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외과 두 번째 진료 : 둘째는 없다.

2021년 4월 27일

by 강진경


오늘은 본원에서 두 번째 진료가 있는 날이다.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하루종일 병원 검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최소 7시간을 병원에 있어야 하다니. 어젯밤 12시부터 CT검사가 예약된 아침 10시까지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게 조금 힘들었다.


처음 해보는 CT검사. 흉부와 복부, 골반 검사가 진행되었다. 검사실로 들어가기 전에 조영제를 투입할 주사바늘을 꼽고 호명하면 검사실로 들어간다. 커다란 기계 안에 들어가면 그 때 비로소 조영제를 투여하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따뜻한 물이 흐르는 낯선 체험을 하게 된다. 간혹 조영제 부작용이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여 걱정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진행되는 디지털 유방단층촬영은 유방을 압축하여 찍는 검사여서 나처럼 가슴이 작은 사람은 매우 아프고 힘들다. 없는 가슴을 모아서 쥐어짠다고 해야하나. 유방 액와 초음파는 정밀 초음파라고 보면 된다. 그 다음 진행된 뼈 검사는 주사 후 3시간 뒤에 다시 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의 뼈를 스캔한다. 유방암은 뼈 전이가 되기 쉽기 때문에 뼈로 전이되었는지를 보는 검사이다. 이 검사는 핵의학과에서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산부인과 진료가 남았다. 가임기의 여성은 유방암 치료 전에 산부인과 진료를 보게 되어 있었다. 가임력을 보존할 것인지를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하고 초음파를 통해 난소와 자궁의 이상유무를 살펴보는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은 내게 아이를 낳을 거면 수술을 하기 전에 난자를 채취하여 동결해두는 시험관 시술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다음 외래 시까지 서류를 준비하면 난임 적용 30% 감면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암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약을 먹게 되고, 그럼 임신이 불가하며, 모든 치료가 끝난 후에도 난소의 기능 또한 저하되기 때문에 아이를 가질 사람에게 마지막 선택권을 주는 셈이다.

간호사가 나팔관검사, 난자 채취, 난자 동결, 호르몬 검사 등의 단어들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유방외과에서 느꼈던 괴리감과 달리 내게 너무나 익숙한 단어들이었다. 사실 나는 첫째 아이를 시험관으로 힘들게 임신했기 때문이다. 소은이는 세 번의 과배란, 세 번의 인공수정과 세 번의 시험관 끝에 힘들게 얻은 귀한 아이였다.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결혼을 하기 전 나는 자식을 셋은 낳고 싶었다. 그러나 첫째 아이를 힘들게 임신하고,죽을고비를 넘기며 출산하고, 평범하지 않은 아이로 인해 너무나 힘든 육아를 하며 둘째는 꿈도 못꾸게 되었는데 이제와서 둘째라니. 말도 안되지. 남편은 확고히 거절의 사인을 보냈고 결국 우리는 난자 채취를 위한 과배란은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암 진단 전에도 어차피 둘째를 낳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의학적으로 이제 다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에 직면하자 기분이 이상했다.(물론 모든 표준 치료가 끝났을 때 자연임신이 불가한 것은 아니지만 마흔살이 넘어 다시 임신하는 것은 거의 희박한 확률이다.)


내 인생에 둘째 아이는 없는거구나.


조금 서글프기도 하고, 동생을 만들어주지 못해 첫째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딸에게 건강한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기에, 나는 더이상 미련은 갖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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