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의 토요 초단편 소설 3
현수는 아버지의 세단을 끌고 나갔다. 몰래 사둔 번개탄 몇 개를 들고서였다. 산길 으슥한 구석에 차를 세웠다. 산에 올라갔던 이들도 모두 다 내려가고 없을 시간이었다. 땅거미가 차 주변으로 짙은 어둠을 치기 시작했다. 거미줄이 완전히 차를 집어삼킬 즈음이면 마침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틀었다. 이제는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죽음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걱정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암흑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고 있었다. 어디선가 희미한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나팔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찢어질 듯 고막을 때렸다. 순간 날카로운 번개가 심장을 내리쳤다.
‘아, 나는 드디어 신의 심판을 받는가 보다. 지옥으로 영원히 떨어질.’
하지만 그 나팔 소리는 죽음이 아닌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한 할머니가 화근이었다. 산에 올라가는 길에 서 있던 차가 내려오는 길에도 그대로 있자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와 본 모양이었다. 수십 년을 다닌 산길이지만 그 시간까지 거기에 차가 서 있는 건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창문을 두드렸다.
“그만 내려가요. 여기 길이 험해서 밤길에 운전하면 위험해.”
잠이 든 듯 꼼짝도 안 하는 운전석의 남자를 발견한 순간 불길한 기운이 할머니의 가슴을 할퀴었다. 칠십 년 넘게 살아온 자만의 예리한 직감이었다. 할머니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고, 현수는 응급실로 실려 갔다. 그의 머릿속에선 내내 레퀴엠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눈을 떴지만 살아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아버지에겐 며칠간 여행을 떠났다고 둘러댔다. 그렇게 모든 걸 숨겼다. 그것이 다섯 번째 시험에 탈락했을 때였다.
현수가 이 동네에 와서 빵 가게를 연 지 어느새 오 년이 흘렀다. 고시생이었던 그가 제빵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모두 혀를 찼다. 아버지는 그때 이후로 현수의 얼굴을 다시 보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그는 정말로 죽은 사람이 되었다. 아버지는 사법 시험을 한 번에 합격해 판사가 된 인재였다. 하지만 현수는 법조인이 되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사립중, 특목고, 일류대까지 아버지가 원하는 엘리트 코스만 밟았다. 대학을 졸업한 뒤엔 당연하다는 듯이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매번 1차에서 떨어졌다. 7년이 지나는 동안 몸속의 피가 한 방울도 남지 않고 말라붙어 버렸다. 비쩍 곯은 그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알아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아버지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알맹이가 빠져나간 쭉정이가 되었고, 머릿속엔 오로지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남지 않았다.
일곱 번째 시험에 떨어진 날 그는 모든 걸 포기하기로 했다. 숨통이 이미 끊어져 버린 듯 답답했다. 하지만 도저히 그만두겠다는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남은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아무도 죽음을 방해할 수 없는 곳으로 가자.’
도시에는 유명한 다리 하나가 있었다. 거기에서 강으로 뛰어내린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사자(死子)의 다리’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을 테니 죽어서도 쓸쓸하진 않겠군.’
그날 밤 느지막하게 집을 나섰다. 때마침 안개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죽기에 완벽한 날이었다. 거리를 걷는데 갑자기 뱃속에서 미꾸라지들이 요동을 쳤다. 문득 종일 끼니를 걸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까운 곳에 보이는 베이커리 카페로 들어갔다. 마지막 만찬이 될지도 모르는 음식이었다. 시시하고 뻔한 것은 먹기가 싫었다. 진열대를 천천히 돌아보고 있는데 그릇 같기도 하고 비행접시 같기도 한 이상한 모양의 빵이 눈에 들어왔다. 여태껏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현수는 빵 세 개를 쟁반에 담아 들고 가 계산대에 있던 젊은 여자에게 물었다.
“이 빵 이름이 뭔가요?”
*나머지 내용은 아래 링크한 '밀리의 서재' 에서 읽어 주세요. 이 단편집은 밀리의 서재 창작 지원 프로젝트에 당선되어 일부 비공개 처리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소설이 마음에 드신다면 '밀리의 서재'에서 좋아요와 댓글, 밀어주기 부탁드립니다!
https://short.millie.co.kr/gw6gxy
* 대표 이미지는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의 작품 《Le Suicidé(자살한 남자)》입니다.
*소위 김하진 작가의 자기소개 영상입니다.
이건 제가 만들었습니다^^
https://m.blog.naver.com/hajin711/clip/11406526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627537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6928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