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접종은 코로나 시대에 많은 암환자들의 고민 중 하나이다. 주사를 맞아야 하나 맞지 말아야 하나. 중증 환자이기에 더욱 접종을 해야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중증 환자이기에 부작용이 더욱 무섭다. 뉴스에서는 연일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보도가 흘러나오고,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내가 당첨되면 100%의 확률이기에 좀처럼 결단이 서지 않았다. 게다가 부부 모두 직장 생활도 하지 않고 외출을 자제하고 있으니 어쩌면 '백신을 맞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떨칠 수가 없었다. 심지어 1차 접종이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 불안한 마음이 컸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남편과 양가 부모님의 설득으로 백신을 맞게 되었다. 휴직 중이었지만 교직원이었기에 남들보다 조금 빨리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결과는 괜찮았다. 팔이 약간 뻐근한 것을 제외하면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1차 접종을 하고 정확히 3주 뒤에 허리와 오른쪽 옆구리 쪽에 통증이 시작되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통증이었다. 피부의 감각이 이상했는데 뼈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뭐라 말로 형언할 수가 없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전이의 공포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혹시 뼈로 전이된 건 아닐까? 왜 하필 오른쪽이 아픈 거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만약 뼈 전이가 맞으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눈물이 줄줄 났다. 아픈 부위도 하필이면 뼈 전이의 시작이라는 고관절 부위 같았다. 대학 병원에 전화를 해서 뼈스캔 검사를 잡을 수는 없는지, 주치의 진료를 앞당길 수는 없는지 알아보았다. 검사는 주치의의 결정이 있어야 가능했고, 예약을 당길 수는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동네 유방외과에 가서 의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예상대로 의사는 뼈 전이라면 뼈스캔 검사를 하는 것 외에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고 했다. 다시 또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유방암 환자는 머리가 아프면 뇌 전이를 걱정하고, 뼈가 아프면 뼈 전이가 아닐까 의심한다더니 정말 그랬다. 다른 부위가 아프면 아픈 대로 혹시 전이된 게 아닐까, 재발한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혹시 대상포진이지 않을까 막연히 희망을 품었는데 통증 6일째 등 뒤로 드디어 수포가 올라왔다. 그때 나는 너무 기뻐 환호성을 질렀다. 너무 좋아서 눈물도 났다. 통증의 실체가 밝혀지자 비로소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대상포진 걸렸다고 죽는 사람은 못 봤으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암보다는 낫지 않은가. 세상에 대상포진 걸렸다고 좋아하는 사람은 뼈 전이를 걱정하는 암 환자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마취통증의학과에 방문하여 신경 치료를 받았다.
생각보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으로 대상포진을 앓은 사람이 많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대상포진이 올 수 있다고 한다. 나의 경우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방사선 치료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였나 보다. 면역 세포를 우리 몸의 경찰관으로 비유한다면 방사선 치료로 인해 암 세포뿐 아니라 정상적인 면역 세포도 파괴되어 마치 경찰 인력이 감원된 것과 같다. 이 때 백신이 주입되면 그나마 몸에 있던 면역 세포들이 모두 새로운 전투에 투입되어 면역에 공백이 생긴달까. 그래서 어릴 때 수두를 앓은 사람은 평생 신경에 잠복해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대상 포진의 현태로 발현되는 것이다.
'아무리 영양제를 챙겨 먹어도 어쩔 수 없구나' 싶은 마음에 씁쓸했지만 그 계기로 더욱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한 덕분에 대상포진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지나갔지만 2차 접종을 앞두고 또다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2차까지 접종을 완료하지 않으면 백신의 효력은 없다고 하는데 여기서 그만 둘 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 접종을 완료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결국 미루고 미루다 1차 접종 후 6주 차가 되는 마지막 시점에 2차 접종을 했다. 대상 포진 치료도 끝날 무렵이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상포진이 재발했다. 이번에는 얼굴 부위였다. 오른쪽 얼굴이 따끔거리고 오른쪽 귀에 바늘로 찌르는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미세한 침으로 얼굴을 쿡쿡 쑤시는 것 같은 통증이었다. 다행히 수포가 올라올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며칠 동안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몇 번의 치료 끝에 대상 포진 치료가 끝났다. 나의 면역력이 형편없음을 두 번이나 확인하게 된 셈이다. 비록 대상포진에 걸려 고생은 했지만 결국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고 나니 마음은 편안해졌다.
혹시 유방암 수술 전에 이 글을 보는 분이 계시다면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꼭 하길 권한다. 나의 경우 수술 전 접종을 하려다 50세 이상에게만 권한다는 의사의 말에 접종을 하지 않았는데 암 환자에게 있어 나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서 의사를 원망하기보다 좀 더 예방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전이와 재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암 환자는 의사의 말만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스스로 자신의 치료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누구도 나 대신 아파 줄 수는 없다.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 할지라도 말이다.
(photo by Diana Polekhina on Uns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