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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Aug 30. 2022

매운맛 인디애나 운전면허 취득기

즐거웠고, 다신 보지 말자


  한국에서 면허 따기 가장 쉬울 때 취득을 했었다. 그 때문인지 인디애나에서도 운전면허는 바로 딸 수 있을 것이라 자만했다. 그러나 인디애나에서 운전면허를 따는 것에 꽤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행히 취득을 해서 블루밍턴 베스트 드라이버로 거듭나고 있지만, 무엇보다 서류 구비와 필기시험이 어려웠다는 후문이다-의외로 도로주행 시험이 쉬웠다. 혹여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스텝 바이 스텝으로 기록을 남겨본다. 참고로 필자는 한국 운전면허 + 국제 운전면허를 가지고 온 케이스였다.



필기시험 응시 전 구비서류


  필기시험을 보기에 앞서 갖추어서 가야 하는 서류가 꽤 많고 성가시다. 갖추어가야 했던 서류들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여권

(2) 국제운전면허증

(3) 한국 운전면허증 원본

(4) I-20

(5) Social Security Number ineligibility letter

(6) Most recent I-94

(7) 거주지 주소를 증명할 수 있는 공적 서류 2부


  이게 서류 지옥이었던 이유가, 5번과 6번, 7번의 발행처가 물리적으로 제각각이다. 처음에 아무것도 몰라서 정말 DOG 고생했다. 5번 SSN ineligibility letter 같은 경우는 SSN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이라는 사무국에서 따로 증명서로 받아서 떼와야 한다. 6번 I-94라는 서류는 구글에서 검색해서 들어가면 온라인으로 실시간 발급이 가능하다. 7번 서류가 가장 골치 아팠는데, 운전면허 시험 응시자 본인 이름이 들어가 있으며, 거주지가 나타나있는 서류가 필요했다. 월세/전기세/가스비/통신비 영수증이나, 은행 계좌 증빙 중에서 2가지를 구비해 가야 한다.


   문제는 기혼자에게 있었다. 필자는 남편과 같이 살아서, 월세나 전기세, 가스비 모두 남편 이름으로 납부했었는데, 이 영수증들은 죄다 빠꾸를 먹었다는 것이었다. 혼인 증빙 서류를 구비해 갔음에도 "본인 명의"로 납부가 안 돼있다며 주소 증명이 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서 애를 먹었다. 이 깍 깨물고 다시 주소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겨우 찾아서 재방문했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행정처리에 관한 것도 잘 알고 어디에서 뭘 떼와야 되는지 감이 있어서 이렇게 헤매지는 않았을 텐데, 서류 구비에서 이렇게 애를 먹을 줄이야. 결국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a.k.a 똥개 훈련) 끝에 서류를 통과할 수 있었다.




필기시험 응시

BMV: Bureau of Motor Vehicles


  라떼 한국의 필기시험은 그냥 당일 가서 상식에 기대 풀고 나오면 되는 그런 것이었다. 커트도 꽤나 낮아서 필기는 웬만하면 다 통과라는 인식이 있었다. 인디애나주의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달랐다. 세세하게 운전자 매뉴얼로 필기시험공부를 해야만 합격할 수 있었다. 시험문제가 꽤나 빡빡하다. 시험은 별도 예약 없이 오픈 시간에 찾아가서 번호표를 뽑고 신청해서 바로 보면 된다.


  필기시험은 두 섹션으로, 첫 섹션은 표지판과 각종 시그널에 대한 문제들이 나온다. 15문제 중 2개까지만 틀릴 수 있다. 3개 틀리는 순간 바로 Failed가 뜨며 시험이 종료된다. 어떻게 아는지 물어보지 마시라, 속 쓰리다... 아무튼 두 번째 섹션은 교통 법규 섹션인데, 생각보다 지엽적이고 구체적으로 나오며, 35문제 중에 6개 이하로 틀려야 합격이다. 무엇보다 교통 법규 중에서, 신호등이나 속도 규정같이 한국과 다른 부분들이 특히 숙지하기 어렵다. 그치만 공부한 게 실제 운전에 도움이 많이 됐다.


  시험은 연달아 3번까지 볼 수 있으며, 필기시험을 3번 탈락할 경우 일정 기간(60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후 재응시 할 수 있어 꽤 엄격하다. 인디애나주 운전면허 시험 응시자를 위한 매뉴얼을 주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어 다운로드해 공부하면 된다(https://www.in.gov/bmv/licenses-permits-ids/learners-permits-and-drivers-licenses-overview/learners-permit/knowledge-exam/)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이름을 불러서 그 자리에서 도로주행 시험 일자 약속을 잡는다. 한국과 달라 또한 주의가 필요한 것은, 인디애나주는 도로주행 시험 볼 때 각자 자기 차를 알아서 끌고 와야 된다는 것이다. 시험용 차량이 따로 없다. 때문에 차를 미리 구입하고 Learner's Permit을 임시로 부여받아서 차를 좀 타보고 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좋다.




도로주행 시험 응시


  서류나 필기가 빡셌던 것에 비해 도로주행 시험은 상당히 순한 맛이었다. 감독관이 응시자의 차에 함께 타고 인근 시골 동네를 서행하며 한 바퀴 마실 돌고 오면 끝이다. 규정속도를 지키면서 인력거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서야 될 때 잘 서는 게 포인트다.


  큰 어려움 없었으나 한 번의 위기가 있었는데, 바로 난폭운전자와의 조우였다. 동네 마실을 마치고 다시 BMV로 복귀하기 위해 우회전을 하던 찰나, 분명 차선에 차가 없는 것을 보고 들어갔는데 두 개 옆 차선에 있던 차가 갑자기 대각선으로 달려와 앞쪽으로 과도하게 끼어드는 게 아닌가? 너무 갑작스럽고 놀라서 무슨 상황인지 파악도 안되고 '아, 도로주행 탈락인가?' 싶던 찰나에 동행한 감독관이 이건 내 과실이 아니고 상대 차의 난폭 운전이었다고 말해줘서 안도했다. 결국 그 차는 우리 차를 앞질러 엄청난 속도로 BMV exit으로 들어갔고, 감독관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저었다는 후문이다.


  블루밍턴에서 운전하면서 다들 양보를 너무 잘해줘서 감동받았었는데 하필 도로주행 시험 중에 저런 난폭 운전을 만날 줄이야. 정말 가는 날이 장날인가 보다 싶었다. 그래도 감독관이 과실을 명료하게 정리해 줘서 무난하게 도로주행까지 패스할 수 있었다.





  국제 운전면허는 유효기간이 1년이라 조금 신경 쓰였는데, 주 운전면허를 따고 나니 갱신 걱정이 없어 한결 마음이 놓인다. 아직 초보라 서툴지만, 음악 들으면서 드라이브하는 재미를 처음 알아가는 중이다. 기동력도 높아져서 혼자 여기저기 쏘다닐 수 있어 좋다. 생각보다 실제 주행하면서, 필기시험을 탄탄하게 공부했던 게 운전 상황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머지는 직접 운전 하면서 또 익혀가야 하는 부분이다.



이상 지난했던 인디애나주 운전면허 취득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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