도 이미 많이 힘들고 힘을 다해 받아들이고 있는 걸 테니 나도 힘들지만 같이 그렇게 버텨가야 한다는 것을 배워 나간다. 때론 내가 꿋꿋하게 견디기만 하는 누군가에겐 도움이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내일로, 다음으로 미뤄둔 것은 기약할 수 없다. 돌이켜 보면, 가장 잘한 건 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했던 것들이다. 자주 보고 싶을 때 매일같이 만나 붙어있고, 먹고 싶은 걸 먹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타고 싶은 것을 타고- 그런 기억들만이 보물처럼 남아있다. 나중에 같이 하기로 한 것, 그것들은 메아리처럼 공허히 마음을 울리다가 퇴장할 뿐이다. 때문에 내게 있어하고 싶은 것을 유보하는 것은 대관절 매력적이지가 않다.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안다. 나중에 하기로 하자는 말을 들을 때면 어딘가 한편에서 마음이 나지막이 읊조린다- '다음 같은 건 없어' 





     사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면 하루하루가 불안으로 가득하다. 내게 있는 것들이 또 언제 어떻게 날아가 버릴지, 없어져 버릴지 모르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니까 불안하고, 꽤 자주 조급하다. 매일매일이 없어질 걸 구태여 붙잡고 사는 기분이다. 이렇게 사는 것은 매우 힘들다. 결국은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충실하게 보내되, 올 수도 있는 내일을 대비해야 하는 거지같이 어려운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세상은 늘 너무 어려운 자세를 요구한다.



   그렇게 조금씩, 한 걸음씩 시행착오적으로 세상이라는 급진파 선생님의 지도 하에 성장하고 성숙하는 것 같다. 지금의 지랄 맞은 내가 이 시간을 잘 지나고 나면 조금 더 참고 조금 더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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