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나뿐인 딸 소은이는 천성이 예민한 기질의 아이로 태어났다. 현재 나이 만 3세. 한국 나이 4세. 2018년 2월에 아이가 태어나 지금까지 3년 9개월의 시간. 아이를 키우며 참 많이도 힘들고 괴로웠다. 모든 육아가 힘들고 어렵겠지만 예민한 아이의 육아가 특히 힘든 것은 일반 사람들이 그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이를 키우는 엄마조차 내 아이가 예민한 아이이며, 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육아법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지만 누구보다 잘 안다고 착각하는 데 있다.
이 세상 인구의 절반은 여자이고, 여자의 절반 이상은 엄마일 것이다. 그리고 엄마들은 나이가 적든 많든 자신도 육아를 경험했기 때문에, 육아에 대한 유경험자이다. 그래서 다른 아이도 본인이 아이를 키워본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의 생김새가 다르듯, 아이의 성향과 기질은 아이마다 다르며, 어떠한 기질을 갖고 태어나느냐에 따라 육아는 천차만별이다.
예민한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육아로 지치고 힘들 때 이런 아이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듣는 것이었다.
아이 키우는 것이 다 그렇지.
첫째 아이라서 엄마가 뭘 몰라서 그러는 것 아니야?
엄마가 엄살이 너무 심한 것 아니야? 뭘 그렇게 유난스럽게 힘들어해.
그럴 때마다 속된 말로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말들이 다 사실인 줄 알았다. 남들도 나처럼 힘들고, 내가 아이를 처음 키워서 힘들고, 우리 부부의 육아법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소은이는 남들처럼, 그냥 보통의 아이처럼 키우는 것이 되지 않았다.
예민한 아이를 키우며 가장 후회되는 것은 잘 알려진 보통의 육아서대로 아이를 키우려고 했던 것이다. 아이가 유난히 안 자고, 안 먹고, 안 놀고 부모를 미치게 만들 때도 몰랐었다. 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을. 그냥 원래부터 아이를 키우는 것은 그렇게 힘든 건 줄 알았다. 그 누구도 우리 아이가 예민한 아이라고 알려주지 않았고, 예민한 아이 육아법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아이가 태어나고 28개월이 될 때까지 가정보육을 했고, 그때까지 그런대로(라고 쓰지만 정말 눈물 나게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그러다 2020년 7월 1일, 생후 28개월에 접어들 무렵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을 보냈고, 기관에 보내고 일주일째 되는 날 사달이 났다. 그리고 어린이집 사건을 겪고서야 우리 아이가 조금 특별한 아이임을 알았다. 그때 처음으로 예민 아이에 대한 육아서적을 사서 읽고, 전문 기관에서 심리 상담을 받았다. 검사 결과는 더더욱 놀라웠다. 아이는 상위 1%에 속하는 예민한 아이였다.
나는 예민한 아이가 나쁜 환경을 만났을 때 어떤 스트레스를 겪고 어떤 정서적 반응을 보이는지 처절하게 겪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는 소아정신과 의사 말대로 정확히 6개월이 걸렸다. 반년의 시간이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다. 아이도, 엄마도, 아빠도. 모두 너무 힘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결국 이렇게는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유방암을 진단받았다.
유방암을 진단받고, 모든 삶이 일시정지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표준치료가 끝나고 또 반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아이는 많이 자랐고, 지금도 여전히 예민한 부분이 있지만 예전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제는 일상생활이 가능하긴 하니까. 아이는 이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일상을 회복했지만 아직도 제2의 소은이, 제3의 소은이가 어딘가에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예민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 나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동안의 경험과 노력을 글로 풀어내려 한다.
내가 조금 더 빨리 우리 아이의 예민함을 알았더라면, 아이를 키우기에 더 수월했을지 모른다. 내 곁에 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동지들이 많았더라면, 지난 시간들이 어쩌면 그렇게 외롭지는 않았을 텐데. 이런 생각들이 들자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나만 이렇게 육아가 힘들까.' 생각이 든다면 일단 우리 아이가 예민한 기질의 아이가 아닌지 살펴보길 바란다. 그리고 만일 예민한 아이라 생각된다면 기존에 읽던 육아서는 던져버리자. 예민한 아이는 일반 육아 서적대로 키워선 안될뿐더러 엄마가 노력한다 해도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육아가 더욱더 힘들어질 뿐.
내 글이 보통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모른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유독 힘든 분, 육아가 지치고 힘든데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들이 읽어주길 바란다. 물론 나의 경험도 한 사람의 경험이므로 정답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 자신의 아이에게 맞는 육아법이 따로 있을 뿐. 그리고 그 육아법을 찾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에게 나의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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