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매일 나는 이혼을 다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잘 살아 보기를 다짐했다. 그렇게 정해지지 못한 마음이 허둥대고 있었다.
전남편의 태도가 보다 다정했으면 어땠을까. 나는 다시 잘 살아보기로 결정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은 같았을 것이다. 혼인 기간이 좀 더 길어졌을 뿐, 내가 아는 나는 결국 이혼을 선택했을 사람이다.
수도 없이 많은 심리상담과 암흑의 시간이 있었고 이혼을 마음먹은 뒤 나는 변호사를 통해 이혼소를 제기했다. 이혼의사는 서로 확인했고, 아이의 양육권도 내가 가져오기로 했다. 재산분할만 다투면 될 것이다. 그럼 올해 안에 정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서면을 보내자 전남편은 변호사를 바로 선임했다. 눈에 익은 법무법인 이름이다. 노력해 보자고 할 시기에 그의 지갑 속에서 떨어졌던 법무법인의 명함. 그는 그때 비즈니스 미팅에서 상대 회사가 법무법인을 대동하고 왔었다고 했었다. 그 법무법인 이름을 보며 까마득하게 소름이 돋았다.
이 사람 대체 어디까지 거짓인 것이었을까.
업무 중에 변호사에게 메시지가 왔다.
'보시면 전화 주세요'
잠시 업무를 내려놓고 전화를 걸었다. 상대가 갑자기 이혼의사가 없다고 하며 양육권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머리가 아프다. 우선 법원의 시간에 따라야 한다. 가사조사관 면담과 조정기일이 차례대로 잡혔다. 방법이 없었다. 일단 하는 수밖에.
이혼은 당연히 가능한 것이었으나 양방의 이혼의사 및 양육권이 일치하지 않으면 조정이혼이 어렵고 이혼소송으로 진행된다.
소송은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다. 마음이 더 이상 피폐해지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 조정날 부부상담 권고가 내려왔다. 상처를 끄집어내는 상담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변호사에게 말했다.
'꼭 해야 하나요 변호사님'
'부부상담을 통해서 양방의 이혼의사와 양육권 합의가 되어야 추후 소송으로 가더라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요.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듯 상담을 시작했다. 그와 같은 공간에 앉아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 또다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