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모톰 시술 후 나타난 악성 종양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인 이야기

by 강진경

2020년 9월 14일. 내 몸에 악성 종양이 육안으로 발견된 날짜이다. 초음파 검사 결과 육안으로 보이는 종양이 발견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종양이 언제 내 몸에 생겼는지 알기 어렵다. 6개월 전에는 없었던 혹이 발견되기도 하고, 간혹 있던 혹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종양이 생긴 날짜까지 알고 있는 특이한 케이스였음에도 불구하고 암을 막지 못했다. 그게 말이 되냐고? 초음파로 며칠 전까지 보이지 않던 종양이 갑자기 생길 수가 있는 걸까? 믿기 힘들겠지만 내 경우는 정말 그랬다.


처음 혹이 발견된 것은 남편 회사에서 무료로 받게 해 준 건강 검진을 통해서였다. 유방 초음파 검사 결과 오른쪽 유방에 1.06cm 혹이 있으니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는 소견이었다. 일주일 뒤 나는 동네 유방외과를 예약했다. 유방외과에서는 바로 맘모톰 시술을 권했다. 그때 맘모톰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맘모톰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진공 장치와 회전 칼이 부착된 바늘을 이용하여 유방 조직을 잘라 적출하는 진단법'


쉽게 말하면 맘모톰은 유방조직검사의 한 방법인데 전신마취나 커다란 피부 절개 없이 유방의 종괴를 조직 검사할 수 있는 기구의 이름이다. 초음파를 보면서 피부에 5㎜ 정도의 작은 절개를 넣고 컴퓨터로 작동되는 조금 큰 바늘을 사용하여 조직을 잘라 적출한 후 양성 종양인지 악성 종양인지 알아내는 방법이다.

수술 없이 유방조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고, 단점은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었다. 의사는 매우 간단한 시술이라며 오늘 당장 받고 가라며 맘모톰 시술을 적극 권했고,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고 이틀 뒤로 날짜를 예약했다. 그리고 다음날 다른 동네 유방외과를 찾아 한 번 더 초음파 검사를 했다. 그 의사는 맘모톰이 아닌 총조직검사를 권했다. 일단 총조직검사를 하여 어떤 조직인지 파악하고 양성 혹이면 뗄 필요 없이 추적 관찰하자는 것이었다.

하루 동안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 5일 뒤면 2년 9개월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이 예정되어 있었다. 학교에 복직하면 맘모톰 시술을 하고 싶어도 평일에 날짜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총조직검사를 하고 혹시 떼어내는 게 좋은 혹이면 다시 맘모톰을 받아야 했다. 결국 나는 처음부터 맘모톰을 시술하는 첫 번째 병원을 선택했고 예약된 날짜에 맘모톰 시술을 받았다. 맘모톰 시술은 당일 입퇴원 하고 부분마취를 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었다. 그리고 5일 뒤 맘모톰 결과가 나왔다. 그때도 여전히 암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역시나 결과는 예상대로 유방의 섬유선종(양성 종양), 즉 암이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시술 직후 시술 부위 위쪽으로 전에 없던 멍울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주쯤 뒤 병원을 다시 찾아 멍울에 대해 얘기하고 초음파를 보았다. 의사는 혈종의 가능성을 얘기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거니 3개월 뒤 내원할 것을 얘기했다. 2주 전, 맘모톰 시술을 할 때는 없던 1cm의 혹이 2주 만에 생겼으니. 나 역시 혈종이겠거니 생각하고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게 바로 문제의 암인지도 모른 채.

약속된 3개월 뒤 나는 좀 더 큰 대학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 집 근처 대학병원을 예약했다. 그런데 그때 하필이면 예약한 대학병원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여 예약을 취소했다. 그때까지도 멍울은 계속 만져졌고 나는 시술한 병원에 왠지 모를 불신이 들어 다른 동네 병원을 예약했다. 그 병원에서는 수술로 인한 혈종이 아닌 새로운 혹으로 진단을 했고 크기는 1.9cm, 3개월 사이 혹은 0.9cm가 자라 있었다. 이때 심각성을 알아챘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의사는 3개월을 또 지켜보자고 했다. 그리고 또 3개월이 흘러 다시 병원을 갔을 때 드디어 조직검사를 해 보자고 했는데, 예약이 밀려 조직 검사를 하는데만 1개월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세월이 흘러 멍울의 존재를 알고도 8개월을 방치한 결과 혈종인 줄 알았던 혹이 악성 종양, 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건지 모르겠다. 병원을 두 군데나 갔지만 두 군데 모두 암을 발견하지 못하고 추적 관찰만 하며 치료의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만일 첫 번째 병원에서 이상한 것을 느끼고 조직검사를 바로 실시했더라면, 만일 두 번째 병원에서라도 바로 조직검사를 해주었더라면, 만일 내가 처음부터 큰 대학병원에 갔더라면, 내 몸에 암세포가 그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텐데.

우리 몸에는 수많은 암세포가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한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암세포가 우리 몸에 있지만 면역 세포가 이를 감지하고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2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암세포가 그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걸까? 암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이 떨어지고, 세포가 각자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해 일어난다고 하는데 맘모톰 시술이 그 기폭제가 될 수도 있는 걸까? 애초에 첫 번째 병원에서 맘모톰 시술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아무도 이 질문에 답을 해주지는 못했다. 아니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의사들은 왜 암세포가 생겼는지가 아니라 나타난 암세포를 어떻게 제거하는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누군가는 첫 번째 병원에서 원래 있던 종양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게 아니냐고 하였지만 맘모톰 시술 전 방문했던 또 다른 병원에서도 그 종양을 발견하지 못했으니, 있던 걸 발견하지 못한 게 아니다. 초음파는 비록 2주 후에 했지만 내 기억으로는 시술 직후 멍울이 만져졌으니 그야말로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인 기분'이었다.


동화 속 '혹 부리 영감'의 혹처럼 도깨비방망이로 뚝딱하고 혹이 떼 진 다면 얼마나 좋을까? 암의 원인은 현대 의학으로 정확히 밝혀진 바 없으니, 그 누구도 맘모톰 시술이 암세포 증식에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내 질문에 답을 하긴 어려울 것이다. 혹시 만에 하나 의학적 지식이 있는 분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누가 제발 속시원히 대답해주었으면 좋겠다. 눈에 보이지 않던 암세포가 단기간에 그렇게 급속도로 커질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처음에 수술로 인해 생겼던 혈종이 암세포로 변한 것인지, 아니면 그 누구도 답할 수 없는 문제인 건지. 이 문제를 밝힐 수 있다면 노벨 의학상 감이려나.

지금에 와서 후회해도 소용 없지만 혹시나 유방 조직검사나 유방 초음파 검사를 앞두고 있는 분이 있다면 꼭 큰 병원에 갈 것을 권한다. 동네 병원에서 암에 관한 가족력을 의심하고 한 번이라도 나에게 가족 중 암환자가 있었는지 물어봤더라면, 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직검사를 바로 했더다면, 아마 지금 내 암의 기수가 달라져있을 것이다.

(photo by National Cancer Institut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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