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신옥 Oct 30. 2022

가을빛에 물들며

~   공원을 돌며 가을을 닮아서 ~

 시장을 가려고 외출했다가 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을 햇살이 너무 좋아서다. 

이 가을이 훌쩍 가버리기 전에 모든 것이 적당해서 좋은 가을 햇살에 마음 한 번이라도 더 헹구고 싶었다.      


 가을빛 완연한 평일 오후 공원에는 청년들보다는 나이 지긋해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쩌면 인생의 가을에 와 있기에 가을을 더 만끽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가을 공원은 볼거리가 많다.     



높푸르러진 하늘을 보며 걷는다.

그윽한 깊음 속으로 빠져드느라 가는 건지 서 있는 건지 분간이 안된다. 언제 보아도 하늘은 일단 세상살이의 해방감을 안겨준다. 잡다한 생각에서 벗어나면 몸도 홀가분해지고 마음도 고요해진다.          

 


 수많은 나날, 뜨거운 태양볕과 비바람을 견뎌 내며 황금빛으로 물든 은행나무와 붉은 단풍이 수많은 이야기를 하며 공감과 감탄을 자아낸다. 이미 누릇누릇해져서 땅에 깔려있는 낙엽들까지도 더 애틋하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에 연민의 정을 느낀다. 


 기품 있는 은행나무와 우아한 단풍길 걸어가는 사람들까지도 어우러져 풍경화가 된다. 우리네 삶도 나이 들어서야 삶의 의미를 깨닫고 참맛을 알게 된다. 이 가을, 가을 햇살에 눈부신 은행나무와 고운 단풍과 이심전심이다.    


황량한 땅에서도 씩씩하게 자라는 억새는 정말 이름값을 제대로 하며 가을을 은빛으로 빛내주고 있다. 검은 머리카락보다 흰머리가 더 많아지려는 요즘 나이 들어감에 의기소침해지지 말고 억새처럼 빛을 내고 싶어 진다.



 

소담스럽게 핀 노란색 주황색 연분홍 소국,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구절초가 가을을 잔잔하게 장식하고 있다. 소리 없이 아름답게 계절을 알려주는 꽃들이 거칠고 메마른 마음을 어루만지며 위로해 주니 창조주의 세밀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보는 이마다 한아름 꽃다발을 안겨주려는 가을꽃의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 연신 스마트폰 누르며 담는다.          

 



하늘도 품고 산도 담고 있는 호숫가를 돌며 가을 정서를 즐기는  잉어 떼들을 본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잉어 떼들도 가을이 좋은가 보다. 






 공원을 돌며 가을을 닮아간다. 

공원 가득한 가을빛에 물들어진 마음, 세상을 보는 눈이 다시 투명해지고 생기를 충전해서 다시 시장으로 향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꽃이 들려준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