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이 뭔가요? 화자는 뭔가요?
이 연재북은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 시리즈(첫 문장의 힘, 시점의 힘, 묘사의 힘, 퇴고의 힘)의 내용에 제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결합하여 에세이 형식으로 쓴 글입니다. 그러므로 작법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은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토대로 한 것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 소설 쓰기에 대한 내용이지만, 일반적인 글쓰기에 대한 팁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연재북을 쓰면서 공부하는 중입니다. 함께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제 연재북을 읽고 계신 독자 여러분! 그동안 애쓰셨고 축하드립니다.
지난주까지 총 5화에 걸쳐 샌드라 거스의 '첫 문장의 힘'을 함께 공부하셨습니다. 저만의 편집과 첨삭을 거친 글이었지만 샌드라 거스가 제시한 소설 작법에는 크게 손대지 않았습니다. 소설을 쓰시는 분이든 아니든 소설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을 얻게 되셨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럼 오늘부터는 샌드라 거스의 '시점의 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시점이나 화자는 소설 쓰기에서 심장과도 같은 요소입니다. 그 외의 글쓰기에서도 화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요. 앞으로도 계속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시점은 소설 전체, 혹은 소설의 일부를 이야기하는 화자의 관점을 말합니다. 독자는 이야기하는 사람의 눈을 통해 소설 속 세계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렇기에 다른 매체보다 감정적으로 더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독자는 소설을 읽는 동안 시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점 문제가 일으키는 '결과'는 알아챌 수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마음이 안 간다거나, 이야기 안에 몰입하기가 어렵다면 작가가 시점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생긴 결과일 수 있는 것입니다.
시점을 이해하기 위해선 화자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화자란, 이야기를 풀어놓는 사람 혹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말합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일 수도 있고 등장하지 않으면서 소설에 대해 전해 주는 보이지 않는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일단 시점의 종류만 간략히 짚어 보고 각각의 유형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대부분의 소설은 1인칭 시점이거나 3인칭 시점입니다. 1인칭 시점은 '나'라는 대명사를 사용하고 3인칭 시점은 '그 혹은 그녀'라는 대명사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시점은 다시 몇 가지 하위 유형으로 나뉩니다. 일단 명칭만 알아두세요.
(학창 시절에 배운 용어와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선 '1인칭 주인공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정도만 배웠었지요. 하지만 여기에서는 교과서보다 더 세밀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이건 실제 작법서니까요!)
1인칭 시점 : 화자는 소설의 등장인물 중 한 명, '나'라는 대명사 이용, 주인공이거나 관찰자
2인칭 시점 : 화자는 외부의 관찰자, '너'라는 대명사 이용
3인칭 객관적 시점 : 화자는 외부의 중립적인 관찰자, 어떤 인물의 생각이나 느낌도 드러낼 수 없음
3인칭 전지적 시점 : 화자가 등장인물이 아니며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인물의 머릿속을 들여다봄
3인칭 제한적 시점 : 화자가 등장인물이 아닌 중립적 관찰자, 오직 한 명의 머릿속만 들여다볼 수 있음
3인칭 깊은 시점 : 화자는 소설 속 등장인물 중 한 명, 오직 한 명의 머릿속만 들여다볼 수 있음
3인칭 다중 시점 : 화자는 등장인물일 수도 있고 중립적 관찰자일 수도 있음, 장면마다 혹은 장마다 시점을 전환하면서 한 명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음
참고로 '2인칭 시점'이나 '3인칭 객관적 시점'만으로 쓰인 소설은 드뭅니다.
1인칭 시점은 '나'와 같은 1인칭 대명사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화자는 소설 속 등장인물 중 한 명이어야 합니다.
많은 종류의 소설과 에세이가 이 시점을 사용하고 있지요. 여기에서 하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1인칭 시점으로 쓴 작품들은 대개 주인공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이야기를 풀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과거 시제로 쓰이는 게 맞지요. 성인 독자를 염두에 둔 일반적인 소설들은 과거 시제가 표준입니다. 물론 반드시 현재 시제를 사용해야만 원하는 이야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작가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지금 책장에서 아무 소설책이나 펼쳐서 확인해 보십시오. 과거 시제가 아닌 경우는 매우 드물 겁니다.
초창기에 제가 한 실수도 시제 혼란이었습니다. 뭔가 눈앞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듯한 생동감을 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과거 이야기인데도 자꾸만 현재 시제를 뒤섞어서 썼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시제가 꼬여 혼란스러워집니다. (소설 속에서도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으니까요. 언제나 현재일 수는 없겠지요.) 실제로 이 부분은 소설가에게 지적받은 사항이기도 했습니다. 과거로 시제를 통일하라고 하더군요. 바꾸고 나니 훨씬 읽기에 편안한 소설이 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주로 과거 시제로 소설을 씁니다. 다만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니 감안해 주세요. 초보 소설가의 경우는 시점이나 시제 혼란을 주의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작가의 치밀한 의도가 아닌 단지 미숙함으로 인한 혼란은 독자를 피곤하게만 만들 뿐이니까요.
성격은 말투에 영향을 미칩니다.
세대와 연령 또한 주의합니다. 어린 화자가 어른 말투를 쓰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요. 갑자기 어린 시절에 누구나 읽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가 떠오르네요!
성별에 따라서도 말하는 방식은 달라집니다.
종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지리적, 문화적 바탕도 중요합니다. 사투리의 사용으로 고향이나 살고 있는 지역을 드러낼 수도 있겠죠.
교육 수준도 말에 영향을 끼칩니다. 배우지 못한 사람이 지나치게 현학적이거나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여 말한다면 공감하기 힘들겠죠.
직업은 전문 용어의 사용 등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그 직업에서만 사용하는 은어도 있을 수 있겠죠.
현재의 감정 상태에 따라 말도 달라집니다.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하면서 화자의 목소리를 올바르고 설득력 있게 설정해야 합니다. 평소 사람들이 말하는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체득해야 하는 부분이겠지요.
초보 작가들에게 쉽고 편안합니다. 쓰기에 가장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에세이 같은 소설이 되어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 쉬울 수도 있지요. 1인칭 시점은 모든 시점 중 가장 직접적이고 내면적인 시점입니다. 주인공의 모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기에 동일시가 쉽습니다. 오직 '나'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점 위반이 많이 발생하지도 않으므로 처음 소설을 쓸 때 가장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시점입니다.
다만 1인칭 시점은 이야기의 범위가 좁습니다. 다른 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추측하게만 만들 수 있습니다. 시점 인물의 목소리가 상당히 매력적이어야만 합니다. 말 그대로 주인공 혼자 소설을 끌고 나가야 하니까요. 강렬하고 매력적이지 않다면 독자가 싫증을 느끼기 쉽습니다. 또 1인칭 시점은 3인칭 시점보다 일반적으로 호감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중의 선택을 원한다면 '3인칭 제한적 시점이나 3인칭 깊은 시점'이 좀 더 안전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인물의 내면에 지나치게 오래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 하는 것은 소설을 지루하게 만듭니다. '나'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넣어야 하기 때문에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주어의 사용도 특히 유의해야 합니다. 또 작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유형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 때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인터뷰와 사전 조사 등으로 인물에 대해 미리 공부해야겠지요. 또 외모 묘사가 까다로워집니다. 자신이 자신의 외모를 묘사하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할 수는 있겠지만 자칫 자의식이나 자기애가 과한 사람으로 비칠 위험이 있지요.
<최고의 선택인 경우>
독자와 주인공이 아주 가까워지길 바랄 때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성장에 중점을 둔 인물 중심의 이야기일 때
<추천하지 않는 경우>
이야기가 아우르는 범위가 넓을 때 (배경이 여러 곳이고 등장인물도 많고 긴 시간에 걸친 이야기일 때)
이야기의 핵심 장면에 시점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 있을 때 (주인공 없이 벌어지는 사건이 필요할 때)
강렬하고 매혹적인 화자의 목소리를 창조할 자신이 없을 때
화자는 '너'라는 대명사를 사용하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주인공 역할을 맡깁니다. 참신하고 독창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자가 방관자가 아니라 이야기에 직접 관여하는 참여자가 되는 것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너'라는 대명사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독자들이 2인칭 시점을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너는'이란 표현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면 단조롭게 느껴집니다.
2인칭 시점의 소설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단편소설인데 전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을 때나, 2인칭 시점을 사용해야만 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장편 소설의 경우엔 2인칭 시점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건 제가 쓴 중편소설 '너에게서 나와 너에게로 갔다'를 통해 명확히 깨달은 내용이었습니다. 퇴고 시 시점을 다 수정할 생각입니다. 저는 2인칭 시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1인칭 시점이나 3인칭 깊은 시점'이 더 맞을 거 같습니다. 주어만 '너'로 사용했을 뿐이니까요. 사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서도 서두인 '검은 새'라는 장에서 '너'라는 대명사를 사용했는데요. 여기에선 동호와 독자를 동일시하여 '너'라고 부른 것이죠. 그런데 소설을 읽다 보면 '너'는 '그'나 '나'로 써도 무방했겠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다만 이 소설은 상당히 실험적인 시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시제 역시 과거와 현재가 자주 뒤섞여서 나옵니다. 처음부터 동호의 죽음을 극적으로 부각하기 위해 작가가 의도하고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2장부터는 2인칭 시점이 아닌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적절히 바꿔 가며 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장편소설 전체를 2인칭 시점으로 썼다면 읽기에 무척 피로하고 그 효과도 반감했을 겁니다.
영화적 시점, 비개인적 시점, 관찰자 시점이라고 합니다. 화자는 인물 외부에 존재하며 오직 카메라가 기록하듯 이야기를 서술합니다. 어떤 인물의 마음속도 들여다볼 수가 없습니다. 독자가 인물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만큼 공감하기도 힘들 겁니다. 즉 3인칭 객관적 시점일 때는 중립적이어야 하므로 의견이 나타나는 단어도 쓰면 안 됩니다.
오직 대화와 행동을 통해서만 드러내야 하므로 '보여주기'를 연습하기에 최적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숨기기 때문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용이합니다. 스릴러 소설이라면 독자를 계속해서 궁금하게 만들기 좋겠죠. 그리고 작가나 인물의 구체적인 설명이 없으므로 독자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인물의 내면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인물과 거리감이 생기고 인간미가 없어지지요. 감동이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선 감정을 경험해야 하는데, 객관적 시점의 소설에선 그런 걸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3인칭 객관적 시점으로만 소설을 쓰는 건 드뭅니다. 스릴러나 미스터리 소설을 쓰면서 살인범의 정체를 감추고 싶을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체에서 사용하기보다 몇몇 장면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지요.
머리가 아프시지요? 오늘은 세 가지 시점에 대해서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 3인칭 시점들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1인칭 시점'이나 '3인칭 제한적 시점', '3인칭 깊은 시점'으로 소설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초단편소설을 쓰면서 약간의 미스터리적 요소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1인칭 시점은 배제시켰습니다. 3인칭 제한적 시점과 3인칭 깊은 시점을 오가며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주로 '그나 그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그들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고 있으므로 '3인칭 깊은 시점'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소설의 시점과 화자를 잘 설정하시고 중간에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의 점검 질문에 답하면서 시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시점이 무엇인지 이해했는가?
화자가 무엇인지 이해했는가?
시점의 유형에 대해 이해했는가?
시점이나 화자를 올바로 설정했는가?
시제를 혼란스럽게 표현하지는 않았는가?
화자의 목소리가 성격, 연령, 성별 등 화자가 지닌 기본적인 특징에 위배되지 않았는가?
소설의 장르나 내용에 적합한 시점을 설정했는가?
자, 소설 쓰기를 공부했으면 소설을 한 편 읽어야겠지요?
오늘 연락을 받았네요.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책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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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 주리는 딱 한 번만 클릭하시면 됩니다!! 두 번 누르시면 밀어 주리가 취소됩니다. -.-;)
이번 주엔 14화가 공개됩니다. 특히 이번 주 작품은 표제작인 '돈 워리'와 연결되어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언제나 감사드려요!!
https://short.millie.co.kr/xs7kz0
* 아래 영상은 이번 소설의 예고편입니다. 이건 제가 직접 AI와 협업하여 만들었습니다. 좀 과한 면은 있는데 그럭저럭 잘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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