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아무리 헤어져도 난 너를 매일 또 이별해도 난 너를 잊은 듯 눈감아도 난 너를 아닌 듯 돌아서도 난 너를 이미 넌 꿈 이래도 난 너를 정말로 끝 이래도 난 너를
'아무리'를 생각하는 순간 드라마 연애시대 ost가 떠올랐다. 계속해서입가를 맴도는 노래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무슨 짓을 해도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너. 마약처럼 중독되어 끊을 수 없는 너. 그래서 절박하고 애달픈마음이 펄펄끓는 물처럼 가슴 밖으로 자꾸만 흘러넘친다.'아무리'는 어떤 노력을 다 해도 가지거나 이룰 수 없는 아스라이 먼 대상을 향한 몸부림에 가까운 처절한 말이다. 살면서 그렇게 간절히 바라거나 아니면 바라지 않았던일이 있었던가? 내 삶의 열정을 찬찬히 되돌아보게 만드는 말 '아무리'. 그래서인지 '아무리'를 가슴에 품고 다니는지난 며칠 동안 나의 마음은 무척이나 무거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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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우리가 욕망하는 대상 모두를 의미할 것이다. 사랑, 꿈, 돈 등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으며 아무리 잊으려 해도 끝내 너를 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꿈은 늘 먼 곳에 있으며 아무리 바꾸려 해도 나쁜 습관은 좀처럼 고쳐지질 않았다. 아무리 아등바등하며 살아도 여전히 부자가 되지도 못했다.
'아무리'는 나의 마음을 배반하는 차가운 현실을 너무나도 잘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고 해서 나의 마음을 단칼에 멈출 수는 없다. 그렇기에 '아무리'가 탄생한 것이다.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마음과 행동이 한 방향으로 직진하기만 할 때 우리는 '아무리'라는 말을 붙인다.
나는 '아무리'의 그 멈출 수 없음을 사랑한다. 그것이 도달하는 결과가 결국 원하던 것과 정반대일 뿐일지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나는 살면서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해오지 않았던가? 수많은 실패와 좌절 앞에서도 매번 최선을 다해 나를 아낌없이 내어 주는 것, 그걸로 충분히 만족한다. 사랑이든 꿈이든 돈이든 그것을 향한 한도를 초과하는 강렬한 마음이 나의 인생을 진정성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나는 아들의 필통을 꺼내 뭉뚝해진 연필을 예쁘게 깎아서 책가방에 다시 넣어준다. 물론 초등학교 2학년이니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어쩌면 그래야만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잔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매일같이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런데 오늘은 연필을 깎다가 불현듯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에게도 1년 365일 아침마다 반복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나의 오래되고 낡은 차를 닦아주는 일이었다. 내가 외출을 하는 날이면 반드시 내 차를 걸레로 손수 닦아 주셨다. 한겨울에도 손이 꽁꽁 얼어가면서 걸레질을 해 주셨다. 별다른 말 한마디 없이 언제나 한결같이... 그때는 아버지의 세차가 그다지 고맙지 않았다. 기름을 넣으면 공짜로 기계 세차도 할 수 있는데 굳이 힘들게 왜 닦을까 싶었다. 나를 간섭하듯 내 차도 가만 놔두지를 못하는 것처럼만 보였다. 아마 아들도 지금 내가 하는 행동들이 그다지 고맙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마음속으론 귀찮다고 여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과 아들을 위한 나의 행동에서 '아무리'를 읽는다. 그리고 동시에 아버지의 나에 대한 '아무리'를 떠올린다. 아들도 언젠가 무심히 흘러가는 날들 속에서 엄마의 '아무리'를 불현듯 깨닫는 순간이 오겠지? 과거의 내가 아버지의 마음을 다 알아주지 못했다 해도 많이 미안하지는 않다. 지금 내가 나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들에게 그다지 서운하지 않은 것과 똑같이아버지도 그랬을 테니까. '아무리'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게 부모의 사랑 아닐까? 어떻게 해도 그 마음이 바뀔 수는 없으며 영원히 변치도않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아무리 힘들어도 난 너를. 아무리 부족해도 난 너를. 아무리 멀어져도 난 너를.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오늘 그동안 써놓은 소설을 신문사에 보내면서 나는 또 '아무리'를 떠올렸다. 아무리 고치고 또 고쳤어도 부족하기만 한 나의 소설.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마른 우물 같이 바닥이 드러나는 나의 재능. 그렇다 해도 나는 계속해서 썼다. 한결같았던 나의 '아무리'를 스스로 토닥여 주었다. 아무리 부족해도 난 나의 글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아무리 꿈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나의 글을 응원한다고 말하면서.
당신의 '아무리'도 그간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것이다. 무릎이 꺾이고 고개를 떨구어야 할 일들을 숱하게 겪었을 것이다. 나는 오늘 '아무리'를 가슴에 안고 아버지의 사랑과 나의 꿈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결코 슬프거나 아프지는 않았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강렬한 '아무리'의 마음 앞에 겸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 감사하려 한다. 나에게 '아무리'의 마음을 품어준 아버지를 포함한 모든 존재들에게, 그리고 내가 '아무리'의 마음을 품을 수 있게 만들어 준 아들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