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지한이가 태어나고 우린 싸우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누가 더 육아와 가사를 많이 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서로 보상받지 못한 마음은 다친 채로 흉살이 들어 점차 닫혀갔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 제법 잘 지내고 있다고 여겼지만 어느 시점에서부터 나는 남편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있고, 내가 그에게 더 이상 사랑을 주고 있지 않고 있다는 마음이 스몄다.
그 무렵 나는 그의 밥 먹는 모습이 싫어졌고 그의 체취 또한 반갑지 않았다.
어느 새벽녘, 돌이 갓 지난 나의 아가가 잠에서 깨어 내게 왔다.
옆에 남편은 없다.
지한이 방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술을 먹고 새벽에 들어와 아이방에서 자고 있나 보다.
깊은 피로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이가 놀아달라고 보챈다.
안방과 아이방이 연결되어 있었기에 그의 잠을 방해할까 싶어 지한이를 데리고 거실로 나왔다. 나는 아일랜드 식탁에 몸을 기댄 채 아이와 앉아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한 이후로 걷는 행위 자체를 너무 좋아하는 나의 아가는 앉아있다가도 자꾸 몸을 일으켜 집안 구석구석을 바삐 돌아다닌다.
그새 나도 모르게 잠시 눈을 붙였나 보다. 눈을 떠보니 아이가 아빠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고 있다.
그 새벽 다섯 시 이른 시간, 낯선 문자가 도착하여 남편의 휴대폰이 울렸다.
모두가 그렇듯 이혼 과정에서 나는 전남편과 참 많이 싸웠고 매일이 갑갑하도록 불행했다.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으나 언제나 가슴속 분노를 안고 밖을 달리고 있었다. 가끔은 내 전부인 것 같은 아이를 보고 싶지 않은 날도 있었으며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날도 있었다.
1년 전 아이를 낳은 후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빠지지 않던 자잘한 살들이 그때야 빠졌다. 임신 전 몸무게로 돌아가다 못해 인생 최저의 몸무게다. 매일 밤 거울 속 나는 너무 불행했다.
그리고 나 자신이 불쌍해서 끊임없이 울어댔다. 말 그대로 몸도 마음도 지금 최악의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