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아팠다. 묵언수행을 하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 하루에 꼭 해야 할 말이 그리 많지 않았다. 말을 내뱉지 않고 삼키며 안으로 나를 들여다보았다. 묵언수행이 가져다주는 고요함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화시켜 주었다.
목이 콱 잠기니 말만 못 하는 것이 아니었다. 노래는 엄두도 못 내는 일이었다. 교회에서 성가대를 못하고 쉬었다. 내가 노래를 할 수 없게 되고서야 사람의 목소리가 그렇게 아름다운 소리인 줄 새삼 알게 되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표정까지 천사처럼 보였다.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라 평소에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것도 내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꼭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영혼의 울림에서 혼자서 부르는 노래라도 다시 부르고 싶었다.
묵언수행! 몸은 아파도 마음은 깨달음이 주는 에너지가 깃들고 있었다. 속 깊은 대화가 아니라면 때로 묵언수행이 주는 고독의 의미를 깨달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두통이 있었다. 어지러웠다. 무상무념의 기회가 되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멍~하니 텅 비웠다. 잡다한 상념들을 비워내고 있었다. 텅 비워질수록 차오르는 이 충만함은 무엇일까. 인간에게만 있다는 두통.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해서 오는 것인가 보다. 비우고 단순해질수록 만족감이 차올랐다.
근육통도 있었다.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다. 힘들지만 몸을 일으켰다. 산책을 나섰다. 잘 닦아진 하늘에 유유히 떠가는 구름을 보며 천천히 걸었다. 부드러운 가을 햇살과 맑은 바람이 진땀을 닦아주었다. 산책길에 청설모, 토끼도 만났다. 누렇게 익어가는 호박이 누워서 가을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어느 집 담장 위로 여물어가는 대추도 선을 보인다. 느리게 천천히 걸어야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눈에 넣고 마음에 담고 싶어 사진을 찍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무심했던 영혼을 챙겨보게 하기 위해 때로 아픔도 필요하나 보다.
아파보지 않고는 평소 건강할 때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도 잘 깨닫지 못한다. 아프면서야 깨닫는다.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