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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Sep 17. 2021

딱 하루만 더 살아봐요

~ 인생을 바꾸어준 천사 ~

 소파에 누워서 TV 뉴스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앉았다. 

누워서 무심히 흘려보낼 수가 없는 뉴스였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늘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하루하루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특별한 순간이 될 수도 있음에 소름이 끼쳤다.  공감과 감동으로 가슴이 먹먹했다. 

뭔가 뜨거운 것이 목까지 차올라 노트북을 열었다.     

 


 인천 월미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밤 11시가 넘은 어두운 해안가에 한 젊은 남성이 홀로 서 있었다. 


 곧 밀물이 밀려 들어올지도 모르는 시간에 바다를 향해 우두커니 서 있는 젊은이가 걱정스러워서 인근 시민이 신고를 했다.      

 

 뭔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 경찰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경찰은 그 남성에게로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경찰의 손을 뿌리치고 물속으로 뛰어들까 봐 가슴을 졸였다. 젊은이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손길이 얼마나 따뜻했을까!  가슴이 울컥했다.     



 잠시 후 젊은이는 울부짖듯이 말했다.

“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경찰은 얼마나 당황스럽고 긴장된 순간이었을까!       

곧 들이닥칠 밀물 때문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은 진심을 다해 젊은이를 다독거리며 말했다.

“ 많이 힘드시죠?” 그래도, 우리 하루만, 딱 하루만 더 살아봐요.”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오면서 감동의 물결이 출렁거렸다.     

 


 경찰이 한 말이 너무 가슴을 울렸다. 

‘힘내라’라는 책임지지 않을 말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기약 없는 말을 하지 않아서 더 다행이었다.

 

 ‘딱 하루만 더 살아보자.'라고 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인생이란 평생을 참고 살아야 한다고 설교를 했다면 얼마나 더 절망을 했을까,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다’라고 했다면 그 불확실성에 얼마나 더 절망을 했을까.     

 

 차라리 ‘딱 하루만’ 더 살아보자고 했으니 다행히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은 순간순간이고 하루하루가 모여서 평생이 되는 것이니 일단 하루만 더 살아보자는 것이 그 젊은이에게 ‘하루 정도는 더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었는 것 아닐까!          



 경찰의 진심이 통했나 보다. 

경찰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되었나 보다.

경찰의 손을 잡고 젊은이가 조금씩 조금씩 물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 후, 걸으면서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젊은이는 결국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며칠 후 경찰에게 다시 찾아와서 감사의 표시를 했다는 해피엔딩이었다.      




 어제도 코로나로 인해 생계의 어려움을 겪던 어떤 자영업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뉴스를 보았다. 그 사람도 이 배테랑 경찰관을 만났더라면 삶이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안타까웠다.     



 참 힘들고 각박한 세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말만 잘해도 세상은 달라질 수도 있다. 

말 한마디가 주는 위력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할 때가 있다. 젊은이를 살린 경찰관처럼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경찰관의 따뜻하고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삶을 포기하려던 젊은이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평생 가슴에 좋은 말을 남길 수도 있고 평생 잊지 못할 상처가 되는 말을 남길 수도 있다. 그때그때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은 남에게 상처를 줘도 자신은 기억에도 없다. 심지어 ‘그까짓 말 한마디’로 문제를 삼는다고 이중으로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 말을 수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입에서 3초가 30년을 갈 수 있다는데 죽음에서 돌이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젊은이도 그 경찰관의 한 마디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그 말을 되새김질할 것이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 말을 짚고 다시 일어설 것이다.      



‘그래, 딱 하루만 더 살아보자.’ 

너무 멀리까지 생각하며 여러 가지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말고 그저 ‘하루를 산다' 생각하면 그런대로 또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평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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