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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진경 Oct 28. 2022

에필로그

아이와 엄마의 1년 간의 대화 기록

 11월 19일. '아이는 말하고 엄마는 씁니다'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정확히는 11개월 1주일. 그 사이 42개의 글을 썼으니 평균 3.3일에 1편 꼴로 글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만하면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썼다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


 처음에는 유방암을 진단받고, 어느 날 문득 아이와 나눈 인상 깊은 대화를 글로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훗날 내가 혹시 세상에 없더라도 아이가 엄마를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게, 우리들의 아름다운 순간을 남겨놓고 싶어 시작한 글쓰기. 그러나 글을 쓰며 나는 암을 극복하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회복되었다. 늘 말하듯이 글쓰기에는 치유의 힘이 있었으니까. 아이와의 대화를 글로 옮기며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아이가 말하는 보석 같은 말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싶은 욕심에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글을 쓰며 아이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고, 글로 쓰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할 감정들을 만나게 되었다. 글을 쓰며 어른은 따라갈 수 없는 아이만의 천진난만함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속에서 나의 마음도 정화되고 치유되어갔다.  


 그 사이 나의 첫 책 <유방암,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출간되었고, 나는 다음 책으로 아이와 나의 대화를 모은 이야기를 한 편의 책으로 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글을 쓰는 기간은 1년으로 잡았다. 유방암 치료를 받으며 투병 에세이를 썼다면, 유방암 표준 치료가 끝나고 1년 여 동안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아이와 함께한 사계절의 과정을 글 속에 담아내고 싶었다.  


 때로는 암환자로서 아픈 엄마가 딸을 바라보는 애틋한 마음을 담아냈고, 때로는 보통의 엄마가 아이를 키우며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담았다. 그래서 이 책은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아픈 엄마라면 더더욱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39살 암환자 엄마와 다섯 살 딸이 주고받은 사랑의 메시지가 이 세상의 모든 아픈 엄마들에게 조금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


 모든 아이는 말한다. 그러나 모든 엄마가 쓰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말한 것을 기록하다 보면, 아이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고, 아이에게 내가 어떻게 대꾸했는지, 어떤 대화를 이어나갔는지를 좀 더 객관화해서 보게 된다. 사실 글을 쓰며 이 대화로 어떤 주제를 이야기할지 미리 구상한 적은 없다. 처음에 아이와 나눈 인상적인 대화를 적고, 거기에 대한 내 생각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 한 편을 완성할 때마다 한 가지의 주제가 완성되었다. 글쓰기의 힘이다.


 가능하다면 많은 엄마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좋으니 아이와 있었던 일, 아이와 대화한 일을 글로 남겨보면 좋겠다. 예전처럼 일기장에 직접 쓰는 것도 좋고, SNS를 활용해도 좋다. 그 분량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소소한 기록들이 켜켜이 쌓이면 엄마와 아이의 역사가 된다. 먼 훗날 아이가 이 글을 보고, '아, 엄마가 이렇게 나를 사랑했구나.', '엄마와 내가 이런 대화를 나누었구나.',  '나의 어린 시절은 이러했구나.'를 아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글쓰기는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글을 연재하는 동안 많은 분들이 글을 읽어주시고,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봐주셨다. 소은이를 한 번도 보지 못한 분들에게도 소은이가 사랑받는 것을 보며, 감사하고 또 행복했다. 항상 글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아이가 말하는 반짝이는 말들, 그리고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지금 이 순간들이 활자로 저장되어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의 마음에도, 나의 마음에도 보석처럼 빛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그동안에 쓴 글들을 브런치 북으로 엮어 브런치 공모전에 도전합니다. 이제 소은이와 저의 이야기가 종이책으로 출간될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앞으로도 소은이는 계속 말하고, 저는 계속 쓰는 삶을 살아갈 거예요! 소은이를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분들, <아이는 말하고, 엄마는 씁니다>가 좀 더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게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소은이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인스타그램으로 들어가시면 소은이의 실제 모습을 보실 수 있어요. ^^

https://www.instagram.com/soeunlove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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