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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Aug 07. 2022

고군분투 블루밍턴 새집 셀프 입주기

가능하면 이삿짐센터를 이용하자


  이사와 입주는 어느 나라에서든 쉽지 않다. 더욱이 업체를 끼지 않고 '셀프'로 하면 그것은 곧 초주검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에서 시장이 형성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사할 때는 이사업체를 이용하자는 게 미리 적는 이 포스팅의 교훈이자 결말이다. 물론, 중고차를 사고 거지가 된 유학생 부부만 제외하고 말이다.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 한다.


  에어비앤비에서의 시간이 끝나고, 진짜 우리가 계약한 월세집 입주일이 도래하였다. 설렘을 가득 안고 입주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미리 보내둔 이민 가방 4개, 6호 크기 박스 6개, 캐리어 큰 사이즈 4개, 컴퓨터 박스 1개가 제각기 우후죽순으로 도착했다.


한국에서 싸던 짐.... 쌀 때도, 푸를 때도 녹록지 않았다


  이놈의 미국 택배 UPS는 택배가 도착한다고 해서 한국처럼 친절하게 전화해 주고 문자 넣어주고 이런 게 없다. 그냥 왔다가 아파트 1층 현관문이 안 열려 있거나 부재중이면, 길바닥에 놓고 가거나 우체국에 맡겨버린다. 이놈들, 언제 오는지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종일 1층에서 대기하고 있으라는 건지 조금 화가 났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트래킹이 가능하기는 한데, 이사하고 짐 푸르다 보면 정신없어서 휴대폰이 어디가 있는지도 모르기 일쑤인데 어떻게 하루 종일 붙들고 트래킹을 하라는 건지!!!! 오면 온다고 전화를 주거나 문자를 주면 참 좋을 텐데!!!!!! 아무튼 불편해서 화가 났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택배 최고........


썰렁하다.


   의도치 않게, 미리 주문해 둔 침대가 입주날 배송이 불가해서 첫날은 침대 없이 자야 했다. 낯선 미국인이 신발을 신고 사용하던 침실 카펫 위에 살포시 마트에서 산 침대 시트만 얹고 임시 잠자리를 마련해 보았다. 나름 베개도 사두어서 나쁘지 않았다. 다만 조금 웃기고 어이가 없었다. 고생스러웠지만 무엇보다 이사 당일 노가다를 많이 해서 곯아떨어지느라 불편한 줄도 모르고 잤다. 조금 추웠던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 와중에 처음 써보는 식기세척기는 세재를 너무 많이 넣은 나머지, 거품을 부엌바닥에 미친듯이 토해내기도 했다. 마트에서 갓 사온 뽀송뽀송한 수건은 부엌 바닥 거품 청소로 첫개시하였다. 


입주 첫날, 바닥에서 잘 준비를 하며.....


   사진에서도 보이듯 첫날은 정말이지 카오스 그 자체였다. 짐은 많은데 아무렇게나 쌓여 있지, 가구는 구비 안 되어 있지, 침대도 없지....... 바로 다음날부터 아마존에서 주문했던 조립형 가구들이 도착했고, 이케아에 가서 저렴한 가구들도 많이 들여왔다. 미국도 인건비가 비싼 나라라서, 조립형 가구들은 확실히 저렴하고 완제품은 너무 비싸다. 죄목 1번 유학생 부부인 죄, 죄목 2번 중고차를 산 죄로 인해서 차마 완제품 가구를 사지 못하고 조립형 가구를 위주로 들여왔다.



    이케아는 대부분이 셀프 조립식 가구들인데, 막연하게 생각해서 가구 수가 많지 않으니 큰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다. 책상, 의자, 책장, 옷걸이 행거 각 2개씩이었다. 이케아 창고에서 낑낑대며 가구들을 실을 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가구의 무게와 부피감에 걱정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비로소 집에 와서 남편과 작업을 시작하니 조립 지옥이 아닐 수 없었다. 중고차를 살 때, 남편과 이다음에 성공하면 꼭 신차를 사자고 다짐했는데 정정했다. 성공하면 신차를 살 게 아니라, 완제품 가구부터 사자고 했다.



    잘 들어가지도 않는 볼트를 철제 가구 기둥에 드라이버로 쑤셔 박으면서, 흣날의 성공을 다짐해 보았다. 더불어, 구매가는 비록 $20~90 밖에 되지 않았을지라도, 노력과 노동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이 정도면 가보로 대대손손 물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손들아, 이 책상과 의자를 마르고 닳도록 써줬으면 좋겠다.


이케아 가는 길, 인디애나 시그니처 옥수수밭


   여담이지만 1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이케아에 가는 길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미국 고속도로를 처음 달려봤는데, 구름도 뭉게뭉게 너무 예쁘고 날씨도 쨍하니 찬란했다. 속 시원하게 뚫린 평지가 기분을 좋게 했다. 몸은 고단해도 아름다운 건 또 눈에 들어오나 보다. 한국서 지인들에게 미국 인디애나 주에 간다고 했을 때, 그렇게나 놀림당하던 '옥수수밭'의 전경이 눈앞에 쭈욱 펼쳐졌다. 비로소 지인들의 조롱은 거짓에 기반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옥수수가 어찌나 높고 빽빽하게 나있는지, 농담으로 남편에게 비행기가 추락하다면 이 옥수수밭에 비상착륙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한숨을 돌리고 나가본 새 집 테라스, 예쁘다.


   입주일이었던 수요일부터 토요일 밤이 된 이 시각까지, 꼬박 나흘을 쉬지 않고 정말 개미처럼 일했다. 청소하고, 조립하고, 옮기고 나르고, 정리하고, 버리고.......  비로소 집이 쓰레기장을 벗어나 사람 사는 구색을 갖추게 되었다. 새로운 나라로 이사를 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생존'이라는 공공의 적을 앞에 두고 남편과 전우애로 똘똘 뭉칠 수 있어 소중하기도 했다. 가구를 조립하던 중 너무 힘들어 발라당 드러누우려다가도, 혼자 손에 멍들어가며 분투하고 있는 남편을 보면 쉴 수가 없었다. 다시 또 벌떡 일어나 뛰어들어 바통터치를 하게 된다. 이것이 부부일까? 앞으로 당면하게 될 어려움도 번갈아 끌어주면서 돈독한 전우애로 잘 이겨내가면 좋겠다. 우리는 이 도전과 모험에서 잘 생존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언젠가는 여유롭게 이사업체도 이용하고, 완성된 가구를 편히 들일 날을 꿈꾸며 지난했던 미국에 첫 입주를 자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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