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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돈 워리 02화

완벽한 삶

소위의 토요 초단편 소설 2

by 소위 김하진

선희는 평상시라면 절대로 하지 을 즉흥적인 행동을 해보기로 했다. 당장에 떠오르는 건 집 밖으로 무작정 나가는 거였다. 이십 년째 비슷한 경로를 운전해서 다녔다. 집과 마트 그리고 아이의 학교와 학원. 쉼 없이 뺑뺑이를 돌았다. 그녀는 잠시 자동차 키를 쳐다보다가 이내 키를 소파에 던져 버리고는 서둘러 집 밖으로 걸어 나갔다.


‘맨 처음 오는 버스에 타자.’

생각이 발목을 붙들기 전에 얼른 버스에 올랐다. 평일 오전의 버스 안은 한산했다. 주로 나이 든 사람들이 권태로운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어린 시절, 그녀는 시시하고 초라하게 늙어 죽느니 차라리 일찍 죽어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실패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 삶이 그녀의 통제와 계획 안에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녀는 완벽한 삶을 원했다.


‘몇 번째 역에서 내릴까? 숫자, 숫자가 필요해. 그래, 오늘은 15일이지. 열다섯 번째 정류장에서 내리자.’

오늘 그녀가 하는 일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어야 했다. 철저히 우연으로만 이루어진 하루를 보내는 것. 그것이 그녀가 하려는 일이었다. 열다섯 번째 정류장에 도착했다. 같은 도시에서 평생을 살았지만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거리가 나타났다. 생경한 길 위에 서자 머리가 핑 돌았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느낌은 난생처음이었다. 언제나 가야 할 곳이 있고, 가야 할 시간이 정해져 있는 삶만 살았으니까.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러고 보니 매일 아침 먹던 삶은 달걀 한 개와 사과 반 조각도 챙겨 먹지 않았다. 눈앞에 24시간 해장국집 간판이 보였다. 거기로 들어가 한 번도 사 먹은 적 없는 콩나물국밥을 시켰다. 이천 원이면 살 수 있는 콩나물이었다. 콩나물국을 만 원 가까이 주고 사 먹는 것에 대한 묘한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안 해본 일을 해보기로 하지 않았던가. 예상대로 뚝배기 위로 콩나물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밥과 콩나물을 숟가락 가득 떠서 입안에 욱여넣었다. 이상하게도 맛이 좋았다. 소주 한 병을 시켜 따라 마셨다. 어쩐지 쓰지 않고 달았다. 그동안 낯선 것들은 의도적으로 피해 왔다. 완벽한 삶에 흠집을 낼 만한 것들은 싹부터 잘라내야 한다고 믿었으니까.

콩나물국밥 한 그릇과 소주 한 병을 바닥까지 비웠다. 온몸이 괘종시계처럼 왔다 갔다 했다. 그녀는 한 도시에서 초, 중, 고를 거쳐 대학까지 나왔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부모님이 소개해 준 남자와 결혼을 했다. 남편은 적당히 보기 좋은 외모에 능력 있는 회계사였다. 무뚝뚝하지만 가정적인 남자였다. 딸도 하나 낳았다. 아이는 말을 잘 듣고 공부도 제법 잘했다. 그녀가 가는 길은 늘 순조로웠다. 낯선 이가 함부로 뱉어 놓은 껌도 개가 싸질러 놓은 똥도 없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었다.

콩나물국밥집을 나와 다시 거리로 들어갔다. 목적지 없이 걷기만 했다. 낯선 곳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풍경이 반복되는 것도 같았다. 기시감이 느껴졌다. 바로 그때 길 앞쪽에 남편이 나타났다. 그는 그녀보다 훨씬 젊고 몸매가 아름다운 여자와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있었다. 두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티 없이 웃고 있었다. 돌아보면 보일 만한 곳에 서 있었지만, 그들은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길을 가다 멈춰 서서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어쩐 일인지 꼼짝할 수가 없었다. 미세한 칼바람이 가슴에 실금을 긋고 지나갔다.

* 나머지 내용은 아래 링크한 '밀리의 서재' 에서 읽어 주세요. 이 단편집은 밀리의 서재 창작 지원 프로젝트에 당선되어 일부 비공개 처리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소설이 마음에 드신다면 '밀리의 서재'에서 좋아요와 댓글, 밀어주기 부탁드립니다!


https://short.millie.co.kr/i655lu



* 대표 이미지는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의《보트 파티의 점심식사(Luncheon of the Boating Party)》라는 작품입니다.



초4 아들이 엄마 책을 홍보한대요.^^

이거 저거 창작하더니 응원 군단을 만들어냈지 뭐예요♡

셀카도 찍더니 모자이크 처리까지 미리 다 해 놓았네요.

맨 앞에 서 있는 여자 피규어가 저래요.

마이크를 들고 있거든요. 사람들 앞에서 강의하라고 ㅋㅋ

왼쪽 위에 있는 건 엄마를 지켜주는 보디가드고 자기 자신이라네요.

다양한 변신 로봇들로 이루어진 군단도 레고 조각들을 재활용해서 만든 아들표 자체 제작입니다.

변신도 되고 무기 발사도 되는 멋진 로봇들이에요^^

소위 곁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군단이 있답니다.


아들아, 고맙다. 사랑한다.


아들이 외칩니다~ 소위 에세이 사세요.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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