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받지 못했던 첫 출근날
싱숭생숭한 주말을 보내고 첫 출근 날이 밝았다.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간단히 끝내고 회사로 향했다.
HR Manager의 안내에 따라 회사 내 직원들과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눴다.
다들 무뚝뚝했지만, 또 동시에 정중했다.
직원들 대부분이 러시아계였어서 나로서는 한꺼번에 많은 러시아인들을 만난 게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정말 내가 생각하던 러시아인들의 이미지와 같아서 속으로 웃음이 났다.
러시아 문화권의 특성상 첫 만남부터 마음을 열고 다가오진 않지만, 한 번 마음을 열고 같은 팀이 되면 많은 의지가 되는 친구들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가끔 부탁할 일이 있으면 큰 부담 없이 연락을 해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직원들과의 인사를 마치고 나에게 배정받은 자리에 앉았는데, 옆자리 기운이 냉랭했다.
나의 전임자는 '일리야'라는 이름의 러시아 남자아이였고, 내가 business planning으로 오게 되면서 영업관리의 일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일리야는 기획일을 무척 좋아했는데 실수가 많아 top management의 결정으로 다른 업무를 맡게 되어 불만이 상당한 상태였다. 그러므로 자기의 후임으로 온 내가 어찌 보면 자신의 일을 빼앗는 거 (?) 같아 보였는지 날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말은 안 통해서 눈치는 통하는 법.
나는 미묘한 분위기 속에 내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회계, 기획을 비롯 CFO team 조직이 첫날의 나를 보던 시선은 '흥, 라트비아인이 못한다고 한국인을 데려와? 그래 얼마나 잘하나 보자.'였다.
나중에 모두가 친해져서 같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눌 때 전임자가 '우리 처음에는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좋은 동료지?' 하는 말에 나는 '에이. 그게 아니지. 갈등이 있던 게 아니라 네가 날 환영하지 않았던 거지~ 난 일방적으로 미움받았었다고. 억울해' 하며 웃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아졌지만, 첫날의 분위기는 차갑고 차가웠다.
교환학생, 인턴으로 해외생활에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내가 나가 있던 독일, 스웨덴에서 독일어 스웨덴어를 구사했기 때문에
한 번도 아예 '귀가 들리지 않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 곳에서는 달랐다. 나는 처음으로 외국에 놓인 이방인이 된 기분이었다.
내 자리에 앉아 조용히 노트북을 켜는 동안, 소곤거리는 라트비아 어가 들렸다.
소곤거리지 않아도 되는데. 어차피 난 못 알아듣는걸.
이라는 생각을 했다.