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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Sep 04. 2022

사랑의 점입가경

~ 사랑의 온도 차 ~

딸 친구가 햄스터를 한 마리 선물했다. 

햄스터는 공기가 통하는 지붕과 사방이 투명한 플라스틱 집과 함께 우리에게로 왔다. 운동을 위한 쳇바퀴, 물통, 빛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세간살이의 전부이다. 한 집에 살지만 우리 가족은 각자 사랑의 온도차에 따라 햄스터와 관계와 표현이 다르다.     

 


 남편은 애완견을 좋아하지 햄스터는 좋아하지 않는다. 

일종의 쥐라고 징그럽다고 멀리 한다. 이런 아빠를 놀리느라 딸은 가끔 햄스터를 아빠 바로 앞에까지 들이대어도 남편은 눈을 감거나 얼굴을 돌린다. 키우는 것을 묵인은 해도 가까이 친하고 싶지는 않단다. 무관심이다.      

 


 나는 그저 먹이만 관리한다. 

손으로 만지면 손을 씻어야 하고 옷에 닿으면 세탁을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늘 일정 거리를 둔다. 주로 딸을 시켜서 먹거리를 챙겨주게 한다. 햄스터 전용 사료 외에 우리 반찬 중에 먹을 만한 것이 있으면 햄스터에게 줘서 먹여본다. 햄스터는 이가 약해서 김, 상추 등 부드러운 것을 좋아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가끔씩 햄스터가 노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먹이를 챙겨주는 것이 전부이다. 그저 사육 수준이다.     



  딸은 햄스터의 모든 것을 기꺼이 책임진다. 

자기 방에 함께 지내는 것을 즐거워한다. 햄스터를 관리하느라 손도 자주 씻어야 하는데도 귀찮아하지 않고 돌봐주는 것을 당연시한다. 아침마다 사료를 주고 물을 새로 넣어준다. 먹이도 직접 먹여주기도 하고 햄스터 집 청소해 준 날은 자기가 샤워한 것처럼 기분 좋아한다. 하루에 한두 번 가족들이 모이는 거실로 나들이를 시켜주기도 한다. 햄스터를 보듬고 나오는 표정부터가 웃음 만발이다. 스킨십도 저절로 나온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등을 쓰담쓰담해준다. 말도 못 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대화까지 잘한다. 햄스터 마음을 잘 헤아려서 일인이역을 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즐거움이 에너지가 된다.     

 


 아침마다 아파트 단지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아주머니가 있다. 

처음에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였는데 요즘은 흰색 고양이까지 두 마리를 돌본다. 불쌍하다고 어쩌다 몇 번 하다가 말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벌써 몇 달째 아침마다 쇼핑백에 그릇과 사료를 가져와서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 먹인다.      

 


 고양이도 기억을 하는지 거의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배회하며 아주머니를 기다린다. 비가 오는 날이면 고양이는 자동차 밑에서 소리를 내며 자신의 위치를 알려준다. 우산을 지붕 삼아 아주머니와 고양이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를 듣는다. 매일 아침 아주머니가 챙겨주는 먹이로 고양이가 점점 토실토실해지는 모습이다.           

 


 아주머니는 늘 후미진 구석에서 고양이만 마주하고 먹이를 주고 있어서 아직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뒷모습만 보일 뿐이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고양이에게 많이 먹으라고 권하는 자상한 목소리만 들릴뿐이다. 안쓰러워하며 베풀지 않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주머니의 천성이 엿보인다. 근사한 이웃과 함께 산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사랑의 온도에 따라 점입가경(漸入佳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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