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신옥 Jun 10. 2024

퀘렌시아가 되어준 책

~ 필사할 것이 많아 결국 중고서점을 방문했다 ~

브런치에서 독후감을 읽으면 책제목을 메모해 둔다.

도서관에 갈 때 빌리기 위해서다. 도서관 검색창에서 ‘대여 불가능’이어서 대기 중이었던 책을 운 좋게 빌렸다. 류시화작가님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라는 책이었다. 구미가 당기는 음식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첫 소제목인 ‘퀘렌시아’는 스페인어로 자기 회복의 장소, 안식처, 피난처라는 뜻이다.

 투우사와 싸우던 소가 지치면 자기만 아는 장소에 가서 숨고르기를 하며 기운을 회복한다 그곳을 퀘렌시아라고 한다. 회복의 장소이다.

이 책이야말로 또 하나의 퀘렌시아가 되어주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책을 읽을 때면 작가가 말했듯이 고갈된 심신, 삶에 치인 마음이 숨 고르기를 하는 듯했다. 무력해진 마음을 추슬러 주었다. 삶 속에서 만나는 우리의 퀘렌시아를 소개해 주었다. 장소뿐만 아니라 산책, 여행, 음악감상, 독서, 필사, 자연 등등 일상 속에서 누리고 있는 퀘렌시아들이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이 책 한 권도 소중한 퀘렌시아였다.

살아갈 힘을 회복하니 무채색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으로 눈에 들어온다. 파란 하늘도 연둣빛 나뭇잎들도 공터에 무리 지어 피는 하얀 개망초들도 발길을 멈추고 소통하게 한다. 평범한 일상 한 모퉁이에라도 퀘렌시아가 있어서 우리 삶이 숨 고르기를 하며 평생 이어져 갈 수 있는가 보다.     



 늘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오는 ‘빅프라블럼’도 사고의 대전환을 하고 인생문제를 초월할수록 ‘노 프라블럼’이 된다니 결국은 자신이 바뀌어야 함을 깨닫는다. ‘난 괜찮아’에서 ‘당신도 괜찮은가?’로 넓어져가고 있다면 잘 살고 있는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레킹의 진정한 의미는 목표지점에 서둘러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여정의 매 순간을 즐기고 감동했는가’에 있다는 말을 필사노트에 꾹 눌러 저장했다. 방송에서 영상의 화려함을 보고 직접 현지에 가서 실망한 적이 많았던 나로서는 뭔가 진정한 의미를 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앞만 보고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잡초 속에 홀로 핀 한송이 야생화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얻는 산책을 떠올렸다. 기쁨을 발견하고 쉬어 감이 산책을 풍요롭게 했던 경험이 겹쳐졌다.   

  

(산책하다 여유와 기쁨을 얻은 어느 집 담벼락 앞에서~~)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고 사람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

내면의 줄무늬는 타인이 읽어내기 힘들다. 그 줄무늬는 삶 속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성장과 변신의 그림을 그려나간다. 우리는 매 순간 변화하는 무수한 모습들의 종합이다. 이 사실을 알면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제대로 알까 싶다. 사람 바뀌기 힘들다고들 말하지만 우리는 자기가 아는 것이 전부인양 남을 함부로 판단하고 편견으로 험담을 하는 어리석음을 얼마나 많이 저지르는지 모른다. 나나 다른 사람의 참모습을 하나님만이 제대로 알고 있다 생각하면 사람의 평가에 너무 연연해할 필요도 없다.      



 인생은 관광(tour)이 아니라 여행(travel)이란다.

여행은 고난(travail)과 어원이 같단다. 여행은 얼마나 ‘좋은 곳’을 갔는가가 아니라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고 얼마나 자주 가슴을 대었는가이란다. 마음으로 봐야 하고 시간을 쏟아 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가고 또 가고 또다시 가야 비로소 속살을 보여주는 것이 여행이란다. 쉽게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 삶! 사랑하면 비로소 다가오고 사랑을 돌려주는 것이 삶이란다.     



 마음은 이야기꾼이다.

마음의 이야기는 번뇌에 빠뜨리고 앞당겨 걱정을 하게 해서 지금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게 한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조건과 형상을 부여해 강력한 힘을 갖게 하는 것이 바로 ‘마음이 지어내는 이야기’이다. 두려움, 욕망, 불안을 연료로 마음이 지어내는 이야기를 알아차리고 마음을 챙겨야 한단다. 마음의 하인이 아니라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 기쁨과 평화를 누린단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다.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을 방해할 뿐이다. 과거의 일을 계속 곱씹으면서 왜곡된 인식으로 자기 자신과 세상을 대한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과거의 상처나 기억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오래 들고 있을수록 그 무게를 더할 것이다. 가는 실에라도 묶인 새는 날지 못한다. 과거를 내려놓고 현재를 붙잡는 것이 삶의 기술이다. 내려놓을수록 자유롭고 자유로울수록 더 높이 날고 높이 날수록 더 많이 본다. 하루하루 뒤돌아보지 않고 날아갈 수만 있다면 보잘것없는 삶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 되지 않을까!   



 최근에 연이어 읽은 류시화 작가님의 책이 무기력해지려는 일상에 다시 의미를 다잡아주고 기력을 회복시켜 주었다. 책 제목처럼, 살아갈수록 삶이란 정말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나간 과거의 상처만 붙들고는 살 수 없기에 이번에 읽은 책처럼 뒤돌아보고 싶을 때마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를 기억하고 싶다.     



 빌려온 책이니 양심상 줄을 그을 수가 없고 손목이 좋지 않아서 필사도 힘들어서 그냥 읽기만 하려던 마음을 참지 못하고 흐느적거리는 필체로라도 필사를 했다. 필사를 하다 보니 할 것이 너무 많아서 결국은 중고서점이라도 방문하고 말았다.


살아가면서 뒤돌아보고 싶을 때마다

읽고 또 읽으며 뒤돌아보지 않고  날고 싶어서…….      


     

( 필사를 하다말고 결국은 중고서점에서라도 책을 구입했다. )

매거진의 이전글 하늘은 비를 내리 든 말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