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의 토요 초단편 소설 1
* 손바닥 소설을 처음 접해 보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단편보다 분량이 적은 초단편 소설(엽편 소설)을 말합니다. 적게는 원고지 2매부터 많게는 20~30매 정도의 소설입니다.
‘늘 이렇지.’
나는 불퉁거리며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끙끙대며 걸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두고도 쓰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기억나진 않지만, 운전에서 손을 놓아 버렸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자 걸어 다니는 게 훨씬 편했다. 차가 있다는 사실조차 종종 잊어버리곤 했다. 다만 장을 볼 때마다 무척 불편했다. 매일매일 그날치 저녁거리를 조금씩 사다가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오늘같이 특별한 날엔 예외였다. 아들이 좋아하는 불고기와 잡채, 남편이 좋아하는 육개장까지 한꺼번에 만들려면 장바구니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얼굴과 등에서 쉬지 않고 땀이 흘러내렸다. 장바구니를 땅에 질질 끌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럴 때 장이라도 같이 봐 주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남편도 아들도 함께 장을 봐주는 법은 없었다. 남편은 그렇게 바라던 부장으로 승진했지만, 임원이 되어야 한다며 회사에 목을 매고 있었다. 매일 밤 야근이나 회식이 이어졌다. 하나뿐인 아들은 고등학생이 되자 하교하면 학원으로, 학원이 끝나면 스터디 카페에 가서 자정이 넘어서야 귀가했다.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엄마 옆에 자석처럼 붙어 있던 아들이었다. 하지만 이젠 둘 다 종일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들었다.
“같이 가족 파티를 해야 해. 알았지? 저녁 먹기 전에 꼭 돌아와.”
며칠 전부터 두 남자에게 신신당부했다. 도와주기를 기대하기는커녕 제 때에 집에 와주기만 해도 고마울 지경이었다. 어찌 됐든 기분 좋은 날이었다. 세 차례 유산 뒤에 얻은 귀한 아들이 태어난 날이지 않은가? 신기하게도 아빠와 아들은 생일이 같았다. 둘은 그게 불만이었지만 솔직히 나로선 편한 점도 있었다. 생일상을 일 년에 한 번만 차려도 되는 거니까. 물론 두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한꺼번에 만들어야 하니 수고스러움은 배가 되었다.
“아는 길인데 왜 내비를 켜? 그냥 가면 안 돼?”
“그래도 켜 놓아야 안심이 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잖아.”
“대체 무슨 일이 생긴다는 거야? 맨날 그 길 그대로인데 하루아침에 길이 바뀌기라도 해?”
“내비게이션은 도로 상황을 파악해서 막히는 길도 피해서 알려 주잖아. 그리고 엄마는 아는 길도 이렇게 다시 봐야 마음이 놓여.”
나는 지나치게 불안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내비게이션을 꺼 버릴 수는 없었다. 레시피도 마찬가지였다. 내 마음대로 만들면 무언가를 빼먹거나 다르게 해서 음식이 엉망이 될 것만 같았다. 남편이나 아들에게 “예전에 먹었던 그 맛이 아니야.”라는 말을 듣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나는 유명 맛집의 요리사처럼 언제나 균일한 맛을 내고 싶었다. 내 요리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맛으로 익숙함과 안정감을 주어야 했다. 그리고 그건 나에 대한 신뢰를 주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스스로도 그래야만 안심할 수 있었다 . 요리 말고는 나라는 존재를 전달할 다른 방법은 없었으니까.
* 나머지 내용은 아래 링크한 '밀리의 서재' 에서 읽어 주세요. 이 단편집은 밀리의 서재 창작 지원 프로젝트에 당선되어 일부 비공개 처리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소설이 마음에 드신다면 '밀리의 서재'에서 좋아요와 댓글, 밀어주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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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 이미지는 노먼 록웰(Norman Rockwell)의 《Freedom from Want》(‘소망으로부터의 자유’ 또는 ‘풍요로부터의 자유’)라는 작품입니다.
소설가 소위의 첫 번째 에세이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블로거이자 유튜버, 브런치스토리 작가(산티아고의 브런치스토리)이신 '산티아고' 님께서는 매일 제 책을 10쪽씩 읽고 부사에 대한 자신만의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는 챌린지를 하고 계십니다. 글만 쓰는 게 아니라 유튜브 영상도 매일같이 만들어 올리고 계십니다.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는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에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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