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와 영양제

다단계의 유혹

by 강진경

암에 걸리면 어떤 영양제를 먹어야 할까? 세상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영양제가 있는데 그중 어떤 영양제가 암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영양제를 먹으면 안 될지 판단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정보가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진짜 정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진단을 받자마자 인터넷으로 암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관련 카페에 가입하고 책도 사고, '아는 것이 힘이다.' 생각하고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했다. 그런데 정보를 찾으면 찾을수록 혼란에 빠졌다. 그야말로 통일된 의견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에서는 본원 표준 치료 외의 것들은 일체 부정했다. 영양제도 먹지 말라, 즙도 먹지 말라, 식이요법도 하지 말라, 그냥 마음 편히 골고루 잘 먹고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하는데 바깥에서는 우리 몸의 면역을 높이기 위해 비타민은 필수이고, 먹어야 할 영양제가 수십 가지가 넘었다. 식이요법도 마찬가지였다. 유튜브만 검색해봐도 유방암에 걸린 환자가 먹지 말아야 할 음식들이 넘쳐났다. 같은 의사여도 대학병원의 의사와 면역치료를 하는 요양병원의 처방이 달랐다.

한 예로 암 치료에 필수라고 불리는 비타민 C조차 대학병원 의사는 항암치료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으니 복용하지 못하게 했다.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는 물론 타목시펜을 복용함에 있어서도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면역치료병원에서 비타민C는 그야말로 핵심 치료 방법 중 하나이다. 비타민C는 항암 치료로 인해 손상되는 우리 몸의 세포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라고 본다.


왜 이런 것일까? 과연 누가 옳은 것일까?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하기까지 나는 꽤 오랜 시간 혼란에 빠져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비타민C 주사가 효과가 있다면 왜 대학병원에서 표준 치료에 넣지 않을까? 반면 대학병원의 치료만 믿었는데 전이나 재발이 된 수많은 환자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주변의 의사들을 총동원하여 자문을 구해봐도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았다. '주치의가 처방한 약만 먹고, 영양제 살 돈으로 맛있는 것이나 사 먹기.' 영양제를 복용하고 요양병원의 치료를 받는 것은 돈 낭비이며 상술이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암환자가 주치의 몰래, 또는 상의 없이 요양병원에 들어가 면역 치료를 받는다. 나는 이런 이중적인 시스템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문득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상담해야 한다는 소리가 생각났다. 평소 친분이 있던 동네 약사님께 유방암 환자가 되었음을 알리고 영양제 복용에 대해 상담했다. 약사는 진심으로 걱정해주며 내게 꼭 먹어야 할 약들을 추천해주었다. 자기 어머니가 10년 전 유방암에 걸렸는데, 그때 타목시펜의 부작용으로 약을 복용 중단하고 대신 먹고 있는 제품이 있는데 그 약 덕분에 현재까지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온 가족이 지금도 10년째 먹고 있고, 약국 안에 있는 모든 약을 통틀어 이 약보다 좋은 건 없다고 했다. 주변에 암환자들도 이 약을 먹고 항암 동안 백혈구 수치 모두 정상이라 치료를 무사히 끝냈고, 항암이든 방사선이든 치료할 때 꼭 먹어야 한다고. 그 눈빛과 목소리는 모두 진심이었다. 그 말을 듣고 암 환자가 어떻게 그 약을 안 살 수가 있겠는가. 나는 이 약이 치료제는 아니겠지만 그만큼 면역력에 좋다는 걸로 해석했고 약에 대해서는 약사가 전문가일 테니, 약사를 믿고 몇십만 원어치 약을 사 왔다. 현대의학의 표준 치료는 당연히 따라가되 보조요법으로 자연치유와 면역치료를 함께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저 몸에 좋은 것은 다 하고 싶었다. 자연치유라는 것도 현대의학을 무시하고 하는 게 아니라 병행하는 거고, 면역치료도 내 몸에 맞는 것으로 잘 찾아서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그 약이 다단계 회사의 제품이었다. '아!' 그 순간 정말 머리가 아파왔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효과를 봤다는 사람도 꽤 있었다. 유방암 환자 중에도 그 회사의 제품을 복용하고 있는 분도 있었다. 물론 다단계라는 건 판매 방식의 문제이니 효능만 입증된다면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약사가 다단계 방식으로 나에게 판 것도 아니었으며 일반 소비자로 가입해서도 얼마든지 약을 살 수 있었다. 물론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이것 또한 진짜 효과만 있다면 감수할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부작용과 '이게 과연 다른 영양제보다 정말 좋은 기능을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최소한 부작용이 없더라도 이걸 먹는 동안 다른 영양제를 복용하지 못할 테니, 그 또한 면역치료 관점에서는 시간이라는 귀중한 기회비용을 날리는 셈이므로.


이쯤 되니 속된 말로 멘탈이 붕괴되었다. 중요한 건 내가 중심을 잡고 치유 계획을 세우는 건데,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고 따라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안티 다단계'라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관련 글을 정독했는데, 약사가 보여주었던 논문이나 약에 대한 설명들이 '터무니없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게 중심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나와 같은 수많은 암 환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 약을 구매하고 있었다. 나 또한 '약이 정말 효과가 있는 제품이면 어떡하지?'라는 미련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구매한 약을 한 보따리씩 들고 다니며 이 약국, 저 약국 들고 가서 다른 약사에게도 조언을 구해보았다. 그런데 한 약사가 '나는 이 회사 제품은 모르겠고, 진짜 좋은 회사 제품은 따로 있어요.'라며 또 다른 제품을 권하는 것을 보고 정신이 들었다. 물론 그 회사 제품이 정말 좋을 수도 있겠지만 암 환자는 제약회사와 약을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 때문이다. 그래도 약사가 나에게 보여준 마음은 진심이라 믿었기에 그 약사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가 소개해준 다른 약사(그 약에 대해서 자신보다 더 잘 안다며 약의 복용을 걱정하는 나에게 다른 약사를 소개해주었다.)와 통화를 하면서 이 약이 정말로 좋은 약일지는 몰라도 마케팅과 상술의 합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히 느꼈다. 결국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공부하고 약을 복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며칠을 고민하고 공부하고 끝에 나는 약사를 다시 찾아가서 모든 약을 반품해줄 것을 요청했다.


약사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공감해준 고마운 사람이었지만, 결국 약에 대한 믿음은 심어주지 못했고, 주치의는 진찰을 하고 수술을 통해 내 몸의 암세포를 제거해주었지만 나는 의사의 말만 전적으로 신뢰할 순 없었다. 특히 현대 의학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병원에서 포기한 사람들이 자연치료로 암을 극복하고 건강을 회복한 이야기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하루 2리터씩 녹즙을 갈아 마시고 값비싼 온열기를 구입하고 치유 캠프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자연치유를 할 자신은 없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최소한의 면역치료와 영양 보충제 이용이었고, 방사선 치료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영양제를 복용하고 있다. 다음은 내가 지금까지 복용하고 있는 영양제 목록이다.


'비타민C, 비타민D, 종합비타민, 오메가3, 커큐민, 코큐텐, 셀레늄, 베타카로틴, 유산균, 알파리포산, 아연, 케르세틴, NAC, 칼슘-마그네슘, 아미노산, 버섯추출물(AHCC), 녹차추출물(EGCG), 칼슘D글루카레이트, MSM,레스베라트롤, 실리마린, 멜라토닌...'


물론 적지 않은 영양제를 끼니마다 복용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다. 약을 먹으면서도 정말 이렇게 많은 영양제를 복용해도 되는걸까? 간에 무리가 가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고 걱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영양제를 한 움큼 입에 털어넣는다. 영양제를 먹고 말고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일단 먹는다고 마음을 정했으면 열심히 찾아보고 제품을 잘 선택하길 바란다. 종류도 워낙 다양하고 회사마다 품질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영양제를 복용하기 부담스럽다면 비타민D만이라도 꼭 복용하길 추천한다. 대학병원 의사도 암 치료의 효과를 인정한 유일한 영양제가 '비타민D'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주기적으로 피 검사를 통해 간 수치를 파악하고 몸 속에 비타민D의 수치를 확인하여 복용량을 조절하고 있다. 너무 좋은 것도 과하면 해롭기 때문에 올바른 복용법에 따라 약을 복용하되 자기의 몸에 필요한 영양제가 무엇인지 계속 관리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photo by Madison Agard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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