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리처드 칼슨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일의 대부분은 사소한 문제라고 하면서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지 말라고 했다. 따져보면 목숨을 걸만한 중대한 일은 없으니 목숨 걸고 싸우지 말고 초연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사소한 일을 목숨처럼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비유적인 표현인 셈인데 나는 그야말로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며 골든 타임을 놓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맘모톰 시술을 한 직후 다시 혹시 발견되었을 때, 의사는 내게 수술 직후 생기는 혈종일 것이라 말했다. 그때 내가 의사를 믿지 못하고 병원을 옮긴 것은 의사의 태도 때문이었다. 맘모톰 시술 후 유두가 함몰되는 증상이 나타났는데 의사는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유두함몰은 시술 후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였다. 그리고 시술한 곳에 새끼손톱만 한 흉터가 생겼는데 시술 전 흉터연고를 처방해주겠다는 말과 달리 시술을 하고 나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다. 사소했지만 언짢았고, 언짢은 기분이 들자 맘모톰 시술도 안 해도 되는 걸 한 건 아닌지 괜한 의심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정도 일쯤은 가볍게 넘기고 의사를 믿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건 나 자신이 후회스럽다. 그때 혈종으로 의심했던 것은 사실 악성 종양이었고, 병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조직 검사가 지체되어 결국 암세포를 키운 꼴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막상 암을 진단받자 새끼손톱만 한 흉터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진단받았을 때 내 심정을 돌이켜보면 가슴을 전부 도려내도 좋으니 살고 싶었다. 경우에 따라 수술로 인해 유두가 없어질 수도 있는데 유두 함몰을 걱정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수술 후 새끼손톱이 아니라 중지 손가락만 한 긴 흉터가 생겼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매일 흉터 연고를 바르면서 그때의 내 선택을 후회했다. 그깟 흉터가 뭐라고 내 목숨을 걸었을까.
생각해보면 사소한 일에 목숨 걸며 산 일이 많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었는데, 지나고 보면 별 일도 아닌 일에 화를 내고 신경을 쓰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너무 애쓰고 너무 마음 쓰고 너무 땀 흘리며 산 것이다. 조금만 감정의 불편을 겪어도 불편한 상황을 견디지 못했고 누가 조금만 서운한 말을 해도 몇 번이나 곱씹고 고민했다.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다.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말고 불완전한 상태에도 만족하고 이 문제가 앞으로 1년 후에도 계속될 것인가를 질문해 보기로 했다. 그러면 답이 나온다. 당장의 사소한 일이 우리를 얼마나 괴롭히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는 스쳐 가는 일들에 대하여 더 이상 마음 쓰지 않고 스스로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