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하는 삶 ~
(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소견임을 먼저 밝혀둡니다.)
노트북에 문제가 생겼다. 블루투스 마우스가 작동하지 않았다. 건전지를 교체해도 되지 않았다. 거기까지 해서 안 될 때마다 전화 한 통으로 가만 앉아서 서비스를 받는다. 원격 서비스이다.
처음에는 노트북을 들고 서비스센터를 찾아갔다. 번호표를 뽑고 대기했다가 서비스를 받아왔다. 언젠가 서비스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점심시간이어서 원격 서비스를 접수해 주었다.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지시하는 대로 했더니 현장에 가지 않고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모델명과 본인 확인을 거치니 바로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놀라웠다. 누군가 내 컴퓨터에 들어와서 거침없이 작동을 하면서 수리를 하는 것이었다. 클릭하는 경로를 보면서 매뉴얼을 익혀보려고 해도 워낙 거침없이 속전속결이어서 눈이 따라가다가 도중에 포기했다.
물론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지만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클릭을 하면서 점검을 하고 수리를 하다니 편리하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했다. 인터넷뱅킹, 각종 정보가 들어있는 노트북인데도 나는 그저 모든 것을 맡긴 채 두 손 놓고 두 눈 뜨고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서비스 요원의 상냥한 인사와 함께 서비스가 끝났다. 작동을 멈추었던 마우스가 원활하게 움직였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마음으로 허리 굽혀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했다. 생각할수록 신기했다.
역시 우리나라는 IT강국이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한편 섬뜩했다. 어디선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노트북에 들어올 수 있고, 자유자재로 휘젓고 다니며 클릭을 할 수도 있고, 수리도 할 수도 있다니 놀라움과 두려움이 교차되고 있었다.
마음 한 편에선 부러움이 올라왔다. 오래되었지만 아직은 쓸 만한 이 노트북을 닮은 나!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A/S를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삶이란 오래 살았다고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갈수록 어렵고 걱정이 많아지는 것이었다. 특히 스스로 나를 고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며 좌절할 때가 많다.
한 때 교육현장에서 일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세상을 살아갈수록 나는 교육의 힘 보다 유전이나 타고난 기질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교육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에 의해서도 사람은 참 스스로 바뀌기 힘든 존재라는 것이다.
30여 년 만에 만난 제자들을 보고 너무 놀라고 우스웠다. 어쩜 초등학교 6학년 때에 기질이 그렇게 여전하던지. 시험에서 정답은 있어도 살아가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었다. 어릴 때 기질 그대로였다. 여기서 무슨 교육이론을 들고 나오고 싶지는 않다. 이론으로 증명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다만 나를 두고 볼 때 학교 교육을 통해서 문자해득도 하고 구구셈도 외우고 생활영어도 조금 알아듣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생활 능력을 익혀가는 것이었다. 삶에 진짜 필요한 지혜나 인성은 어릴 때 형성되는 것이었고 그 기질대로 사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작가 ‘로버트 풀검’은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했을까!
학교가 나를 바꾼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나 그대로였다. 학교생활이나 직장생활, 가정생활. 내 기질대로 적응하고 살아온 면이 더 많다.
모태신앙으로 평생 교회를 다니고 기도를 해도 솔직히 나의 노력으로 스스로 달라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차라리 내 노트북처럼 누가 내 문제점들을 클릭 클릭해서 AS를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 노트북도 본인 확인과 모델명을 입력하니 척척 수리가 되듯이 나를 만드신 하나님이 나를 고쳐주시길 부탁하고 싶다.
수많은 아이들 무리 속에 섞여 있어도 부모는 자기 아들을 금방 찾아내듯, 하나님은 나를 만드셨으니 본인 확인도 모델명도 척 보면 알 것이다. 나를 속속들이 한눈에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 작동이 멈춘 곳을 바로 클릭하겠지. 작동이 점차 원활해질 것이다.
나를 보나 주위 사람들을 보나 사람이 스스로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힘들다. 타고난 것이어서 천성이라고까지 한다. 천성이기에 하늘에서 하나님이 나를 A/S 해 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바로 눈앞에 보이지 않아서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 하나님이기에 원격 서비스, A/S를 신청하고 싶다.
아마 평생 원격 서비스를 구하면서 AS를 받아야 내가 완성되어 갈 것이다.
오늘도 “ 하나님! 원격 서비스, A/S 신청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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