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외과 세 번째 진료 : 검사 결과 나오는 날

2021년 4월 30일

by 강진경

검사하고 일주일이 지난 후, 드디어 면역조직 화학검사 결과가 나왔다. 사실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일주일이 모든 치료과정을 통틀어 심리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 나의 유방암 타입을 알 수 없고, 그러기에 어떤 치료과정을 하게 될지 모르는 암흑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일주일의 시간동안 환자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게 된다. 죽음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때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보던 암 말기이면 어쩌나,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되었으면 어쩌나, 혹시 공격적인 성향의 암 타입이면 어쩌나. 인터넷에서 보던 가장 예후가 안 좋은 암이면 어떡하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안은 극도에 달한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눈물이 줄줄 흘렀다. 아이를 재우고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곤 했다. 아이에게 엄마가 없어지는 것.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 숨죽여 울다가 마음을 다잡고 잠을 청하길 반복하며 하루가 1년 같았던 일주일이 지났다.


나의 주치의는 대학병원 의사답게 환자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늘 바빠보인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아무렇지 않은 듯한 태도이다.


"수술하면 괜찮아요."


조직검사 결과 예후가 좋은 암이니 수술하면 된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마치 감기에 걸렸는데 약을 먹으면 괜찮아질거라고 얘기하는것처럼. 그 아무렇지않음이 야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에 위안이 되기도 했다. 유방암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비교적 보편적인 치료법이 존재하는 착한 암. 이 세상에 착한 암이 어디있을까 싶다가도 그 중 착한 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호르몬 수용체: 강양성 95%

HER-2: 0/3

Ki-67지수: 10%


내 조직검사 결과이다. 조직검사결과지는 영어로만 잔뜩 적혀있고 의사선생님은 이를 해석해주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은 스스로 검색하고 알아내야 한다. (카카오톡으로 '나비'라는 채널을 친구추가하면 유방암 조직검사결과지를 해석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집에 돌아와 유방암 서적을 읽고 또 읽고, 유방암 환우 카페인 네이버 카페 '유방암 이야기' 게시글을 정독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란 유방암 세포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용체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여성호르몬에 의해 증식이 촉진되는 암세포라는 뜻이다. 따라서 호르몬의 작용을 막으면 결과적으로 암세포가 성장하지 못하므로 '호르몬 차단'이라는 강력한 치료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 호르몬이 호르몬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게 막는 대표적인 방법이 타목시펜이라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며 난소 억제 주사를 맞기도 한다. 나는 호르몬 강양성이니 나의 암세포는 호르몬을 먹이로 자랐다고 보면 될 것이다.


유방암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처음에는 여성호르몬 때문에 유방암에 걸린다는 사실이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암이 호르몬을 먹고 자란다고? 스트레스가 암의 원인이라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호르몬이 암의 먹이라는 사실은 나를 큰 혼란에 빠트렸다. 그럼 더 이상 여성 호르몬을 안나오게 하면 되는건가? 그렇다. 수술과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지금 나는 호르몬 차단제인 타목시펜을 매일 복용하고, 3개월에 1번씩 졸라덱스라는 주사를 맞는다. 그리고 그 덕에 자동으로 생리가 중단되었고, 38살에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HER-2란 유방암 세포의 대표적인 성장 인자 물질이다. 세포 분열을 조절하는 물질로 정상인 누구에게나 다 있으나 일부 유방암에서 HER-2유전자가 지나치게 활성화해 암세포 분열이 빨라지는 현상이 일어나며 이렇게 유전자 변이가 있는 유방암을 'HER-2양성'이라고 한다. 이 타입의 경우 암세포가 빠르게 분열하는 만큼 암의 진행속도가 빠르고 재발이나 사망 위험도 높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표적 치료 방법이 개발되고 정상 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허셉틴'이라는 약물로 치료 효과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ki-67지수란 암세포의 증식률을 뜻한다. 높을수록 세포 증식 속도가 빠르다. 쉽게 말해 Ki지수가 10%이면 암세포가 100개라고 가정했을 때 그중 10개가 세포분열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주치의가 공격적인 암이 아니라고 말한 것은 아마 KI-67지수가 비교적 낮았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술 일정을 잡았다. 다행이도 열흘 뒤 수술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열흘. 나는 열흘동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직장을 정리해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술 후 결과에 따라 항암 여부가 결정되므로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아무런 것도 확정지을 수가 없었다. 산더미같이 쌓인 일과 우리반 아이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나는 이제 무얼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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