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진단받은 지 어느새 6개월이 지났다.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와 같은 큼지막한 치료는 모두 끝났고, 이제 호르몬 약을 복용하며 암을 관리하고 살아야 하는 암 경험자로서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타목시펜을 복용하기 시작한 지도 어느새 5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눈에 띄는 부작용은 갱년기 증세이다. 이전에는 한 번 잠이 들면 혼자서 깨는 일이 드물었는데 지금은 자다가도 2~3번은 꼭 잠에서 깬다. 너무 추워서 깨거나 너무 더워서 깨거나 둘 중 하나이다. 땀에 흠뻑 젖어 깨기도 하고, 갑자기 추워서 오들오들 떨며 이불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어쩜 이렇게 변덕스러울 수 있을까?
체온 조절이 안 되는 것 외에도 잦은 빈뇨감으로 잠에서 깨곤 했다. 저절로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 한 번 잠이 깨면 잠도 잘 오지 않았다. 타목시펜이 가져오는 또 다른 부작용인 수면 장애일까. 또 하나의 문제는 그렇게 새벽에 눈을 뜨면 눈이 매우 건조하고 빡빡해서 견딜 수가 없을 정도였다. 타목시펜의 부작용으로 읽었던 시력 저하, 각막 변화, 백내장, 망막증 등의 용어들이 마음에 걸려 안과 진료도 받았다. 특별한 이상은 없었지만 심한 안구건조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안약과 인공 눈물들을 처방받았다. 그리고 수시로 눈이 건조할 때마다 인공눈물을 넣으며 버티는 중이다.
손가락 관절이 저리다든지, 무릎이 아프다든지 하는 관절통도 타목시펜의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는데 관절에 좋다는 msm을 먹고 있는 덕분인지 아직까지 그런 증세는 없다. 결국 생활에 가장 불편한 것은 급격한 체온 변화 정도인 듯하다. 추위를 엄청 타서 겨울을 싫어하던 내가 지금도 창문을 열어 놓고 반팔을 입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리고 체온 조절과 함께 감정 조절도 예전 같지 않다. 아이에게 버럭하고 화를 내는 경우가 늘었고, 불 같이 화를 냈다가, 화를 낸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며 미안해하기를 반복했다. 문득 몇 해 전 갱년기를 겪으며 고생하시던 친정어머니가 떠오른다. 엄마도 이래서 힘들어하신 걸까? 엄마는 갱년기인데 식구들이 그걸 몰라준다며 내심 서운해하셨다. 그런데 이제 내가 그런 엄마를 잘 이해하게 되어버렸다. 내 나이 이제 38살인데 갱년기와 더불어 살아야 하다니, 조금 속상하기는 하지만 보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남들보다 조금 빨리 갱년기가 온 것일 뿐!
유방암 진단은 내 인생 최대의 고비였지만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진단 이후 내 삶은 달라졌다. 이제 죽음의 공포는 털고, 암을 관리하는 삶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련다. 치열하게 살았던 지난 삶보다 갱년기와 함께하는 제2의 삶이 더 기대되는 건 왜일까? 나는 그동안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몇 배는 더 건강하고 더 풍요롭게 삶을 누릴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 당신도 함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