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이라 하면 연세 많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입원하여 요양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암 환자가 되고 나니 요양병원은 치료 과정에서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익숙한 공간이 된다. 항암 치료를 하다 보면 몸이 많이 힘들어서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고, 방사선 치료 때도 요양 병원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본원으로 치료를 받으시는 분이 많다. 유방암 수술은 대학병원에서 짧게는 2박 3일, 길면 3박 4일 후 퇴원하므로 수술 후 모든 치료가 끝나기 전까지 요양 병원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 나는 항암 치료는 하지 않았지만 혹시 항암 치료를 하게 될까 봐 수술 후 한참 요양병원을 알아보던 때가 있었다. 요양병원이 좋은 점은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쉬는 것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암 환자를 위한 맞춤 식단이 제공되고, 실비보험이 있는 경우 입원하여 치료를 받게 되니 보상 한도가 커져서 치료비 면에서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집에서는 아무리 쉰다한들 집안일을 하게 마련인데 집안일도 하지 않게 되니 그야말로 하루 종일 '요양'이 가능한 셈이다. 무엇보다 같은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정보 교류와 소통까지 이뤄져 보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나와 같은 육아맘에게는 이 모든 게 '그림의 떡'이었다. 수술하는 동안 친정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2주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아이가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에 많이 불안해했고, 나도 아이가 잘 있는지 걱정이 되어 마음 편히 지낼 수가 없었다. 평생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있었던 아이는 감정을 꾹꾹 참으며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아이는 몇 번이나 '엄마 이제 어디 안 가지?'를 되물으며 엄마가 사라질까 봐 두려워했다. 그리고 엄마가 아파서 돌아가신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동화를 떠올리며 엄마가 아파서 하늘나라에 가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엄마는 소은이를 두고 절대로 일찍 하늘나라에 가지 않을 거야.'다짐했다. 이런 아이를 두고 요양 병원이 웬 말이랴. 내가 아픈 이후 소은이는 커서 의사 선생님이 되어 엄마 쭈쭈를 고쳐주겠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그 얘기를 들으면 기특하면서도 아련한 마음이 든다. 어린 마음에 엄마가 아픈 것이 얼마나 걱정되고 불안했을까.
남편은 처음에 아이를 자기가 돌볼 테니 방사선 치료를 받는 동안 요양 병원에 들어가라고 했지만 나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택했다. 대신 낮 동안 입원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면역 치료 병원을 알아보았다. 면역 치료 병원도 얼마나 알아봤는지 모른다. 결국 처음 유방암을 진단했던 동네 유방 외과에 부속된 면역 센터에서 치료를 받기로 했다. 일반 요양 병원보다 의사가 유방암에 대해 더 잘 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편의상의 이유가 컸다. 그러나 의사는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나는 온갖 종류의 영양제의 효능에 대해 물어봤지만 의사의 대답은 불충분했고 돌아오는 말은 그렇게 공부해서 전교 1등 할 거냐고, 그렇게 암을 공부하면 빨리 지친다는 것이었다. 영양제 리스트와 노트를 들고 다니며 의사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까다로운 답변을 요구하다 보니 의사도 나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어쩌랴, 직업병인지 성격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찾아보고 공부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것을. 결국 나는 곤란하고 까다로운 질문을 던져 죄송하다는 사과를 하며 긴 면담을 끝마쳤다. 면담을 통해 내가 가진 모든 의문이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암을 치료하는 관점이 주류 의학과 대체 의학에서 왜 이렇게 다르냐는 나의 질문에 의사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설명해주었다.
"암은 아직도 현대의학에서 정복하지 못한 분야예요. 우리가 고3이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 학교공부만 할 것이냐, 사교육도 병행할 것이냐 생각해보면 됩니다. 물론 공교육만으로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지만 사교육을 하면 좋은 대학에 갈 가능성이 높아지죠. 암도 마찬가지예요. 대학병원에서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게 목적이고 관심사예요. 나머지는 환자가 알아서 해야 합니다. 저도 대학병원에 있었지만 대학병원 의사는 최소한의 조치밖에 할 수가 없어요. 제가 의사였지만 저희 아버지를 암으로 떠나보냈고, 제 아내가 유방암에 걸리고 나서야 저도 대학병원을 나와 이 면역 센터를 차린 겁니다 "
평소 무뚝뚝하고, 감정 없이 사실만 전달하던 의사가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자 기분이 참 묘했다. 자신이 유방외과 의사인데 아내가 유방암에 걸렸을 때 심정은 어떠했을까? 병원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관이니 잘 따져봐야 하겠지만 의사와 면담을 하고 나니 적어도 이 모든 면역 치료가 부질 없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고용량의 비타민C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비타민C 정맥주사(IVC)를 일주일에 두 번 맞기로 하였다. IVC외에도 '미슬토, 싸이 모신 알파' 등과 같은 면역 주사를 맞는 방법과 열을 가하여 몸의 온도를 높여 암세포의 괴사 및 자연사를 유도하고, NK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고주파 온열치료가 있다. 림프절을 떼어낸 경우 림프부종 예방을 위해 림프마사지를 하기도 한다.
나는 방사선 치료 전에는 일주일에 두 번 고용량 비타민C 주사를 맞았고, 방사선 치료가 끝난 후에는 두 번의 IVC와 고주파 온열치료를 병행하였다. 셀레늄은 주사를 맞을 수도 있었지만 셀레나제를 처방받아 꾸준히 경구 복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비타민C 주사의 경우 점점 농도를 올려서 자신의 몸무게에 따라 정해진 용량을 맞게 되는데 고용량으로 맞게 될 경우 갈증, 오한 등의 부작용이 있고 고주파 온열치료는 치료받는 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해서 어느 정도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긴 하다.
면역치료와 요양병원, 환자 개인의 선택이긴 하지만 보험이 있다면 충분히 활용해볼 것을 권한다. 단 요양병원의 치료가 과도하거나 환자를 경제적인 수익으로만 보는 경우가 있으니 그것은 스스로 분별하여 선택적으로 이용하길 바란다. 병원에서 권하다고 해서 무조건 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기 보다는 자신이 한 번이라도 치료 방법에 대해 찾아보고 주체적으로 치료를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