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린이집 담임교사로부터 부적절한 돌봄을 겪은 후 감각 문제와 함께 생긴 또 하나의 문제는 분리 불안이었다. 분리 불안이란 어린아이가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껴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생후 7-8개월경에 시작해 14-15개월에 가장 강해지고, 3세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분리 불안은 도대체 왜 생기는 걸까? 분리불안은 아이가 주 양육자를 알아보고, 애착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분하기 때문에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분리 불안은 발달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고 오히려 보호자와 애착이 잘 형성되어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오히려 엄마와 떨어졌는데도 아이가 너무 엄마를 찾지 않았을 경우, 엄마와의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리 불안이 지나치게 심하거나 시간이 지나도 나아가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 트라우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아이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두뇌에서 감정 조절 물질 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발생하게 된다.
소은이도 어릴 때는 분리 불안이 심한 편이었다. 엄마와 잠시라도 떨어지지 못해서 나는 화장실에 갈 때도 아이를 안고 가야 했다. 특히 외출을 했을 때 잠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소은이를 맡길 수가 없었다. 아이가 너무 자지러지게 울었기 때문이다. 보통 다른 엄마들은 아이 엄마들과 함께 만나면, 잠시 아이를 맡기고 자리를 비울 수 있었지만 소은이는 늘 나와 함께였다. 유모차에 있는 것도 싫어해서 아기띠를 하고 내가 안거나 업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렇게 아이가 분리 불안이 심한 경우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키우기가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부모들은 분리 불안이 심한 아이를 보며, 자신의 양육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자기 때문에 아이가 애착 형성에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도 보통의 엄마들처럼 아이를 대했지만 우리 아이는 유별나게 불안을 많이 느꼈고, 그럴 때마다 괜시레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그러나 분리 불안은 실제로 기질적인 영향이 크다. 뇌에 존재하는 편도체와 해마는 불안과 공포 같은 감정과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기관인데 만약 선천적으로 편도체가 예민하고 흥분을 잘하는 아이들은 불안과 공포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이들은 어렸을 때 겁이 많고 무서움을 잘 타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이해 없이 무조건 엄마가 과잉보호를 해서, 부모의 양육 태도에 문제가 있어서 아이가 그렇다는 인식은 제발 삼가 주었으면!
물론 부모가 불안함이 많은 경우, 과잉보호를 하였을 때 분리 불안이 지속될 수 있겠으나 그것은 분리 불안이 나타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일 뿐이다. 보통의 부모라면 두 돌이 안 된 아이를 키울 때 대부분 비슷한 수준의 상호작용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아이가 어느 정도 연령이 되어야 과잉보호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혹시 아이가 분리 불안이 심하다면 부모는 자신을 책망하기보다는 아이의 기질에 대해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는 예민하고 낯을 가리는 기질을 타고난 아이가 분리 불안도 심하게 겪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이 밖에도 심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겪을 때 분리 불안이 심해질 수 있는데 소은이의 경우는 여기에도 해당했다. 어린이집 사건 이후 두 돌이 지나고 사라졌던 분리불안이 다시 찾아왔었고, 첫 기관에서 엄마와 너무 잘 떨어졌던 아이는 한 동안 엄마와 떨어지지 못했다. 그걸 극복하고 어린이집을 다시 보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분리 불안이 너무 심해 가정보육을 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다시 어린이집에 적응할 수 있었던 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소은이에게 맞는 기관을 찾았던 덕분이라 생각한다. 첫 기관에서 일주일 만에 퇴소하고, 한동안 내가 아이를 데리고 있었지만 분리 불안이 심하다고 해서 집에서 계속 엄마와만 있는다는 것은 적절한 해결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 세상에는 더 좋은 선생님도 많고, 더 따뜻한 환경도 있다는 걸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고, 다행히 여러 노력 끝에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주는 어린이집을 만나면서 소은이의 분리 불안도 해결되었다. 이 과정에서 엄마와의 헤어짐이 가장 힘든 아이의 특성을 고려하여 돌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엄마가 아닌 돌봄 선생님이 아이를 등원하게 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 혹시 분리 불안이 심한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아래 제시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보면 좋겠다.
<아이를 위한 꿀팁>
1)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방법
까꿍놀이가 대표적이죠. 까꿍놀이는 대상 영속성의 개념을 인지시키는 데 좋은 도구가 되는 놀이예요. 대상 영속성이란 존재하는 물체가 어떤 것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능력이죠. 까꿍 놀이를 통해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엄마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이의 분리 불안도 조금씩 해소될 수 있어요. 이밖에도 부모가 아이와 헤어지는 상황에서는 일정한 시간에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시켜주어야 해요. 또 신뢰할 수 있는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2) 전문가가 할 수 있는 방법
분리 불안이 심한 경우 그 원인과 심한 정도, 동반 문제와 예후 등을 판별하기 위해 여러 검사를 진행하기도 해요. 체질검사와 발달 검사, 심리검사와 평가척도 검사, 뇌기능 검사와 주의력 검사, 신경인지 검사 등을 실시하는 데 이러한 검사들은 보통 아이가 많이 커서 분리 불안이 사라져야 함에도 사라지지 않았을 경우 고려할 수 있어요.
<엄마를 위한 꿀팁>
1) 아이의 분리 불안을 엄마의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
분리 불안 엄마의 탓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요. 엄마의 불안과 과잉보호, 애착이 형성되지 않았을 때 분리 불안이 온다는 말로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해요. 엄마의 잘못된 양육 태도보다는 타고난 아이의 성향이 예민하고 낯을 가리고,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성격인 경우가 훨씬 많으니까요.
2) 분리 불안이 심하다고 해서 자신이 혼자 아이를 감당하려고 하지 마세요.
보통은 아이가 분리 불안이 심한 경우 엄마 껌딱지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다고 해서 남편이나 조부모님, 다른 가족에게 아이를 맡기지 않고 혼자서만 감당하려고 하면 엄마가 너무 힘이 들어요.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아이를 돌보는 방법을 계속해서 시도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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