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혼했습니다.

#36

by Liz


기다리는 것은 모든 유기체들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그 기다림에 목말라 너의 마음이 크다 나의 마음이 크다, 서로 난리를 치다가도 나는 환한 당신에게 이끌려 서둘러 돌아가곤 했다. 그렇게 오래도록 나는 당신에게 또 돌아가고 어둠과 조우하고 또다시 사랑하고 또다시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결국 견뎌내지 못하고 당신에게서 떼어진 조각은 기대하다 돌아갈 곳을 찾지 못 한 나였다.

거지 같던 상처가 지난 감정 속에서 헤매다 저절로 떨어져 나간 것이다.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의 무서운 상상이 발현해 버린 꿈같은 일이었다. 석연하고자 했지만 유약한 나에겐 너무 어려웠던 일이었다.


그와의 연애는 버티고 또 버티다 결국 그렇게 끝이 났다.


'아.. 진짜 어떻게 전화 한 통이 없어..?'


대학원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이렇게나마 심통을 부린다.


'ㅎㅎㅎ 이세연 또 시작이다.

병이야. 이 정도면.'


'아니 진짜 너무 한 거 아냐?

헤어져놓고 스토리는 진짜 미친 듯이 올리는 건 뭐야?'


'정신 나갔다고 생각해.

그냥 걔는 개념이 없는 거야.'


'그렇지?

아.. 열받아 진짜 너무 화나서 못 견디겠어!!!'


'아니.. 세연아..

다시 만나고 싶어?? 대체 뭐야?'


사실 그러고 싶은 마음 반,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 반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는 차갑게 돌아서 버렸고 멀찌감이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등바등하는 건 나였다. 그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도 처참히 무시당했고, 너무 화가 나서 내 손으로 팔로우를 끊어 버려 놓고 공개 계정인 그를 뒤에서 염탐하곤 했다. 구질구질하게 말이다.


그저 한 달쯤 지나면 벗어날 수 있을까.


옆에 지한이가 없으면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 미련에 나의 온몸이 고통스럽다. 다시는 이런 사람을 못 만날 것 같은 두려움일까. 내가 앞으로 또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예측 불가능의 희뿌연한 미래의 사랑에 목마르다.


하지만 언젠가 또다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면 그 사랑이 운명이라 말할 것이다. 모든 것은 지금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한 빌드업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만 그때가 언젠지 알 수 없어 조급하게 가슴을 구겨댄다.

불안함이 엄습해와 사방에서 나를 정신없이 때린다.


꼭 이럴 때면 그의 다정함이 떠올랐다. 내가 조금 더 잘해줬다면 이런 결말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자책. 모든 게 다 쓸데없는 상상. 갑자기 내게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실낱같은 희망.


모두 다 부질없는 일이다.

지나간 인연은 돌아보지 않는 법이다. 할 만큼 했다면 더 그렇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그를 사랑했던 마음이 이제는 조금 잔잔해졌다. 평온함과 그리움이 섞인 이 밤.


시원한 와인 한 잔과 창 밖에 보이는 남산타워.

나는 나의 또 다른 시작을 응원한다.


잘하고 있어 이세연.

나는 너를 응원해.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