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3인칭 시점을 적극 활용하라

3인칭 제한적 시점과 3인칭 깊은 시점은 연장선상에 있다.

by 소위 김하진

이 연재북은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 시리즈(첫 문장의 힘, 시점의 힘, 묘사의 힘, 퇴고의 힘)의 내용에 제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결합하여 에세이 형식으로 쓴 글입니다. 그러므로 작법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은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토대로 한 것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 소설 쓰기에 대한 내용이지만, 일반적인 글쓰기에 대한 팁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연재북을 쓰면서 공부하는 중입니다. 함께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3인칭 제한적 시점


오직 한 인물의 관점에서만 이야기되며 '그' 혹은 '그녀'라는 3인칭 대명사가 사용됩니다. 한 인물의 내면으로만 접근이 '제한'되므로 그 시점 인물이 알고,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는 것들만 언급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인물의 감정은 몸짓언어와 표정으로만 드러냅니다. 화자의 목소리가 중립적일 수도 있고 등장인물이 화자가 되기도 합니다.


[장점]

인물에 대한 친밀감과 정보 전달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전지적 시점보다는 인물과 친밀하며 1인칭 시점보다는 폭넓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1인칭 시점보다 유연하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마치 카메라가 줌인하거나 줌아웃하듯이 인물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인물의 목소리에 반드시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독자나 주인공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서스펜스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스릴러가 주를 이루는 제 초단편소설을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대부분 오직 한 인물의 시점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인물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온전히 알 수 없으며 독자 역시 함께 추측해야만 하지요. 그래서 마지막에 극적인 반전을 주기에 유효합니다.

장편소설의 경우 장마다 시점 인물을 바꾸기도 합니다. 여러 시점 인물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앞에서 여러 번 다루었던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에도 장마다 시점 인물을 달리하면서 여러 시점 인물이 등장합니다. 로맨스 소설의 경우라면 남녀 주인공 둘 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가 각각 여 주인공, 남 주인공 시점에서 소설을 쓰기도 했지요. 이건 책이 두 권이었지만 한 권 안에서 그렇게 쓰이는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단점]

시점 인물이 알아차리는 것들만 보여줄 수 있습니다.

1인칭 시점보다 시점 위반을 피하기가 한층 까다롭습니다.

시점 인물의 모습을 묘사하는 게 까다롭습니다. 인물들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굳이 생각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장르]

3인칭 시점은 현대 소설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장르에서 찾아볼 수 있지요.


[추천하는 경우]

독자가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길 바랄 때

폭넓은 독자층을 끌어들이고 싶을 때(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점입니다.)


[추천하지 않는 경우] 독자가 인물과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길 바랄 때



3인칭 제한적 시점에서 만나는 어려움과 그 해법


1. 시점 인물을 묘사하는 법

다른 인물의 눈을 통해 시점 인물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시점 인물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생각할 만한 그럴듯한 이유를 마련합니다. 면접을 준비하거나 데이트를 하러 간다거나.

대화를 활용하여 시점 인물의 외모에 대해 언급합니다.

시점 인물에게 신체적인 특징이 드러나는 행동을 스스로 하게 만듭니다. 키가 아주 크다면 어딘가로 들어갈 때 머리를 깊이 숙여야 하겠죠.

시점 인물이 다른 인물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게 만듭니다.

단, 묘사를 한꺼번에 무더기로 쏟아내지 않도록 유의합니다.

쓰고 있는 소설 장르의 관습을 염두에 둡니다. 로맨스 소설의 독자는 대부분 주인공이 어떤 외모인지 궁금해하지만 스릴러 소설의 독자는 외모에 대해 공백으로 두는 걸 선호합니다. 제 초단편소설의 경우에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인물의 외모에 대한 묘사는 대부분 생략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설의 내용상 필요할 때는 합니다만 굳이?! 할 필요가 없을 때가 더 많으니까요.


2. 다른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법

시점 인물이 다른 인물의 몸짓언어나 자세, 얼굴 표정을 해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때는 반드시 "아마도", "의심의 여지없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이 부분이 시점 인물의 해석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드러내야 합니다. 다른 인물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면 시점 위반이 될 수 있으니까요.



3인칭 깊은 시점


3인칭 제한적 시점과 깊은 시점은 같은 부류에 해당합니다. 깊은 시점은 제한적 시점의 하위 유형에 가까울 뿐입니다. 깊은 시점에서는 화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등장인물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며 독자는 마치 1인칭 시점에서처럼 인물의 내면 깊이 들어갑니다. 단지 '그', '그녀'와 같은 3인칭 대명사를 사용할 뿐입니다. 3인칭 깊은 시점은 1인칭 시점처럼 생생하고 강렬한 목소리가 중요합니다. 인물의 성격과 배경, 감정이 반영되어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시점 인물이 알아차릴 법한 세부 사항만을 언급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눈여겨보는 것이 다릅니다. 모든 걸 다 보여주려고 하면 안 됩니다. 시점 인물의 특성이나 감정 상태에 따라 보고 듣고 느끼는 것도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서술하는 언어는 시점 인물의 언어여야 합니다. 성별과 연령, 교육 수준, 배경, 성격에 들어맞아야 합니다.


[장점]

직접적이고 내면적인 시점으로 독자가 시점 인물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여러 명의 시점 인물을 둘 수 있습니다.

'말하기'를 배제하고 보여줄 수 있습니다.


[단점]

시점 인물의 목소리가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작가가 시점 인물의 특성에 대해 전혀 모를 때 글을 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의학 소설(제가 임의로 붙인 비공식적 명칭임)에 등장하는 의사가 시점 인물이라면 솔직히 앞이 캄캄하지요. 수많은 의학용어부터 공부하고 시작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이건 소설의 장르에 따라 별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로맨스 소설에 등장하는 의사는 환자보다 연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지도 모르니까요.

인물의 내면에서 지나치게 오래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인물이 알지 못하는 사실은 언급할 수 없습니다.

독자에게 정보를 숨기는 일이 까다롭습니다. 시점 인물이 알고 있는 사실을 독자에게 숨겨서는 안 되니까요. 만약 일부러 말하지 않는다면 독자를 속이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장르]

거의 모든 장르에서 사용되며 로맨스 소설에서 많이 쓰입니다.


[추천하는 경우]

독자가 주인공과 깊이 동일시하기를 바랄 때

인물 중심의 이야기를 쓰고 있을 때


[추천하지 않는 경우]

수많은 인물과 여러 개의 플롯이 등장하고, 여러 장소가 배경이 되는 서사 소설일 때

독자가 인물과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고 싶을 때


[3인칭 깊은 시점으로 소설을 쓸 때의 요령]

3인칭 깊은 시점으로 쓰기 어렵다면 '나'로 먼저 쓴 후, 대명사를 '그'나 '그녀'로 바꾸어도 좋습니다. 이 방법 아주 유효합니다.



* 1인칭 시점이나 3인칭 깊은 시점으로 소설을 쓸 때, 아래 것은 꼭 익혀 두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너무 유용하고도 중요한 팁이에요!


1. 상태를 인지하는 동사를 피하라

'보았다, 들었다, 냄새를 맡았다, 느꼈다, 지켜보았다, 알아차렸다, 깨달았다, 알았다, 생각했다'와 같은 동사를 피합니다. 행위가 아니라 대상에 초점을 맞춥니다. 인지 동사를 사용하면 독자는 사건을 인물과 함께 경험하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인물을 관찰하게 만듭니다. 그러면 인물과 독자 사이에 거리가 생깁니다.


찰리는 그녀의 안색이 밝아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 그녀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녀는 손에서 땀이 배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 손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다만 보고 듣는 행위 자체를 강조하고 싶을 때는 인지 동사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3인칭 깊은 시점이나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을 쓴다면 인지 동사는 대부분 피하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이 부분은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한번 자신이 쓴 글을 통해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2. 생각 꼬리표를 피하라

소설의 모든 문장은 인물의 인식에서 나오며 독자는 이미 그것이 인물의 생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궁금했다"같은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3. 내적 독백을 작은따옴표로 묶지 마라

3인칭 깊은 시점에서는 묘사와 서술, 인물의 생각이 구분되지 않고 뒤섞여 나타납니다. 인물의 생각을 일일이 작은따옴표 안에 넣지 않지요. 한 번 책장에 있는 소설들을 살펴보세요. 1인칭 시점이나 3인칭 깊은 시점의 소설에선 그런 구분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4. 설명을 피하라

시점 인물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자신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추워서 몸을 떨었다'라고 표현하지 말고 몸을 떠는 이유를 맥락을 통해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설명하지 말고 추위를 느낄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5. 시점 인물의 이름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마라

이름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외부에서 그 인물을 관찰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그'나 '그녀'라는 대명사를 사용합니다.


6. 시점 인물이 쓸 법한 호칭을 사용하라

시점 인물이 부를 때 쓸 법한 호칭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즉 소설에서 인물의 어머니가 등장한다면 평소 시점 인물이 부르는 대로 '어머니'나 '엄마'라고 해야지 '김하진'이라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7. 오감을 활용하라

독자를 인물의 시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인식 동사는 배제하고 오감을 활용하여 표현합니다.



* 3인칭 제한적 시점과 3인칭 깊은 시점은 별개의 유형이라기보다 연속적인 개념에 가깝습니다. 저는 초단편소설의 특성상 이 두 시점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시점 인물과의 거리가 필요할 때는 제한적 시점을, 가까워지고 싶을 때는 깊은 시점을 사용합니다. 시점 인물은 주로 '그'나 '그녀'를 사용하고 있지요. 인물이나 세계의 비밀을 적당히 감추면서도(후반분의 반전을 위해) 시점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드러내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잘 활용하면 아주 매력적인 시점이 3인칭 제한적 시점과 3인칭 깊은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의 점검 질문에 답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3인칭 제한적 시점과 3인칭 깊은 시점의 차이를 이해했는가?

두 시점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소설에 어울리는 시점을 선택했는가?

여러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어 3인칭 제한적 시점이나 깊은 시점에 위배되는 서술을 하지 않았는가?

1인칭 시점이나 3인칭 깊은 시점에서 인지동사나 생각꼬리표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는가?

3인칭 깊은 시점에서 인물의 이름을 자주 사용하거나 내적독백을 작은따옴표로 묶어 거리감을 주지는 않았는가?




일주일 연재를 미루고 복귀했습니다. 걱정을 끼쳐 드려 많이 죄송했습니다.

남편 말대로 그냥 써야지 뭘 어쩌겠어요?

밀리의 서재에서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9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초단편소설집 '돈 워리'가 3개월 만에 3관왕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밀리의 서재 '이 달의 밀크 우수작품상 당선'

'분기별 우수작품(밀크 중의 밀크) 당선'

‘2025 올해의 밀리로드 TOP 50 선정’ (34위)


매주 1화씩 발행했으며 이번 주 16화 발행합니다. '돈 워리'와 연결선상에 있는 소설입니다. 완결 이후에도 시즌 2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될 때까지 쓰자! 이게 제 목표거든요. 더 잘 쓸 수 있을 때까지 100편이라도 쓰겠습니다.


밀리로드 베스트 이 링크를 클릭하시고 밀어 주리하시면 이벤트에 자동 응모됩니다. 단, 이미 밀어 주리 하신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 거 같네요. ㅠㅠ 아직 하지 않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돈 워리'를 밀어주고 커피도 마시고!! 주변에 링크 홍보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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