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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예민하다고요?

예민한 아이를 둔 엄마의 마음가짐

by 강진경

맘카페에 자주 등장하는 사연 중에 예민한 아이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 한다. 한 엄마가 어린이집 교사로부터 자녀가 예민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엄마는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정말 우리 아이가 예민한 건가요?'하고 다른 엄마들에게 묻는다. 그런데 질문과 답변 속에는 예민함이 부정적인 것으로 전제되어 있다. 마치 그 글에서 우리 아이는 결코 예민하지 않고, 교사의 판단이 잘못된 것임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일상에서 우리는 '예민하다'를 부정적인 정서를 주는 단어로 사용하지만 사실 '예민하다'라는 것이 그렇게 나쁜 뜻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 나오는 '예민하다'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형용사.
1.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2.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
3. 어떤 문제의 성격이 여러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중대하고 그 처리에 많은 갈등이 있는 상태에 있다.

우리가 흔히 '아이가 예민하다'라고 말할 때는 1번과 2번의 의미를 염두하고 말하는 것이다. 사전 그대로 예민하다는 것은 바깥에서부터 오는 자극을 받아들이는 수신 능력이 남들보다 뛰어남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예민한 사람에게 부정적인 편견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예민함으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는 현상을 많이 겪기 때문이다. 육아에 대입하면 예민한 아이는 키우기 힘들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예민한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예민성 자체가 나쁘거나 고쳐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동의 발달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예민함은 빛나는 재능이고, 아이가 가진 특별한 잠재력이라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아이의 예민성을 재능으로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양육 환경이 중요한데 예민한 아이의 육아는 기본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에 양육자가 온전한 게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는 데 있다. 아무리 훌륭한 부모라도 아이가 종일 울고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특히 매일 신경질적으로 보채는 아이를 키우며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모두 바닥난다. 극한 상황이 365일 지속되면서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다. 결국 성인인 자신도 돌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며 몸은 병들고 마음은 피폐해진다. 그러니 아이를 어떻게 행복하게 키울 수 있겠는가.


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순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삶의 질 자체가 다르다. 아이가 커갈수록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엄마의 정신 상태는 정상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내가 겪은 이야기이다. 나는 사실 자존감이 굉장히 높은 사람이다. 교사이기에 누구보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던 사람이다. 하지만 예민한 아이 앞에서 나의 정신은 갈기갈기 찢어졌고, 우리 부부의 삶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내가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또는 미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세 가지 덕분이다. 첫째, 기본적으로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둘째, 헌신적인 남편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셋째, 주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유방암을 얻게 되었으니 나의 몸은 지키지 못한 셈이지만 그래도 내가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예민한 아이를 위한 육아법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민한 아이 육아법은 '엄마표 영어', '엄마표 미술'처럼 안 해도 되지만 해주면 더 좋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을 위해, 부모의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예민한 자녀를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서 부모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요건이다.


일단 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예민한 아이인지 아닌지 알아야 하며, 아이가 혹시 예민한 기질이라면 그것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예민함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 말되, 예민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는 분명히 공부해야 한다. 그것이 예민한 아이를 둔 엄마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그래야만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고, 결국 아이의 예민성을 재능으로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시중에는 예민한 아이의 육아법을 다룬 이야기가 많다.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져 있다. 그런 책들을 보며 '아, 예민한 기질이란 이런 거구나!', '이것이 바로 예민한 아이의 특성이구나.'를 파악하는 데는 매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면 '그래서 결국 우리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하지?', '구체적인 문제 상황에서 나는 어떤 말과 어떤 행동을 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든다.

결국 그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직접 글을 쓰기로 했다. 예민한 아이의 이론 편은 이미 나와있으니 이제 실전 편이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그래서 예민한 아이를 키우며 맞닥뜨리는 문제 상황을 사례로 제시하고, 실전에서 쓰일 수 있는 상황별 맞춤 육아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나는 육아 전문가도 아니고, 발달심리학자도 아니지만 실전에서 예민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다. 그것이 가장 현실적이면서 실제적인 이야기 아닐까? 지금도 어딘가에서 예민한 아이를 키우며 힘들어하고 있을 부모들에게 나의 경험이 부디 줄기 빛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photo by caleb_woods on unsplash


처음부터 보기 https://brunch.co.kr/@ella10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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