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수학이 아니었다

~ 1+1 =2,3,4 ~~

by 강신옥

때로 삶을 되돌아보면서 혼자 웃음을 지을 때가 있다.

순수하다기보다 세상 물정을 몰랐기에 어처구니없어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칠 때이다. 세상은 꼭 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친 공식대로 사는 것이 아니기에 말이다. 현장에서 부딪쳐서 다시 배우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또한 우리의 삶이었다. 그때마다 다시 교사가 된다면 아이들에게 이것도 함께 가르쳐줄 수 있을 텐데 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삶은 수학이 아니었다.

언제가 마트에서였다. 생선코너를 지나가는데 생선 파는 아저씨가 손으로는 능숙하게 생선을 손질하고, 입으로는 생선 종류와 가격을 되풀이하며 외치고 있었다. 목에 마이크를 걸고 리듬을 타는 아저씨의 랩은 과연 전문가 수준이었다.


랩의 한 대목이 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자반고등어였다.

“ 짜지 않고 맛있는 고등어자반이 두 손에 칠천 원, 두 손에 칠천 원”

랩 박자에 놀라고 가격에 귀가 솔깃했다. 바구니에 두 손씩 챙겨놓은 자반을 보니 크기도 제법 컸다.


식구도 없으니 한 손만 사도 충분했다.

“ 아저씨 저는 자반 한 손만 주세요.”하자 아저씨의 랩 가사가 금방 바뀌는 것이었다.

“두 손에 칠천 원, 한 손에는 오천 원” 하는 것이 아닌가. 나도 지금은 그것이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때는 주부 경력에 비해 내공이 부실한 나였기에 그 계산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저씨가 농담하시는 줄 알았다.

납득이 가지 않는 계산에 직업의식이 발동을 한 것일까

“ 아저씨, 두 손에 칠 7000원이면 한 손에 3500원이지 왜 5000원이에요? "하자

아저씨가 나를 힐끗 보고 자기 머리를 치며

”아이고 두(頭)야, 억울하면 두 손 사면되지, 고등학문을 모르네, “ 하신다.

나는 아저씨가 재미있자고 개그를 하시는 줄 알았다. 눈치 없이 부연 설명을 했다. 식구가 없어서 그런다느니, 냉동실에 넣었다가 먹고 싶지 않다느니, 아저씨는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한 손에는 5000원이라고만 되풀이하며 자기 일을 하셨다.



분명 틀린 계산을 하고 있으니, 이제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이 생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옆에 서 있던 어떤 할머니가 나에게 이상한 눈짓을 했다. 내가 못 알아들으니 아저씨 눈치를 보며 내 옷을 잡아당겼다. 몇 발짝을 물러나서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할머니는 자기도 자반이 한 손만 사고 싶으니 일단 두 손을 사서 둘이서 나누자는 것이었다. 뭔가 내 진심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고 있다는 마음에 자반 사는 것을 포기할까 하던 차였는데 할머니의 속삭임이 뭔가 서로를 위한 이익을 도모하는 듯해서 엉겁결에 동의를 했다.



마지못해 두 손을 샀다. 계산대에서 카드계산을 하고 나니 할머니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3500원을 주시면서 "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이지 뭐하러 왈가왈부해"라며 웃었다. 엉겁결에 돈을 받았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마치 내가 돈이라면 벌벌 떠는 깍쟁이 같기도 하고, 내가 할머니에게 자반을 판 중간 상인 같기도 했다. 내 생각은 돈보다 일단 계산이 틀리다는 거였는데,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오면서도 분명 '칠천을 나누기 2하면 3500인데'하면서 고개를 갸웃뚱했다.



그것이 1+1이었다.

굳이 영어로 읽어야 마음이 넉넉해지는 '원 풀러스 원'의 깊은 의미를 한 발 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삶의 경험에 고수가 된 할머니에게서도 한 수를 배웠다. 삶은 수학 논리로 계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다시 대처하는 것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 주셨다.



지나고 보니, 나에게는 하나가 필요하지만 남은 것을 냉동시키지 않고 가까운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기회였다. 내가 기대하고 준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생긴 여분을 나누었을 때에 언젠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부메랑이었다.


1+1=2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3,4……가 되는 것이었다.


지금 덧셈을 가르친다면 1+1=2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만나는 상황과 덧셈의 의미까지 함께 가르쳐 주고 싶다. 나 같이 삶에 부진아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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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멈추게 한 산책길 어느 집의 화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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