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인 화자보단 여러 명의 화자가 낫지 않을까?

3인칭 전지적 시점과 다중 시점

by 소위 김하진

이 연재북은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 시리즈(첫 문장의 힘, 시점의 힘, 묘사의 힘, 퇴고의 힘)의 내용에 제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결합하여 에세이 형식으로 쓴 글입니다. 그러므로 작법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은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토대로 한 것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 소설 쓰기에 대한 내용이지만, 일반적인 글쓰기에 대한 팁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연재북을 쓰면서 공부하는 중입니다. 함께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3인칭 전지적 시점


전지적이란 말은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화자는 소설 속 등장인물이 아닙니다. 모든 인물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며 생각과 기분을 말해줄 수 있고 미래와 과거를 볼 수도 있고 장소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습니다. 가끔 인물이 인식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도 언급할 수 있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도 작가도 아닌 화자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나름대로 개성을 지닌 강렬하면서도 고유한 목소리여야 합니다. 모든 의견은 화자의 것이며 인물의 것이 아닙니다.


* 여기서 포인트!

강렬한 화자의 목소리 없이 여러 인물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만 한다면 '머리 넘나들기'를 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시점 오류에 해당합니다.


[장점]

가장 자유롭고 유연한 시점입니다.

등장인물 중 누구도 알지 못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암시하며 서스펜스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전후 맥락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인물을 묘사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독자와 인물 사이에 거리감을 조성합니다.

인물의 목소리에 얽매이지 않아도 됩니다.


[단점]

가장 거리감이 있고 비개인적인 시점입니다.

보여주기보다 말하기에 의존하기 쉽습니다.

가장 까다로운 시점입니다. 자칫 머리 넘나들기로 빠져버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화자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조성하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출판사 편집자나 독자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현대소설에선 비선호!)


[장르]

대다수의 고전 작품

서사 판타지 소설, SF, 역사 소설, 풍자 소설, 해학 소설 등

현대 소설에서는 드물고 로맨스 소설에서는 쓰지 않는 게 낫습니다.


[최고의 선택인 경우]

이야기의 범위가 방대하고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벌어지는 플롯 중심의 소설인 경우

독자가 사건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두고 지켜보게 하려는 경우

서두의 배경을 전지적 시점으로 쓴 후 나머지는 3인칭 제한적 시점으로 전환하는 경우


[추천하지 않는 경우] 인물 중심의 이야기인 경우


[전지적 시점으로 소설을 쓸 때의 요령]

한 인물의 머리에서 바로 다른 인물의 머리로 건너뛰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인물의 생각을 이야기함으로써 전환이 갑작스럽거나 어색하지 않게 만듭니다.

다른 인물의 생각으로 전환할 때 그 사이에 행동을 묘사하거나 대화를 보여줍니다.

지나치게 많은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독자가 혼란스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한 인물의 내면에 얼마 동안은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3인칭 다중 시점


3인칭 제한적 시점 혹은 3인칭 깊은 시점과 동일합니다. 다만 시점 인물이 한 명 이상 등장한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장이 바뀌거나 혹은 장면이 바뀔 때마다 시점 인물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지적 시점과 3인칭 다중 시점의 차이점]

3인칭 다중 시점에는 전지적 존재의 화자가 없습니다. 각각의 장면에서 단 한 명의 인물이 생각하는 것만을 접하고 그 인물의 감정만을 경험합니다. 대신 3인칭 제한적 시점과 3인칭 깊은 시점을 쓰는 여러 명의 시점 인물들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즉 장면마다 챕터마다 이야기를 풀어놓는 목소리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장점]

독자는 한 명 이상의 인물과 친밀하게 알아갈 수 있습니다.

김장감과 서스펜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독자에게 전달하는 정보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독자에게 어떤 비밀을 숨기고 싶다면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인물의 시점에서 그 장면을 쓰면 됩니다. 저의 초단편소설의 경우 이런 식으로 비밀을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뭘 모르는 인물이 화자인 경우가 많지요. (물론 초단편이기에 다중 시점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요!)

인물의 모습을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묘사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시점 인물이 자기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은 부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시점 인물이 여러 명이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여줄 수 있어 복잡하게 인물들이 얽혀 있는 사건이나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사건을 보여주기에 유리합니다. 제가 쓴 중편 '너에게서 나와 너에게로 갔다'의 경우, 다중 시점을 사용하지 않은 게 실수였습니다. 주인공이 경험하지 않은 사건이나 부모 세대의 과거를 보여주기가 무척이나 어려웠거든요. 어쩔 수 없이 대화나 편지를 통해 드러냈는데 그랬더니 사건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고 소설 전체가 빈약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결국, 시점을 수정해서 새로 써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지요.

모든 장면에 주인공이 등장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제약이 줄어듭니다.

독자는 폭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좀 더 완전한 형태의 그림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단점]

각 인물과의 친밀감이 떨어집니다.

작가는 두 명 이상의 다른 목소리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점 전환을 능숙하게 하지 못하면 독자는 누구의 시점인지 갈피를 잡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시점을 전환할 때마다 이야기가 나아가는 기세가 다소 약해집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동일한 사건을 다시 얘기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장르]

로맨스 소설에서 전형적으로 사용됩니다. 남녀 주인공 모두를 잘 이해하게 되니까요. 정대건의 '급류', 최진영의 '구의 증명'이란 소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 남녀가 번갈아가며 서술하는 형태이지요.

미스터리나 스릴러 소설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비밀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유리합니다.


[최고의 선택이 되는 경우]

중요한 주인공이 두 명인 경우

주인공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경우


[추천하지 않는 경우] 주인공이 단 한 명뿐인 경우



* 장편소설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이 다중 시점입니다. 아래의 방법들은 아주 실질적인 팁이니 꼭 알아두세요!!



[시점을 전환하는 방법]

한 장면이 진행되는 중간에 시점을 전환하지 않습니다. 장이 바뀌거나 장변이 바뀌는 곳에서만 시점을 전환합니다.

소설 초반에 다중 시점임을 확립합니다. 한 인물의 시점으로 너무 오래 끌고 가다가 갑자기 바꾸지 마세요!

시점 인물의 수를 제한하고 중요한 인물에게만 부여합니다.

지나치게 자주 시점을 전환하지 않습니다. 그럼 인물과 유대감을 형성할 시간이 부족해집니다.

시점을 전환할 때마다 누구의 시점인지 분명하게 밝힙니다. 시점 전환 즉시 인물의 이름을 언급한 다음 가능한 한 빨리 인물의 내면으로 독자를 데려갑니다.

시점 인물들을 균형 있게 등장시킵니다.


[시점 인물의 수를 결정하는 방법]

시점 인물은 두 명이면 충분합니다. 로맨스 소설에서는 연인이 될 테고, 스릴러 소설에서는 주인공과 악당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누구인지부터 규정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시점 인물이 여럿이더라도 한 인물이 좀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시점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의 수를 결정하는 방법]

주인공은 가장 많은 장면의 시점 인물이어야 합니다. 또 소설 첫 장면의 시점 인물이어야 합니다. 두 명의 시점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 똑같이 장면을 배분할 필요까진 없지만 한 인물의 시점이 너무 오래 등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정대건의 '급류'에서 남녀 주인공은 도담과 해솔이지만 보다 중심이 되는 인물은 여자 주인공인 도담이고 소설 전반에 걸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시점 인물을 선택할 때 고려하면 좋은 것들]

이 장면에서 가장 잃은 것이 많은 인물,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될 인물, 가장 활동이 많은 인물, 가장 강렬하거나 흥미로운 감정을 경험하는 인물, 독자가 동일시하기를 바라는 인물, 숨기고 싶은 정보를 모르고 있는 인물 혹은 정보를 갖고 있는 인물 등을 고려하여 시점 인물을 선택합니다.

대상 인물이나 배경을 눈여겨볼 법한 정당성을 지닌 인물을 시점 인물로 선택하여 인물이나 배경의 모습을 묘사하게 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동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 인물, 외적인 말이나 행동이 내면의 생각과 모순되는 인물을 시점 인물로 선택하여 그의 진짜 내면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너무 어렵다면 그냥 체류 시간을 따져봐도 됩니다. 한 인물의 시점에서 너무 오래 이야기했다면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전환할 때가 된 것이죠.


소설을 쓰시는 분들이 자세히 알아두어야 할 시점은 다중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현대 장편소설이 이 시점을 활용하니까요. 각 장마다 주인공이 달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던 건 시점 인물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주로 3인칭 제한적 시점이나 깊은 시점을 활용하여 한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요. 단편의 경우엔 한 인물만으로도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나가는 게 가능하지만, 장편의 경우엔 주인공이 보고 듣는 것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이럴 때 다중 시점은 아주 탁월한 해법이 될 것입니다.



다음의 점검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이 쓴 소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3인칭 전지적 시점과 3인칭 다중 시점의 차이를 이해했는가?

두 시점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소설에 어울리는 시점을 선택했는가?

다중 시점에서 시점 인물의 수가 너무 많지는 않은가?

다중 시점에서 시점 인물의 전환이 너무 자주 일어나지는 않았는가? 반대로 지나치게 오래 한 인물에게 머무르지는 않았는가?

다중 시점에서 주인공을 첫 장면의 시점 인물로 선택하였는가? 그리고 가장 많은 장면에서 시점 인물로 선택하였는가?

다중 시점에서 장면에 어울리는 시점 인물을 선택하였는가?


이번 주 댓글 창은 닫습니다. 아들이 독감에 걸려 무척 아파하고 있는데 저도 전염된 거 같네요.ㅠㅠ 다들 독감 조심하시고 새 글 올리시면 작가님들 글방으로 놀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밀리의 서재 17화 공개합니다.

소위 김하진의 초단편 소설이 궁금하신 분들은 밀리의 서재에 회원 가입만 하시면 무료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재미있으셨다면 밀어 주리도 꼭 해주세요!!^^

밀리의 서재 우수작품상 당선, 분기별 우수작품 선정, 2025 밀리로드 Top 50위에 선정된

초단편 소설집 '돈 워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7화 역시 독립된 하나의 이야기이면서, '기도하는 소녀', '픽스 유'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https://short.millie.co.kr/kx60j9


keyword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